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대 국회 문 열자마자 "탄핵"…'습관성' 비판에 "상습 위법"

21대 국회서 5건 발의했으나 헌재 문턱 못넘어…무게감 하락
유례없는 대통령 거부권 행사에 불가피…"헌법 훼손 묵과 못해"

더불어민주당, 조국혁신당, 진보당, 사회민주당 등 야5당 의원들이 27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김홍일 방송통신위원장에 대한 탄핵소추안을 제출하기에 앞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오른쪽부터 윤종오 진보당 의원, 김현 더불어민주당 의원, 한창민 사회민주당 의원, 이해민 조국혁신당 의원, 김용민 더불어민주당 의원. 2024.6.27/뉴스1 ⓒ News1 김민지 기자

(서울=뉴스1) 구교운 기자 = 더불어민주당 등 야권은 윤석열 정부의 방송 장악 시도를 저지하겠다며 김홍일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 탄핵안을 발의했다. 지난 21대 국회에선 총 5건의 탄핵안을 가결했는데, 22대 국회가 문을 열자마자 탄핵안을 낸 것이다.

민주당 등 야권은 21대 국회에선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임성근 전 서울중앙지법 수석부장판사, 검사 3명(안동완·이정섭·손준성)에 대한 탄핵소추안을 통과시켰다. 국무위원과 현직 판사, 검사에 대한 탄핵소추안 가결은 모두 헌정 사상 처음이었다. 이동관 방통위원장 탄핵소추안도 발의됐지만 본인이 사퇴하면서 폐기됐다.

국회법상 탄핵소추는 일반적 징계 절차로 파면시키거나 일반 사법기관에서 소추하기 곤란한 대통령 등 고급공무원의 위법행위에 대해 탄핵의 소추를 할 수 있는 국회의 권리다. 다만 일반 법안보다 발의 및 의결 조건을 높였다. 발의·통과가 어려운 만큼 일단 국회를 통과할 경우 탄핵소추안에는 더욱 무게가 실리게 되는 것이다.

일반 법안의 발의는 10명 이상의 찬성이 있으면 할 수 있고, 의결은 재적의원 과반수 출석에, 출석 의원 과반수 찬성이 필요하다. 반면 탄핵소추안 발의에는 재적의원의 3분의 1 이상이 필요하고, 의결에는 재적의원 과반수의 찬성이 있어야 한다. 대통령의 경우 탄핵소추안 발의에는 재적 의원 과반수가 필요하고, 의결엔 재적의원 3분의 2 이상 찬성이 있어야 한다.

문제는 야권에서 탄핵소추안을 내는 빈도가 높고, 헌법재판소의 문턱을 넘지 못해 무게가 떨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임 부장판사 탄핵소추안은 헌재에서 본안 판단도 받지 못한 채 각하됐고, 이 장관과 안 검사에 대한 탄핵소추안은 기각됐다. 손 검사에 대한 심판 절차는 정지됐다. 이 검사는 지난 25일 변론절차가 마무리돼 다음 달 선고가 내려질 전망이다.

국회에서 탄핵소추안이 의결되면 해당 공무원은 선고가 날 때까지 직무가 정지되는 만큼 업무만 지연시킨 것 아니냐는 비판도 나온다.

국민의힘은 "또다시 나온 민주당의 '습관성 탄핵'은 방통위를 흔들고 언론 길들이기에 나서려는 검은 의도"라며 "민주당은 입법권력 남용에 대한 대가와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고 비판했다.

민주당 입장에선 윤석열 대통령이 비정상적으로 국정을 이끌고 있는 만큼 유례없는 방식으로 대처할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윤 대통령이 국회를 통과한 법안에 여러 차례 거부권(재의요구권)을 행사하며 다시 국회로 돌려보내고 있다는 것이다.

김 위원장의 경우에도 민주당이 방통위의 2인 체제 위법성에 관한 문제를 지속 제기했지만 정부와 여당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방통위는 대통령이 지명하는 위원장을 포함한 위원 2명과 국회 추천을 받는 3명(여당 1명·야당 2명) 등 5명의 합의제로 운영돼야 하는데 현재는 김 위원장과 이상인 부위원장 2명이 운영하고 있다.

김 위원장은 자신에 대한 탄핵소추안이 발의된 이튿날인 28일 오전 긴급히 전체회의를 열고 KBS와 MBC, EBS 등 공영방송 3사 임원 선임 계획을 의결했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민주당 간사 김현 의원은 같은 날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서 "민의를 대신하는 국회의원 186명이 탄핵안을 발의해 놓았는데, 회의를 통해 의사결정 하겠다는 건 정면 도전하는 것"이라며 "더 이상 그렇게 방송을 장악하고 헌법을 훼손하고 법률을 위반하는 행동을 묵과할 수 없다"라고 말했다.

kukoo@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