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대로면 공멸"…'채상병 특검법' 탄핵 트라우마가 이탈표 막았다

의원들 찬성 표명에 여당 위기감…대통령 옥죄기용 특검으로 보여"
"野 탄핵 주장이 與 의원 심각하게 만들어…무효표도 국힘일 듯"

28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21대 국회 본회의를 마친 의원들이 산회 후 회의장을 나서고 있다. 2024.5.28/뉴스1 ⓒ News1 구윤성 기자

(서울=뉴스1) 박기현 기자 = '채 상병 사망 사건 수사 외압 의혹 특검법(채 상병 특검법)'이 찬성 정족수에 크게 못 미쳐 부결 것은 국민의힘의 위기감이 작용했기 때문이라는 의견이 29일 당내에서 나온다.

채 상병 특검법은 전날 본회의에서 재석 의원 294명 중 찬성 179명, 반대 111명, 무효 4명으로 부결돼 최종 폐기됐다. 대통령이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해 국회로 되돌아온 법안은 재적 의원 과반 출석에 출석 의원(294명) 3분의 2인 196명 이상이 찬성해야 통과한다.

당초 국민의힘 내에서는 이탈표 관리가 쉽지 않을 것이라 전망됐다. 안철수·유의동·김근태·김웅·최재형 의원이 공개적으로 찬성표를 던지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재표결은 무기명으로 이뤄지는 터라, 58명에 이르는 낙천·낙선자들 사이에서 당론이 아닌 소신 투표가 속출할 수 있다는 우려가 팽배했다.

결과 발표 전까지만 해도 이번 표결은 최소 한 자리 수 싸움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었다. 그러나 표결 결과는 의결 정족수보다 17표 적은 179표에 그쳤다. 추경호 원내대표는 이날 "제21대 마지막 본회의마저 민주당의 입법 폭주로 얼룩졌다"며 "하지만, 국민의힘 의원님들께서 단일대오로 뭉쳐 주신 덕분에 특검법이 부결될 수 있었다"고 격려했다.

이에 대해 야권의 대통령 탄핵 거론, 민주당이 특검법안을 편향적으로 만든 데 대한 반발이 크게 작용했던 것으로 분석됐다.

한 초선 의원은 "탄핵 트라우마가 작동했다. 그때처럼 공멸할 수 없다는 것"이라며 "민주당에서는 이번 특검의 결과가 어떤 식으로 결론이 나든, 이를 활용해 윤석열 대통령을 탄핵으로 옥죌 수도 있다는 위기감이 있었다. 어떻게 되찾은 정권인데 고사하도록 내버려둘 수 없었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 재선 의원은 "탄핵을 주장한 자체가 의원들을 심각한 상황으로 판단하게 만든 것"이라며 "조경태 의원도 그랬듯, 여당 내부에서 찬성으로 생각했다가 반대로 바꾼 의원들이 여럿 있는 것으로 안다. 무효표도 찬성하려고 마음먹었던 국민의힘 의원들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4선 고지에 오른 의원은 "이 법안의 주요 타깃은 억울한 채 상병의 죽음을 규명하는 게 아니고 현 정권을 억제하기 위한 것이라는 공감대가 생겼다"며 "자신들이 검찰을 믿을 수 없다며 만든 공수처의 수사를 믿지 못하니까 특검을 진행하자고 주장하는 데서도 많은 의원이 문제라고 느꼈던 것 같다"고 전했다.

masterki@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