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판장' 친윤 존재감 1년만에 급전직하…'어대한' 전대 전략 고심
김재섭 "당 망친 친윤 개혁이 소임"…노골적 선긋기
당대표 포기·최고위원 집중 관측도…은인자중 행보
- 박기현 기자
(서울=뉴스1) 박기현 기자 = 직전 국민의힘 전당대회를 쥐락펴락한 친윤(친윤석열)계가 40여 일을 앞둔 이번 전대에선 좀처럼 존재감을 드러내지 않고 있다. 총선 참패의 주범으로 지목된데다 윤석열 대통령의 낮은 지지율 등으로 세가 위축되자 은인자중하는 모습이다.
특히 '어대한'(어차피 대표는 한동훈)이 공공연히 회자될 정도로 한동훈 전 비상대책위원장의 대세론이 굳어지고 있는 상황도 무관치 않다. 친윤 주자를 내세우기는커녕, 당권주자 후보군이 공개적으로 친윤과 선을 긋는 등 당내 위상 하락이 뚜렷하다.
수도권·30대·초선으로 주목받으며 잠재적 당권 주자로 거론되는 김재섭 국민의힘 의원은 일각에서 제기된 친윤 지원설에 대해 "제 정치적 소임은 친윤이라는 이름으로 당을 망쳐놓은 사람들을 개혁하는 것"이라며 "친윤계의 지원을 받을 생각은 없다"고 잘라말했다.
앞서 나경원 의원도 친윤 핵심 이철규 의원과의 '나이(나경원·이철규) 연대설'에 난색을 표한 바 있다. 나 전 의원은 "진짜 기분 나쁘다"라며 "굉장히 고약한 프레임"이라고 명확히 선을 그었다. 비윤계로 분류되다 친윤과의 연대설이 제기되는 것이 당권 레이스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는 해석이 잇따랐다.
이는 윤 대통령의 지지율이 20%대에 머무는 데다가 당내 인기도 급적직하 했다는 점과 무관치 않다. 이번 전대 경선에는 민심도 일부 반영하기로 했지만 80%에 달하는 당심을 잡는 것이 핵심이다. 윤 대통령 위상 하락이 견고한 당심 결집력을 흩뜨리면서 친윤계의 전대 영향력도 동반 감소했다는 분석이다.
지난해 3·8 전대에서 친윤인 정진석 의원을 위원장으로 한 비대위는 '7대 3' 전대룰을 '당심 100%'로 바꿨다. 이 덕분에 전대 초반 5~6위권에 머물던 김기현 후보가 '윤심 후보'로 부각돼 당원 과반의 표를 얻으며 당선될 수 있다.
그러나 현재 분위기는 1년 전과는 180도 바뀌었다. 구심력이 약해진 친윤계가 분화하며 이번 전대에서 위력을 발휘하지 못할 것이란 전망이 많다. 친윤계에서는 당 대표가 이미 한 전 위원장으로 정해졌다는 자조 섞인 무기력함도 감지된다. 한 중진 의원은 "총선을 거치며 당심이 한 전 위원장에게로 넘어갔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친윤계가 가능성이 희박한 당대표 경선보다 다수 최고위원 배출로 가닥을 잡을 것이란 관측을 내놓는다. 국민의힘 한 관계자는 "당 대표보다는 최고위원에 집중하자는 분위기가 감지되고 있다"며 "아직 후보군이 나오지는 않은 것 같다"고 말했다.
다만 최근들어 나경원 의원이 "공천보다 전대에서 (민심을) 적게 반영하는 것이 맞다"며 "그간 비대위와 당헌·당규 특위에서 많은 논의 끝에 결정한 것"이라고 친윤계와 주파수를 맞추는 듯한 행보가 이목을 끌고 있다. 나 의원이 주도하는 포럼에 이철규 의원이 참여하기도 했다. 나 의원이 지리멸렬한 친윤계 표심을 흡수해 한 전 위원장 대항마로 나서는 시나리오가 거론되는 이유이다.
윤상현 의원도 "같이 가야만 하는 포용의 대상인 친윤 타도에 반대한다"며 "결국 우리 당, 우리 정부, 친윤, 비윤, 반윤이든 윤석열 정부의 성공을 위해서는 같이 가야 하는 대상"이라고 친윤계에 러브콜을 보낸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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