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여사 읽씹' 정면 반박한 한동훈…'尹 전대 개입 vs 韓 배신' 진실 공방

한동훈 "사과 아니라 '사과 어렵다'고 문자…선동 목적 전대 개입"
지난해 '당무 개입' 논란 소환되나…당내 여론도 팽팽

한동훈 국민의힘 당대표 후보가 4일 인천의 한 카페에서 뉴스1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24.7.4/뉴스1 ⓒ News1 신웅수 기자

(서울=뉴스1) 신윤하 기자 = 한동훈 국민의힘 당대표 후보는 김건희 여사 문자 메시지 '읽씹'(읽고도 답하지 않음) 의혹이 불거진 지 하루 만에 정면 반박에 나섰다. 문자 내용이 김 여사가 명품 가방 수수 의혹에 대해 '대국민 사과'를 하겠단 게 아니라, 오히려 사과가 어렵단 취지였단 주장이다.

원희룡·나경원·윤상현 후보가 '배신의 정치' 총공세에 나선 가운데, 한 후보는 해당 의혹을 '전당대회 개입'으로 규정하면서 파장은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

6일 여권에선 영부인인 김 여사가 지난 1월 당시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었던 한 후보에게 보낸 텔레그램 메시지가 전당대회 변수로 떠올랐다.

김규완 CBS 논설실장은 지난 4일 김 여사가 지난 1월 명품 가방 수수 의혹과 관련해 '대국민 사과'를 할 의향이 있다는 취지의 메시지를 한 후보에게 보냈지만, 한 후보는 답장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한 매체는 5일 김 여사가 한 후보에게 1월 15~25일 네 통의 메시지를 보냈다고 보도했다.

그러자 원희룡·나경원·윤상현 후보는 한 후보를 향해 '배신자' 공세를 강화했다. 이들은 한 후보가 김 여사의 사과를 막았고, 이것이 결국 국민 여론에 영향을 미쳐 총선 패배로 이어졌다고 주장했다.

원 후보는 전날 기자들과 만나 "영부인 사과 의사를 묵살해 불리한 선거에 변곡점을 만들 수 있는 결정적인 시기를 놓쳤다"고 말했다. 나 후보도 "국민의힘 구성원들과 이 부분에 (관해) 어떤 의논 없이 혼자 판단하고 더 이상 논의가 없었던 것은 한동훈 후보의 상당한 정치적 판단력의 미숙"이라고 했다.

이에 한 후보는 김 여사의 문자 내용이 사과하고 싶단 것보단 사과가 어렵단 취지였다고 정면 반박했다.

즉 한 후보가 김 여사의 사과를 막은 게 아니라, 오히려 대통령실과 김 여사가 사과할 의향이 없었으며 사과를 요구하던 한 후보에게 대통령실이 '사퇴 요구'까지 했단 것이다.

한 후보는 전날 KBS 인터뷰에서 문자 내용에 대해 "실제로는 사과하기 어려운 이러이러한 사정이 있다는 것을 강조한 것으로 기억한다"고 말했다. 이후 YTN라디오 인터뷰에서도 "문자가 있었던 만 하루 정도 지난 다음에 제가 대통령실로부터 사퇴 요구를 받지 않았느냐"며 "대통령실에선 사과가 필요하단 저의 입장에 대해 반대하셨던 것이지 않냐"고 대통령실을 겨냥했다.

한 후보는 이 의혹을 '선동 목적의 전당대회 개입'이라고 규정하며 세 후보의 공세를 받아쳤다. 반한(반한동훈계)·친윤(친윤석열계)이 주도한 의도된 의혹 제기라고 직격하고 나선 것이다. 대통령실의 전당대회 개입 논란이 예상되는 대목이다.

대통령실의 전당대회 개입 논란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해 3·8 전당대회에서도 대통령실이 나경원 의원의 당대표 출마를 주저앉히고 안철수 의원의 '윤-안 연대' 주장에 '국정운영의 방해꾼이자 적'이라고 언급하며 당무 개입 논란이 일었다. 친윤 김기현 의원의 당대표 당선을 위해 대통령실이 개입하고, 친윤계가 적극적으로 '윤심'(윤 대통령의 의중)을 위해 움직였단 분석이 지배적이었다.

진실 공방이 계속될수록 '대통령실 전당대회 개입'과 '배신의 정치' 주장이 치열하게 맞붙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번 의혹에 대한 당내 반응도 팽팽하게 엇갈린다. 한 국민의힘 고위 관계자는 뉴스1에 "현재 공개된 문자 내용을 보면 김 여사나 대통령실이 일부러 언론에 흘리지 않는 이상 보도가 불가능한 수준의 구체성이 있다"며 "지난해처럼 친윤계 당선을 위해 유력 후보를 찍어 내리려는 친윤계의 움직임이 시작된 것 같다"고 말했다.

반면 한 친윤계 국민의힘 의원은 "이번 논란으로 적어도 한 가지 확실해진 것은 한 후보가 정치적 소통 능력이 떨어진다는 것"이라며 "김 여사가 먼저 문자를 보냈을 땐 한 후보도 비대위원장으로서 적절히 응했어야 한다"고 말했다.

sinjenny97@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