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명무실 필리버스터는 여야의 '약속대련'…"이탈표 단속 준비하자"

해병대원 특검법 본회의 상정…국민의힘 필리버스터 돌입
소수정당 한계 명확…24시간 후 강제 종료 후 표결 불가피

국민의힘 의원들이 3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 앞에서 우원식 국회의장과 민주당을 규탄하는 연좌 농성을 하고 있다. 2024.7.3/뉴스1 ⓒ News1 신웅수 기자

(서울=뉴스1) 서상혁 기자 = 국민의힘이 해병대원 특검법 저지를 위해 필리버스터 카드를 꺼내들었다. 검수완박 법안 처리 후 2년여 만인데, 여소야대 의석수 차이를 고려하면 표결을 저지하긴 역부족일 전망이다.

야당의 강경 처리 수순에 대항할 마땅한 추가 대응책이 없는 여당으로선 윤석열 대통령의 재의요구권 행사 후 '이탈표 막기'에 당력을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3일 국회에 따르면 국민의힘은 본회의에 해병대원 특검법이 상정됨에 따라 이를 저지하기 위한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에 돌입했다. 지난 2022년 더불어민주당의 검찰청법·형사소송법 일부개정안(검수완박법) 처리 시도에 맞선 필리버스터 이후 약 2년여 만이다.

필리버스터란 국회 내에서 소수당이 다수당의 일방적 입법 추진을 막기 위해 합법적 수단을 동원해 의사 진행을 고의로 지연시키는 '무제한 토론'을 말한다.

소수 정당의 '최후의 보루'라는 수식어에 걸맞지 않게, 필리버스터가 갖는 한계는 명확하다. 필리버스터 규정을 다루는 국회법 제106조의2에 따르면 필리버스터 돌입 후 24시간이 지났을 경우, 재적의원의 5분의 3만 동의하면 강제 종료할 수 있다.

더불어민주당을 비롯해 범야권 의석수는 187석으로 무난하게 강제종료가 이뤄질 전망이다. 과거에는 50시간이 넘는 필리버스터 사례도 있었지만, 그마저도 어려워진 셈이다.

게다가 필리버스터가 종료될 경우 해당 안건에 대해선 다음 회의에서 무조건 표결해야 한다. 특검법의 본회의 통과는 사실상 정해진 수순인 셈이다. 이번 해병대원 특검법 역시 필리버스터가 끝나면 표결을 막을 대안은 없다.

실제 그간 필리버스터를 빼든 소수정당이 거둔 결실은 좋지 않다. 지난 2020년 국민의힘은 국가정보원의 대공수사권을 경찰로 이전하는 국가정보원법 개정안 의결을 막기 위해 필리버스터를 진행했지만, 민주당에 의해 강제 종료됐다. 2022년 검수완박 때도 회기 종료로 인해 7시간 만에 끝났다. 이들 법안은 모두 본회의 문턱을 넘었다.

과거 수 차례 필리버스터를 경험했던 여당도 이같은 한계를 잘 알고 있다. 다만 해병대원 특검법이 '용산', 나아가 정권 핵심부를 정조준하고 있는 만큼 집권 여당으로서는 엄호에 나서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다.

국민의힘 한 의원은 "의원들도 무제한 토론이 큰 효과가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지만, 어쩔 수 없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일각에선 대통령의 재의요구권 행사에 대비해 '이탈표 막기'에 집중하는 게 현실적인 방법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재표결에서 여당 국회의원 108명 중 8명이라도 이탈한다면 대통령의 재의요구권도 의미가 없어진다. 여권 관계자는 "원내 지도부가 이탈표 막기에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hyuk@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