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힘, 절충형 지도체제 거론…흥행 고심 속 '한동훈 힘 빼기' 관측도

절충형 지도체제…대표 선거 2·3위도 지도부 입성
"한동훈 유일체제 견제용…견제 필요 있냔 의견도"

황우여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31일 오전 충남 천안시 재능교육연수원에서 열린 제22대 국회의원 워크숍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4.5.31/뉴스1 ⓒ News1 구윤성 기자

(서울=뉴스1) 박기현 기자 = 황우여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차기 당 지도부를 '절충형'으로 구성하는 방안을 거론했다. 구심점이 분산된 형태의 지도체제를 도입하려는 시도는 '대세론'으로 떠오른 한 전 위원장을 견제하려는 것 아니냐는 의견이 나온다.

황 위원장은 30일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현행 단일지도체제와 과거의 집단지도체제를 혼합한 절충형 지도부 구상에 대해 "여러 아이디어 중 하나"라며 가능성을 열어놨다. 지도체제 개편과 관련해 말을 아껴온 황 위원장이 '절충형 지도체제'를 언급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절충형 지도체제'는 대표 선거와 최고위원 선거를 따로 치르되, 대표 선거에서 2·3위를 기록한 후보도 최고위원으로서 지도부에 입성하는 방안이다.

황 위원장은 "한동훈 전 위원장이 나와도 제발 나와달라고 설득할 수 있도록 단일도, 집단도 아니고 하이브리드"라며 "(최고위에서) 한두 명 이상 묵직하고 국민이 알아볼 수 있는 사람이 얘기하면 재밌지 않겠냐"라고 제안했다.

당권 주자들의 반응은 엇갈렸다. 안철수 의원은 "지금이야말로 집단지도체제도 한번 검토해 볼 만한 시기가 아닌가 생각한다"고 말했다. 윤상현 의원과 나경원 의원은 "집단지도체제나 단일지도체제는 다 장단점이 있다"며 어떤 지도체제가지도체제가 적합한지는 좀 더 논의가 필요하단 입장을 밝혔다.

한편 친윤(친윤석열)계인 이철규 의원은 언론 인터뷰에서 "개인적으로 갸우뚱해지는 제안"이라며 "누군가를 견제하기 위해 단일지도체제에서 집단지도체제로, 또는 절충형으로 가자, 이렇게 들리는 순간 우리 제도는 형해화한다"고 지적했다.

아직까진 당 지도부가 절충형 지도체제를 공식 논의하는 단계는 아니다. 추경호 원내대표는 "아직 지도체제에 관해 당내에서 공식적으로 심도 있게 논의된 바 없다"고 밝혔다.

당 일각에서는 한 전 위원장이 전당대회에 출마하기만 하면 당대표가 될 것이 유력한 만큼, 원톱의 힘이 약화한 지도부 구성으로 한 전 위원장을 견제하려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을 드러냈다.

당 관계자는 "한동훈 유일 체제를 만들 수 있다는 우려가 있기 때문에 집단지도체제를 일부 도입한 것"이라며 "다만 황 위원장 본인의 경험으로 완전 집단지도체제로 가면 봉숭아학당이 될 수 있다는 걱정이 있어서 일부 도입하는 방식으로 간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다른 당 관계자는 "일종의 편법으로 한 전 위원장을 견제하는 것"이라면서도 "다만 당 주류에서는 구태여 당헌·당규를 바꿔가면서까지 견제할 필요가 없다는 의견도 나온다"고 전했다. 그는 "한 전 위원장 말고는 대안도 없는 상황이고, 빨리 당대표를 시켜서 빨리 나가라고 하면 되지 않느냐는 기류가 있는 것"이라고 전했다.

masterki@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