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여사 문자, 여권서 '국정농단' 거론…韓측 "사적 통로" 차단

韓 '박근혜 국정농단' 수사의 교훈…"공사 분명히 해야"
조정훈 "사과했다면 與 20석은 더 얻었을 것"…정무적 실패 지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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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이비슬 기자 = 김건희 여사가 한동훈 국민의힘 당대표 후보에게 지난 총선 국면에서 보낸 문자가 연일 여당 전당대회를 뒤흔들고 있다. 친윤(친윤석열) 측이 "정무적 판단 오류에 사과하라"고 한 후보를 몰아세우자 한 후보 측은 "문자에 답했다면 그것이 국정농단"이라고 방어에 나서며 당내 계파 갈등의 골은 더 깊어지는 모양새다.

9일 한동훈 캠프 소속 신지호 총괄상황실장은 KBS 라디오 전격시사와 인터뷰에서 한 후보와 김 여사의 문자 논란과 관련 "친윤이라는 분들이 영부인을 위기의 먹잇감으로 갖다 바치는 격"이라며 "왜 이런 자해 막장극을 하는지, 정치적으로 하수 중의 하수고 결과적으로 이적 행위가 되고 있다"고 비판했다.

신 실장은 "만약 여사님이 보낸 문자에 당시 한 후보가 답을 했다면 야당의 프레임에 딱 들어간다. 국정농단이 되는 것"이라며 "'이 사람들은 이 주요한 문제의 의사결정을 이런 방식으로 하는구나'라는 증거가 돼버리는 것"이라고 했다.

이번 사태와 관련해 한 후보는 꾸준히 '공사구분'을 강조해왔다. 전날에는 "공과 사는 분명해야 한다"며 "사적 통로로 답을 주고받았다면 야당이 국정농단이라고 주장하지 않았겠느냐"고 했다.

이 발언은 한 후보가 과거 박근혜 전 대통령의 국정농단 수사 담당 검사로서 겪은 경험과 무관치 않다는 해석이 나온다. 2018년 2월 국정농단 사건 1심 결심 공판에서 검찰은 "대통령의 직무권한을 사유화함으로써 국정을 농단하고 헌법가치를 훼손했다"며 박 전 대통령에게 징역 30년을 구형했다. 검찰이 당시 "국정에 한 번도 관여한 적 없는 비선실세에게 국정 운영의 키를 맡겨 국가 위기사태를 자초한 장본인"이라고 박 전 대통령 혐의를 적시한 만큼 한 후보가 이번 사안 역시 리스크 관리를 위해 사적 관계를 차단했다는 해석이다.

한 후보의 러닝메이트인 장동혁 최고위원 후보는 이날 MBC 라디오에서 "아무리 전당대회 국면에서 급하더라도 영부인의 사적 문자까지 이렇게 공개하는 것은 도대체 누구 좋자고 하는 것이냐"면서도 "유불리는 지켜봐야 될 것 같지만 (전당대회 판세에) 영향을 미칠 것은 확실하다"고 말했다.

총선 당시 한동훈 비대위 체제에서 사무총장을 맡았던 장 후보는 "(총선 당시를) 돌아보면 본인은 사과해야 된다는 입장을 전달했지만, 저쪽의 분위기나 여러 가지로 봐서는 안 할 것 같다 그 정도 말씀만 하셨다"며 "지금도 그렇고 당시도 그렇고 대통령실이나 여사께서 한 후보나 주변에 대해 있는 그대로 정확한 정보를 듣는 것이 아니라 왜곡된 정보도 받는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고 했다.

한 후보가 당시 대통령실을 포함한 여러 경로로 사과 불가 입장을 전달받았다는 취지로 말한 데 대해선 "1월 20일쯤 대통령실의 참모진도 지인들에게 사과하면 안 된다고 하고 이용 전 의원도 국민의 의원 백몇 명이 있는 단톡방에 '이 영상을 보면 왜 사과를 하면 안 되는지 잘 아실 거다'라고 동영상까지 올렸다"고 설명했다.

한 후보는 전날 광주에서 열린 1차 합동연설회를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나 대통령실을 비롯한 다수 경로를 통해 사과 불가 입장을 전달받았다고 밝힌 바 있다. 장 후보 발언은 한 후보가 김 여사 메시지 내용을 보고도 '사실상 사과 불가 입장'으로 판단할 수밖에 없었던 정황을 뒷받침하는 내용으로 해석된다.

한 후보는 전날 "저는 이미 (사과를) 안 하겠다는 답을 강요받던 상황이었고 그런(사과를 요구한) 이유로 사퇴 요구까지 받은 상황 아니었느냐"며 "당시 대통령실에서 (사과를) 안 하겠다는 입장을 (전달)받은 상황이었기 때문에 그 문자가 무슨 의미인지(알 수 없었다). 그 이후 다른 통로로도 왜 (사과하면) 안 되는지에 대한 글을 여러 번 받았다"고 말했다.

한 후보의 또 다른 러닝메이트인 박정훈 최고위원 후보는 이날 SBS 라디오에서 "문자가 공개된 배경을 보면 한 후보가 대표가 될 경우 '진짜 한동훈 체제 나는 감당 못 할 것 같아' 이렇게 생각하시는 분들에 의해 벌어진 일"이라고 평가했다.

박 후보는 "한 후보와 정치적 대척점에 있던 것이 이철규 의원이었다. 이조(이재명·조국)심판이 (여권 내에서는) 이철규·조정훈 의원이라는 이야기까지 나오지 않았느냐"며 "한동훈 체제가 들어설 경우 정치적으로 어려움을 겪을 수 있는 이런 분들에게 동기는 있다고 본다"고 했다.

친윤석열계는 한 후보의 정무적 판단 오류를 지적하며 총선 참패 책임을 되물었다. 김기현 국민의힘 의원은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자신의 거듭된 판단 오류에 대해 대통령실의 당무 개입이니 국정농단이니 하며 책임을 떠넘기는 모습은 집권 여당 당 대표를 하겠다는 분의 자세로는 적절치 않아 보인다"며 "한 후보는 자신의 정무적 판단 오류를 쿨하게 사과하라"고 말했다.

김 의원은 한 후보가 '실제로는 사과가 어렵다는 것을 강조하는 취지로 기억한다'고 말한 데 대해 "어느 대목에서 사과하지 않겠다는 의도로 파악했다는 것인지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주장"이라며 "당시 알 수 없는 의도를 가지고 나름의 정무적 판단을 내렸겠지만, 결과적으로 그것이 총선에 악영향을 미친 것 아니냐는 의구심을 갖는 건 무리한 해석이 아니다"라고 했다.

친윤계 인사인 장예찬 전 최고위원도 이날 MBC 라디오에서 "영부인이 사과하겠다고 낮은 자세로 절절하게 메시지를 보냈는데 아무 대응조차 하지 않았던 것이 본질"이라며 "두 가지 가설을 세울 수밖에 없는데 첫 번째는 정무 감각이 떨어지는 것인가, 두 번째는 의도적으로 대통령과의 차별화를 위해 영부인 악마화를 용인한 것은 아닌가"라고 했다.

조정훈 의원은 이날 CBS 라디오에서 "자꾸 왜 전당대회 시점에서 이 문자가 공개됐느냐고 주장하시는데 문제의 본질은 (총선) 당시 이렇게 중요한 제안이 왔는데 이것을 왜 정무적으로 현명하게 판단하지 못하고 대응하지 못했느냐다"라며 "선거에 이기고 싶다고 하셨고 열심히 (전국을)다니셨다. 그런 곳에 100번 다니는 것보다 (김 여사가) 사과를 진정성 있게 했다면 저는 한 20석 이상은 더 얻었을 거라고 짐작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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