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논에 물대기 바쁜 여야, 그리고 국회의장 [기자의눈]
- 김경민 기자
(서울=뉴스1) 김경민 기자 = 더불어민주당이 총선에 담긴 민의를 바라보는 관점이 아쉽다. 민주당은 여론을 들어 18개 중 11개 상임위원장을 확보하고 입법 독주에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하지만 총선 투표를 들여다보면 모든 국민이 민주당에 힘을 실어 준 건 아니다.
4·10 총선에서 국민의힘이 만든 비례정당 국민의미래는 36.67%(1039만5264표)를 기록했다. 민주당이 주도한 비례정당 더불어민주연합은 국민의미래보다 9.98%p 낮은 26.69%(756만7459표)를 얻었다.
지역구 투표도 마찬가지다. 민주당 내 가장 선수가 높은 6선 조정식 의원의 지역구인 경기 시흥을만 보더라도, 국민의힘 상대 후보는 40% 가까이(39.56%·4만9828표) 표를 받았다. 시흥을은 조 의원이 내리 금배지를 단 민주당 텃밭으로, 이번 총선에서 조 의원 득표율은 56.53%(7만1207표)에 달했다.
빌미를 제공한 국민의힘의 전략도 안타깝다. 협상의 주도권을 잡지 못했으면, 최소한 상임위원장 선임안은 제출했어야 했다. 우원식 국회의장은 그간 국회법 준수 방침을 내세웠기에, 법정시한 내 원 구성 강행은 예견된 수순이었다.
국민의힘이 이제 와서 상임위원장 원점 재검토를 외치는 건 소 잃고 외양간을 고치는 격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 이미 주요 상임위원장을 차지한 민주당이 이를 받을 가능성은 적다. 절차적으로도 상임위원장은 국회법상 본회의의 동의를 받아 직에서 사임할 수 있다.
국민의힘이 상임위 대신 가동 중인 내부 특위도 입법 권한이나 법적 지위가 없어 실효성이 있을지 의문스럽다. 뾰족한 대응책을 찾지 못하자 매일 열던 의원총회도 중단됐다. 출구가 마땅찮다는 말까지 들린다.
우 의장은 중재력이 부족했다. 민주당의 상임위원장 일방 선출의 길을 열어준 탓에 결국 여야 협상 자체가 어려워진 꼴이 됐다.
우 의장은 원 구성 법정시한 하루 전 서울 노원구 경춘선숲길에서 현장민원실을 운영했다. 민심을 청취한 우 의장은 원 구성에 대한 당위성을 마련했다. 현장민원실이 있던 노원구는 우 의장의 친정인 민주당 강세 선거구다. 만약 우 의장이 강남 3구로 갔다면, 지금과 같은 극한 여야 대치는 멀어지지 않았을까.
본회의 개의 권한을 가진 우 의장은 6월 임시국회 정상화를 내걸고 있다. 이르면 이번 주, 늦어도 다음 주 본회의를 열고 나머지 7개 상임위원장을 선임할 가능성이 높다. 저마다 양보가 필요한 시점이다.
kmkim@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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