'문자 읽씹' 진실게임…"사과 진정성, 왜 지금 터졌나" 2가지 쟁점
"사과 의도 충분" vs "맥락 봐야…김여사 결국 사과 안 해"
반년 지난 전대 국면서 돌출…"유출자 누구?" 음모론만 무성
- 조현기 기자
(서울=뉴스1) 조현기 기자 = 김건희 여사가 22대 총선 전 한동훈 당시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에게 5차례에 걸쳐 보낸 메시지 내용이 공개되면서 '문자 읽씹'(읽고 무시) 논란이 혼전으로 빠져들고 있다.
9일 정치권에 따르면 TV조선은 전날 김 여사가 지난 1월15일~1월25일 사이 한 후보에게 다섯 번에 걸쳐 '사과 의사'를 밝히는 메시지를 보낸 내용을 공개했다.
김 여사는 지난 1월15일 한 후보에게 "대통령과 제 특검 문제로 불편하셨던 것 같은데 제가 대신 사과드린다"고 메시지를 보냈다. 뒤이어 19일에도 "천번 만번 사과를 하고 싶다"고 했다.
23일에도 김 여사는 "진심으로 잘못을 뉘우치고 있다. 다시 한번 여러 가지로 사과드린다"고 한 후보에 문자를 보냈다. 뒤이어 김 여사는 25일에도 한 후보에 "다 저의 잘못으로 기인한 것이라 드릴 말씀이 없다. 정말 죄송하다"는 내용을 담은 메시지를 보냈다.
◇ "사과 의도 담겨" vs '맥락' 봐야 하고 결국 사과 안 해
첫 번째 논란은 문자 메시지에 '사과 의사'가 담겼는지에 대한 해석 여부다. 한 후보를 공격하는 측에선 당시 사과하려는 의도가 충분했지만 그가 '읽씹했다'고 봤다. 비대위원장으로서 총선 국면을 전환할 수 있는 기회를 놓친 것은 물론, 인간적으로도 영부인에 대한 예의를 갖추지 않았단 비판이다.
반면 한 후보 측은 김 여사가 사과 의사를 표명하긴 했지만 '조건'을 달며 우회적으로 사과에 소극적 입장을 표명했다고 맞선다. 특히 대통령실 등 공식 대화통로를 통해 김 여사 사과가 불가하다는 의사를 전달받은 상황에서 문자 메시지의 진정성을 신뢰하기 힘든 상황이었다고 설명한다.
친윤(친윤석열)계 김기현 의원은 이날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을 통해 "한 후보는 어느 대목에서 '사실상 사과하지 않겠다는 의도'로 파악했다는 것인지 저로서는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주장'"이라고 비판했다.
친한계 장동혁 최고위원 후보는 이날 오전 MBC라디오 시선집중과 인터뷰에서 "전체적인 당시 여러 움직임과 전후 맥락을 보면 한 후보는 (김 여사가) '사과할 의사가 없다'고 판단하신 것 같다"고 설명했다. 특히 한 후보는 직접 지난 6일 오후 원외당협위원장과의 타운홀미팅에서 읽씹 논란과 관련 "(김 여사가) 사과는 결국 안 하셨다"고 말했다.
◇ "韓 체제 감당 못할 분들에 의해" vs "韓후보 친한 기자들 문자 보여줘"
또 다른 쟁점은 '문자 공개 시점 및 유출 경위'다. 전당대회가 한 달도 남지 않은 시점에서 반년 전 문자 내용이 뒤늦게 불거진 이유에 대한 의문이다. 한 후보 측은 당 대표 당선을 막기 위한 '전대 개입'이라는 주장인 반면 한 후보 측의 '자작극 아니냐'는 의혹까지 제기된다.
한 후보와 러닝메이트인 박정훈 최고위원 후보는 이날 오전 SBS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서 "한동훈 전 위원장과 정치적으로 대척점에 있었던 게 이철규 의원"이라며 "'한동훈 체제 나는 감당 못할 것 같아' 이렇게 생각하시는 분들에 의해 벌어진 일"이라고 말했다.
원희룡 후보 측 이준우 캠프 대변인은 전날 라디오에서 "한 후보가 친한 기자들한테 문자를 보여주면서 얘기를 한 적이 있다고 들었다, 진중권 씨도 문자를 봤다고 얘기를 했다"고 전했다.
이에 한 후보 캠프는 "진중권 교수든, 기자든, 한동훈 후보가 김 여사 문자를 보여준 적이 없음을 분명히 한다"며 "원 후보 측의 마타도어에 유감을 표한다"고 반박했다.
chohk@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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