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핵열차' 압박에 맘 못 놓은 윤재옥…의원 115명 일일이 챙겨

전임 원내부대표단 활용…"내가 원내대표라 생각해달라"
불출석 우려 의원 20명에 전화…직접 부산 내려가기도

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 겸 당 대표 권한대행이 9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통화를 하며 이동하고 있다. 2024.5.9/뉴스1 ⓒ News1 송원영 기자

(서울=뉴스1) 박기현 박기호 기자 = 야권이 탄핵 공세의 발판으로 삼았던 '채 상병 사망 사고 수사 외압 의혹 특검법(채 상병 특검법)'은 28일 국회 본회의에서 부결돼 폐기됐다. 예상보다 넉넉한 표차로 부결된 배경에는 윤재옥 전 원내대표의 물밑 설득이 있었다는 평가가 여권에서 나온다.

채 상병 특검법은 이날 오후 본회의에서 진행된 재표결에서 재석 294명에 찬성 179명, 반대 111명, 무효 4명으로 부결됐다. 이로써 채 상병 특검법은 자동 폐기됐다.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한 법안이 다시 통과되기 위해서는 재적의원 과반수 출석에 출석의원 3분의 2 이상의 찬성이 필요하다. 이날 결과가 나오기 전까지만 해도 전원 출석과 범야권 의원 180명이 찬성표를 던진다는 것을 전제로, 국민의힘의 이탈표가 17표를 넘어설지가 관전 포인트로 꼽혔다.

특히 국민의힘 내에서는 안철수·유의동·김근태·김웅·최재형 의원이 공개적으로 채 상병 특검법에 찬성표를 던지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재표결은 무기명으로 이뤄져 58명에 이르는 낙천·낙선자들 사이에서 당론이 아닌 소신 투표가 속출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왔다.

이에 따라 이번 표결은 최소 한 자리 수 싸움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었다. 다만 이날 본회의에서 의결 정족수는 196명(재석 294명의 3분의 2)이었고, 찬성표는 이보다 17표 적은 179표에 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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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재옥 전 원내대표는 이탈표 관리를 위해 자신과 함께 호흡을 맞췄던 전임 원내부대표단에 도움을 구했다. 윤 전 원내대표는 전임 원내부대표단과 2박 3일 단합대회를 열었고, 부대표 한 사람당 의원 10여명씩 맡아 출석 및 가부 여부를 관리하게 했다.

그는 원내부대표단에게 "새 원내대표가 뽑혔다는 안일한 생각을 하면 낭패다. 내가 원내대표라는 생각으로 일을 하고 있으니 전부 함께해달라"고 호소한 것으로 전해졌다.

윤 전 원내대표는 공개적으로 찬성 의사를 밝힌 5명의 의원들을 설득하기도 했다. 그는 불출석 우려가 있는 20명의 의원에게는 일일이 전화하고 만나자고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례로 낙선 의원들을 만나기 위해 직접 부산에 내려가기도 했다는 후문이다.

윤 원내대표는 원내부대표단과 함께 본회의 당일인 이날 황보승희·하영제 의원 등 범여권으로 분류되는 무소속 의원을 포함해 총 115명의 의원에게 참석 여부를 확인하고 찬반 입장을 청취했다. 이날에만 이들은 점검회의를 두 차례 열었다.

윤 전 원내대표는 이날 뉴스1과 통화에서 "중요한 정국의 변곡점이 될 표결을 앞두고 원내대표가 교체됐지만, 내가 원내대표라는 생각으로 표결 상황을 관리했다"며 "의원들이 생각을 바꿨는지는 모르지만 한분, 한분 최선을 다해서 설득했다"고 전했다.

masterki@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