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읽기] 미래기술② : 퀀텀닷(Quantum Dot)

 유희수 국회미래연구원 연구지원실장
유희수 국회미래연구원 연구지원실장

"퀀텀닷은 인류에게 엄청난 혜택을 가져다주고 있으며, 연구자들은 퀀텀닷이 미래에 유연 전자제품, 소형센서, 초박형 태양전지, 양자통신에도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한다." 지난해 노벨화학상 수상자를 발표하면서 노벨위원회가 밝힌 선정 이유이다. 2023년 노벨화학상은 퀀텀닷을 발견하고 합성에 성공한 세 명의 과학자에게 돌아갔다. 알렉세이 에키모프 전 나노크리스탈 테크놀로지 연구원, 루이스 브루스 컬럼비아대 교수, 모운지 바웬디 MIT 교수가 바로 그 주인공들이다.

에키모프 박사와 브루스 교수는 비슷한 시기 각기 다른 장소에서 퀀텀닷을 발견했다. 1981년 러시아 바빌로프 광학연구소에서 근무하던 에키모프 박사는 유리에 염화구리(Copper chloride)를 첨가할 때 염화구리의 결정 크기에 따라 다른 색을 띠는 현상을 최초로 발견했다. 이 연구 결과는 소련의 과학저널 JETP Letters에 발표되었으나, 당시에는 거의 주목을 받지 못했다. 그리고 이듬해인 1982년 당시 미국 벨 연구소의 연구원이던 브루스 교수는 용액에 황화카드뮴(Cadmium sulfide) 입자들이 균일하게 퍼진 콜로이드 상태의 퀀텀닷을 합성했다. 이 나노입자들은 만들어지고 하루가 지나는 동안 평균 직경이 4.5nm에서 12.5nm로 커지면서 스스로 색이 변화하는 현상을 보였는데, 브루스 교수는 이와 같은 양자효과를 실험적으로 입증했다. 이후 1993년 바웬디 교수는 완벽한 형태의 퀀텀닷을 대량 생산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냈다. 퀀텀닷의 활용도를 높이기 위해서는 입자들이 균일한 크기로 합성되어야 하는데, 바웬디 교수는 계면활성제 용액을 300℃ 이상의 고온으로 가열한 후 전구체를 주입하는 방식으로 퀀텀닷을 만드는 데 성공하면서 기술이 상용화에 이르는 기초를 닦았다.

그럼 퀀텀닷은 무엇인가? 퀀텀닷은 입자 크기에 따라 전기적·광학적 성질이 변화하는 수 나노미터(nm) 수준의 반도체 입자로서 수백에서 수천 개의 원자로 구성된 물질이다. 여기서 한가지 질문을 던져보자. "물질이 우리가 눈으로 인식할 수 있는 크기에서 점차 작아져 나노 수준이 되면, 그 물질의 특성은 변화할까?" 물질이 가지는 특성은 여러 가지가 있겠으나, 가시적으로 확인할 수 있는 성질 중 하나가 바로 색(color)일 것이다. 퀀텀닷은 물질의 구조를 그대로 유지하면서 입자의 크기를 변화시키는 것만으로 빛이 흡수되거나 방출되는 진동수와 파장을 조절해 다양한 색을 내는 특징을 지니고 있다. 반도체 원자에 에너지가 가해지면 전자 하나가 그 에너지를 받아 valence band에서 conduction band로 이동하는데, 이때 valence band에는 전자가 원래 있던 자리에 hole이 생긴다. 그런데 반도체 물질의 크기가 수 나노미터 수준으로 작아지면 전자와 hole이 움직일 수 있는 공간이 제한되고, 이 둘이 전기적인 인력에 의해 좁은 공간에 묶이게 된다. 나노입자의 크기가 작아질수록 전자와 hole은 더 좁은 공간에 묶이게 되고, valence band에서 conduction band로 이동하는 데 더 많은 에너지를 필요로 하게 된다. 결국 energy band-gap이 증가함에 따라 더 큰 에너지에 해당하는 빛을 발하게 된다. 가시광선 영역에서의 빛은 에너지가 클수록 단파장의 보라색, 그리고 작을수록 장파장의 붉은색을 띠기 때문에 퀀텀닷은 입자의 크기에 따라 다양한 색을 나타낸다.

퀀텀닷은 무기(inorganic) 재료이기 때문에 유기재료에 비해 수명이 길고, 용액 공정을 통해 생산 단가를 낮출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대면적 소자 생산에 유리하다. 또한 크기가 작기 때문에 좁은 공간에 상대적으로 많은 입자를 배치해 빛 에너지를 밀집시킴으로써 전력 소모량을 줄일 수 있다. 무엇보다 현존하는 물질 중 가장 높은 색순도와 넓은 색재현율을 가지고 있어, 자연 색감 그대로 생생하게 표현하는 데 가장 적합한 디스플레이 소재로 꼽힌다. 실제로 최근 평판 디스플레이는 기존의 LCD에서 OLED를 지나 퀀텀닷 기술이 적용된 디스플레이로 넘어가는 추세이다. 삼성전자는 2017년 QLED TV를 처음으로 출시했는데, 그렇다면 퀀텀닷 디스플레이는 이미 상용화가 완료된 기술 제품인가? 그렇지 않다. 현재 판매 중인 퀀텀닷 디스플레이 제품들은 퀀텀닷 기술이 완벽히 구현되었다고 보기 어려운 과도기 제품에 해당한다. 기존의 LCD 방식에 퀀텀닷을 film 또는 color filter로 적용한 기술, 그리고 blue OLED를 back light unit으로 두고 퀀텀닷을 red와 green color filter로 적용한 기술이 대표적으로 그러하다. 반면 퀀텀닷의 장점들을 극대화한 궁극의 퀀텀닷 디스플레이는 이른바 QDEL(Quantum Dot Electroluminescent)로, 퀀텀닷 소재가 3원색 RGB를 전부 자체 발광으로 구현하는 기술이 적용된다. 현 시점에서 예측 가능한 디스플레이의 미래이자 꿈의 TV 소자라고 할 수 있다.

퀀텀닷의 활용은 디스플레이에 그치지 않는다. 퀀텀닷은 빛을 방출하는 특성뿐 아니라 흡수하는 특성도 우수해 태양전지와 광 센서 분야의 차세대 소재로 주목받고 있다. 태양광이 가지는 파장 영역대가 넓다 보니 이를 효율적으로 흡수할 수 있는 물질이 없고, 태양전지에 가장 많이 활용되고 있는 실리콘도 30% 이상의 효율을 내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퀀텀닷을 태양전지에 활용할 경우 넓은 파장영역에서 빛을 흡수할 수 있도록 입자 크기를 조절해 전지 효율을 획기적으로 개선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광 센서 분야에서는 적외선 파장의 미세한 빛을 탐지하는 기술로 자율주행, 로봇, IoT 등의 분야에 응용이 가능하다. 또한 의료 분야에서는 광 이미징 기술로 활용이 가능하다. 가시광선은 신체 조직에 잘 흡수되므로 이미징으로 신체를 관찰하는 데 한계가 있으나, 퀀텀닷은 그 입자 크기를 조절해 신체 조직이 흡수하지 않는 빛을 내도록 한 후 이미징 기법을 통해 질병을 진단할 수 있다. 이 밖에도 향후 지속적으로 응용 분야를 넓혀갈 것으로 기대되는 기술, 바로 퀀텀닷이 미래기술인 이유이다.

/유희수 국회미래연구원 연구지원실장

※미래읽기 칼럼의 내용은 국회미래연구원 원고로 작성됐으며 뉴스1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