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샘으로 따낸 '1호 법안' 관심…순서 경쟁보다 중요한 결실[기자의눈]
- 강수련 기자
(서울=뉴스1) 강수련 기자 = 22대 국회가 막을 올렸다. '교통약자 이동권 보장을 위한 법률안'이 1호 발의 법안으로 기록됐다. 시각장애인인 서미화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보좌진과 번갈아 3박4일간 밤샘한 성과다.
과거 국회에서처럼 22대 1호 법안 역시 절실함이 가득하다. 장애인들의 이동권은 당연히 보장 돼야하는 '권리'로, '편의'가 아니라는 인식을 전제로 한다. 법안에는 모든 교통수단과 여객시설 및 도로 등의 이동권 보장과 지원계획 수립 주체, 지원 근거 등 전면적인 권리 보장 내용이 담겼다.
시민사회 몫의 비례대표로 뽑힌 서 의원은 인권운동가로 활동하며 국가인권위원회에서 비상임위원으로 활동했다. 목포시의원 당시에도 장애인 관련 조례 제·개정에 힘썼다.
장애 당사자로서 소수자를 위한 법안을 22대 국회 1호 법안으로 발의한 자체로도 적지 않은 의미가 있다. 2021년부터 이동권 보장을 위해 지하철 시위를 이어온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도 법안을 환영하고 있다.
그러나 '1호 법안' 상징성을 위해 3박4일간의 밤샘 대기 과정이 이슈가 되며 오히려 법안 내용이 빛을 받지 못하는 주객전도의 상황은 씁쓸한 뒷맛을 남긴다.
1호 법안 제출을 위한 보좌진들의 대기 시간은 계속 늘어왔고, 어느덧 관행이 됐다. 19대 국회에서도 김정록 전 새누리당 의원이 발달장애인 지원 및 권리보장에 관한 법률안을 1호 법안으로 제출했다. 보좌진들이 68시간동안 밤을 지새운 덕분이다. 당시에도 언론 스포트라이트가 이들의 '오픈런'에 더 쏠렸다.
이에 김 전 의원은 당시 "일련의 과정들이 보도되면서 정작 중요한 발달장애인과 가족들이 겪는 어려움, 이를 위한 발달장애인법의 중요성이 부각되지 못한 것 같아 개인적으로 아쉬움이 남는다"고 국회보에 적기도 했다. 서 의원 측도 '노이즈마케팅'으로 비치는 데 대해선 적지 않은 아쉬움을 표했다.
치열한 '1호 법안' 선점 경쟁에도 법안 통과율이 저조하다는 점도 되새겨볼 일이다.
4박5일 밤샘 결과인 21대 1호 법안 공공기관의 사회적 가치 실현에 관한 기본법안, 74시간을 대기해 20대 1호 법안이 된 통일경제파주특별자치시의 설치 및 파주평화경제특별구역의 조성·운영과 지원에 관한 특별법안은 모두 상임위 문턱도 넘지 못하고 폐기됐다. 19대 발달장애인법과 18대 종합부동산세법 일부개정법률안도 본 취지를 제대로 살리지 못하고 대안 반영되는 데 그쳤다.
22대 국회 첫날만 각 의원들의 1호 법안으로 47건이 발의됐다. 21대 국회 첫날 발의된 법안 60건 중 절반인 30건이 임기만료 폐기된 점을 떠올리면 더더욱 순서 경쟁의 의미가 바래보인다. 1호 법안 순서 경쟁보다 법안 통과에 보다 절실함과 치열함을 보여야 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서 의원실 관계자는 "법안을 만들기 위해 오랜 시간 검토했고 27분의 의원들이 공동발의해주셨다. 상임위에서 충분히 논의할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할 것"이라며 의지를 밝혔다.
22대 국회는 개원부터 해병대원 특검법 등을 두고 21대보다 더한 강대강 대치가 예정돼 있다. 쟁점 법안 대치를 이유로 사회적 약자와 민생을 위한 법안들이 제대로 논의조차 안 되는 상황이 22대에서도 반복돼선 안 된다.
21대 국회는 '법안처리율 최저' 오명을 경신했다. 22대 국회의원들이 새 기록을 만들어낼지 두고 볼 일이다. 1호 법안은 물론 각각의 절실함이 담긴 법안 통과에 발의보다 더한 정성을 기울여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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