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당 부활' 정치개혁 급물살…'금권선거'도 살아날라

여야 22대 국회 첫날 동시 발의…이재명·황우여·한동훈 한목소리
현역 기득권 타파·정치신인 등용문 기대…"정치개혁 역행" 비판도

총선을 이틀 앞둔 8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제22대 국회 개원종합지원실 현판식에서 국회사무처 직원들이 제22대 국회의원들이 착용할 국회 배지를 공개하고 있다. (공동취재) 2024.4.8/뉴스1 ⓒ News1 송원영 기자

(서울=뉴스1) 박기범 기자 = 제22대 국회 시작과 함께 '지구당 부활'이 정치권의 주요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여야는 원외 인사들의 정치적 활동 공간을 마련하고 풀뿌리 민주주의 강화를 위해 지구당이 필요하다는 데 의견을 모으고 있다.

반론도 적지 않다. 과거 지구당 폐지의 근거이던 부정부패, 금권선거 등의 폐해가 나타날 수 있다는 지적이다.

31일 정치권에 따르면 윤상현 국민의힘·김영배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각각 지구당을 부활하는 내용이 담긴 법안을 전날(30일) 발의했다. 두 의원의 법안은 지구당 부활과 함께 지구당이 정치후원금을 받고 지역 사무실을 운영하며 직원을 둘 수 있는 내용을 담고 있다. 윤 의원은 1억5000만원, 김 의원은 5000만을 연간 모금액 한도로 제시했다.

여야 지도부도 지구당 부활에 동의하는 분위기다. 앞서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당원 콘퍼런스 행사에서 지구당 부활에 대해 "중요한 과제"라고 했다. 황우여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회도 비공개회의에서 지구당 부활에 대한 당내 논의를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여야가 모두 지구당 필요성에 공감대를 형성하면서 논의는 물살을 탈 것으로 보인다. 다만, 이에 대한 의견은 엇갈린다.

현역 의원들의 기득권을 타파하고 지역 정치를 활성화 할 수 있다는 점은 장점으로 꼽힌다. 원외 인사가 현역 의원과 같이 사무실을 운영하고 후원금을 모집한다면, 정치적 활동 영역이 넓어질 수 있다.

나경원 국민의힘 의원은 "원외위원장으로 활동을 해보니 정치자금 모금이 문제"라며 "(지구당 부활을) 당연히 해야 된다"고 말했다.

원외 인사들의 정치 활동 영역이 넓어지면 새로운 인물, 특히 청년 등 정치신인의 정치권 유입에 용의할 것이란 점도 장점으로 꼽힌다.

한동훈 전 비상대책위원장은 전날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기득권의 벽을 깨고 정치신인과 청년들에게 현장에서 공정한 경쟁을 할 수 있도록 지구당을 부활하는 것이 정치개혁"이라고 했다.

지구당을 통해 현장 민심을 청취하고 이를 중앙 정치권으로 전달할 수 있어 풀뿌리 민주주의를 강화할 수 있다는 점과, 정치자금을 양지로 이끌어낼 수 있다는 것도 장점으로 꼽힌다.

다만, 과거 지구당 제도에서 발생했던 금권선거 등 폐해가 재연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사무실, 인건비 등 지구당 운영에 '돈'이 필요해, 후원금 모집 과정 등에서 지역 유력 인사와 정치권의 유착이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 지구당 제도는 지난 2002년 대통령 선거 당시 한나라당(국민의힘 전신)이 수백억 원의 불법 정치 자금을 수수한 이른바 '차떼기 사건'이 계기로 2004년 폐지됐다.

정치권은 후원금 등에 대한 투명화를 통해 이같은 우려 불식이 가능하다고 주장하지만 현실적으로 관리·감독이 쉽지 않을 것이란 반론이 나온다. 지역 정치 활성화란 정치권의 명분도 약하다는 지적이다. 최창렬 용인대 교수는 "지금은 지구당이 있어야만 지역 의견을 전달할 수 있는 시대가 아니다"고 했다.

정치신인 등용의 경우, 각 당이 공천 과정에서 할 수 있는 영역이란 지적이 나온다. 정치권 관계자는 "공천에서 컷오프 등 인물을 교체할 수 있는 방법은 언제든 있다"고 꼬집었다.

지구당 논의가 시작된 의도에 대한 의심도 적지 않다. 민주당의 경우, 앞서 국회의장 경선 이후 탈당 등 당원들의 반발이 이어졌는데, 이같은 불만을 완화하기 위해 지구당을 제안했다는 시선을 받는다.

국민의힘의 경우 전당대회를 앞두고 당내 다수를 차지한 원외위원장들의 표심을 겨냥한 행보로 분석된다. 법안을 발의한 윤상현 의원이나, 이에 동의한 한동훈 전 위원장, 나경원 의원 등은 모두 여당의 당권 주자로 꼽힌다.

신장식 조국혁신당 의원은 전날 "지구당이 '돈 먹는 하마'가 되지 않을만한 혁신이 이루어졌는지, 이를 막을 제도적 대안이 있는지 물어야 한다"며 "한 전 비대위원장이 당권에 도전하기 위해 자신이 공천했으나 낙선한 후보들을 챙겨주기 위해 지구당 부활을 활용하려는 것이라면 더욱 큰 문제"라고 했다.

홍준표 대구시장도 지난 29일 지구당 부활에 대해 "정치개혁에 반하는 것"이라며 "전당대회를 앞두고 원외위원장 표심을 노리고 (주장)하는 건 옳지 않다"고 비판했다.

pkb1@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