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대표보다 센 부대표?…황우여발 '2인 지도체제' 뭘 노리나
"한동훈 견제용" 시선…황우여, 용산과 소통했나 의심도
흥행·안정 주장…韓-'잠룡' 수석최고위원 '갈등' 우려도
- 박기범 기자
(서울=뉴스1) 박기범 기자 = 국민의힘 전당대회를 앞두고 황우여 비상대책위원장이 제안한 '2인 지도 체제'를 둘러싼 갑론을박이 당내에서 이어지고 있다. 비윤(비윤석열)인 '한동훈 견제용'이란 의심이 제기되면서다. 지도체제 변경은 지도부 선출 방식에 영향을 미치는 만큼 당권주자들도 민감하게 예의주시하고 있다.
여상규 국민의힘 당헌·당규 개정 특위위원장은 7일 회의를 마친 후 당 지도체제 개정과 관련해 "결론 난 것이 없다"고 말했다. 특위는 오는 12일까지 결론을 낸다는 방침이다.
2인 지도체제는 당대표 선거에서 1위가 대표를, 2위가 수석최고위원이 되고, 나머지 최고위원은 별도 경선을 통해 선출하는 것으로, 현재 당대표와 최고위원 경선을 각각 치르는 '단일 지도체제'와 경선에서 1위가 당 대표를 차순위부터 최고위원을 하는 '집단 지도체제'를 합친 절충안이다.
명분은 전대 흥행이다. 차기 당권주자 관련 여론조사에서 1위를 차지한 '한동훈 대세론' 속 다른 당권주자의 전대 출마를 이끌 수 있다는 기대다.
당대표 궐위 시 수석최고위원이 대표직을 승계해 지도부가 연속성을 가질 수 있다는 것도 2인 지도체제를 주장하는 이유 중 하나다. 대권-당권 분리 규정으로 인해 대권 주자가 대표가 될 경우 임기가 1년여에 제한되는 점도 보완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2인 지도체제에 대한 당내의 분위기는 호의적이지 않다. 특정인, 특히 '한동훈 견제용'이란 의심이 이어지고 있다. 수석최고위원이 정치경험이 적은 한 전 위원장의 약점을 보완할 수 있지만, 당대표의 영향력을 제한할 수 있기 때문이다.
'친윤'(친윤석열)계로 분류되는 황 비대위원장이라 이같은 의심을 더하고 있다. 진수희 전 보건복지부 장관은 6일 밤 CBS라디오 '박재홍의 한판 승부'에서 "황 비대위원장이 용산과 소통하고 있는 것 같다"며 "그래서 부통령처럼 부대표를 두는 하이브리드 체제를 (들고 나온 것 같다)"고 했다.
당초 황 비대위원장이 당대표 경선에서 1등이 대표를 맡고 2~3위가 최고위원을 맡는 3인 지도체제를 주장하다 2인 지도체제를 주장하는 것을 두고 '비윤' 한 전 위원장에 이어 유승민 전 의원이 지도부에 입성하는 것을 막기 위한 조치란 시선도 있다.
당대표 사퇴 시 수석 최고위원이 지방선거까지 당을 이끌면서 공천권을 행사할 수 있어 대표보다 더 큰 힘을 가질 수 있다는 점도 논란이다.
현재 예상대로 '한동훈 대표'가 탄생할 경우, 유력 당권주자들이 차지할 수석최고위원과 화학적 결합이 쉽지 않다는 점도 우려 지점이다. 나경원·안철수·원희룡 등은 지난 총선에서 각자 서울·경기·인천 선대위원장을 맡으며 한 전 위원장과 호흡을 맞췄고, 유승민 전 의원은 총선 지원 유세에 나서며 한 전 장관을 지원했다.
하지만, 이들은 모두 '대권'이란 공동의 목표를 가진 잠재적 경쟁자인 만큼 존재감을 과시하기 위해 한 전 위원장과 갈등을 빚을 가능성이 높다는 게 정치권의 관측이다.
나 의원의 경우 최근 '찐윤' 이철규 의원과 각각 당대표와 원내대표를 맡는 '나이연대' 설이 불거질 만큼 친윤계에서 비윤계를 견제할 인물로 내세우고 있다. 유 전 의원은 한 전 위원장이 제안한 ‘지구당 부활’을 비판하며 날을 세우기도 했다.
이들 모두 대권 주자로 '지도부 안정' 효과도 제한적일 것이란 목소리도 나온다. 김재원 전 최고위원은 이날 YTN라디오 '뉴스 파이팅'에서 "2등을 나경원·원희룡·안철수·유승민 중에 누가 했다 치자, (대선 경선에) 안 나가겠냐,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유력 당권주자들 모두 2인 지도체제에 부정적 입장을 밝힌 만큼 전대 흥행 효과도 미지수다.
거대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이 이재명 대표를 중심으로 대야공세를 예고한 상황에서 2인 체제는 지도부 혼란으로 인해 야당 공세에 신속히 대처하기 어려울 것이란 비판도 존재한다.
여권 관계자는 "전대를 불과 며칠 앞두고 지도체제 개정이란 중요 이슈를 다루는 것 자체가 문제"라며 "임시지도체제인 비대위가 당을 혼란에 빠뜨리고 있다"고 비판했다.
pkb1@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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