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 '특검 제3자 추천'에 복잡해진 野 셈법…친명 좌장 "수용하자"
민주 "안이한 발상, 시간끌기" 일축…원안 강행 우세
정성호 "여당안이라도 통과"…거부권 감안한 현실론
- 임세원 기자
(서울=뉴스1) 임세원 기자 = 한동훈 국민의힘 당대표 후보가 제시한 '제3자 추천' 방식 채상병 특검법을 놓고 더불어민주당 내에서도 의견이 분분하다.
수사 방해를 위한 시간 끌기라고 비판하며 민주당이 제시한 원안대로 추진해야 한다는 입장이 우세하지만, 제안을 수용하자는 소수 의견도 나온다.
박성준 원내수석부대표는 25일 "한동훈 전 위원장은 구차한 조건 걸지 말고 지금 특검법에 동의하라"며 "중립적이라는 이유로 대법원장에게 특검 추천권을 맡기자는 것은 안이한 발상"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민주적 정당성이라고 하는, 국민의 선출을 받은 국회의 입법부가, 그것도 야당이 대통령을 견제하고 의혹을 풀기 위해서 특검을 추천하는 것은 당연하다"고 주장했다.
앞서 한 후보는 야권이 제출한 해병대원 특검법이 더불어민주당과 비교섭단체인 조국혁신당이 각 1명씩 후보를 추천하고 대통령이 이들 중 특검을 임명하도록 한 것과 달리 제삼자인 대법원장에게 특검을 추천하자고 제안했다.
야권에서는 이런 방식으로 특검을 진행할 경우 2008년 BBK 주가조작 의혹 특검처럼 큰 성과를 내지 못하고 끝낼 수 있다고 우려한다.
2008년 1월 당시 BBK 주가조작 및 횡령, 이명박 전 대통령의 다스 차명 소유 등을 수사하기 위해 이용훈 당시 대법원장의 추천으로 정호영 특검팀이 출범했으나 별다른 성과를 내지 못하고 무혐의 처분한 바 있다.
수사를 방해하기 위한 시간 끌기용 전략이라는 지적도 있다. 한 후보 측 입장을 수용한다면 7·23 전당대회에서 국민의힘 당대표로 선출돼야 본격 논의가 시작되는데, 지난해 7월 말~8월 초 이루어진 해병대원 사건 수사 외압 의혹 관련자들의 통화 기록 말소를 얼마 앞두지 않은 시점이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한 민주당 의원은 뉴스1과의 통화에서 "특검법을 거부하는 상황에서 그냥 말로만 현란하게 빠져나가는 것 같다"며 "말장난인 셈"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특검 자체가 현재 사법부나 혹은 행정부에 대한 일종의 불신임 선언이기 때문에, 그래서 더더욱 '제3자 추천' 제안은 억지스럽다"고 지적했다.
반면 진일보한 결정이라며 수용하자는 입장도 있다. 여당 유력 주자가 제안한 수정안을 받아 입법에 나설 경우 윤석열 대통령의 거부권 명분을 더 퇴색시킬 수 있다는 판단이다. 아울러 공론화 과정에서 여당 내 분열이라는 부수적 효과도 노려볼 수 있다는 계산도 있다.
정성호 민주당 의원은 이날 뉴스1과의 통화에서 "여당에서 처음으로 특검을 하자고 하는데 그거라도 통과시키면 좋은 것 아니냐"며 "정무적 입장이나 정치적 판단을 해봤을 때 민주당에 유리한 사안 아닌가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처럼 특검 후보자를 누가 추천할 것이냐가 새로운 이슈로 떠오르는 한편 개혁신당에서는 전날 특검 추천권을 대한변호사협회(변협)에 넘기자는 중재안을 여야에 제시하기도 했다.
개혁신당 관계자는 "원래 특검법 자체는 대한변협 추천으로 이루어지게 돼 있었다"며 "여야가 모두 받아들일 수 있는 정도의 안으로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say1@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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