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상병·해외직구·연금개혁'…與 당권주자들, 尹정부와 차별화
대통령실·정부에 줄줄이 쓴소리…총선 패배 후 분열 가속 조짐
尹지지율, 채상병 특검 거부에 일간 최저…"존재감 부각 의도"
- 이비슬 기자
(서울=뉴스1) 이비슬 기자 = 여권 내 잠재적 당권 주자들이 연일 대통령실과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 연금개혁, 채상병 특검법을 비롯한 쟁점 법안부터 '해외 직구 금지' 사태까지 대통령실과 차별화에 나선 모양새다.
28일 국민의힘에 따르면 나경원·안철수·유승민·윤상현·한동훈을 비롯한 여권 주요 당권주자들이 총선 직후부터 대통령실을 향해 쓴소리를 마다하지 않고 있다.
가장 뜨거운 화두는 연금개혁이다. 대통령실과 국민의힘은 "22대 국회에서 재논의 후 연금개혁안을 추진해야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어, 소득 대비 받을 수 있는 연금 비율(소득대체율)을 구조개혁 없이 현행 40%에서 44%까지 우선 높이자고 요구하는 민주당과 이견을 보이고 있다.
여권 내에선 윤희숙 전 의원과 윤상현 의원에 이어 나경원 당선인이 연금개혁을 조속히 처리할 것을 요구하고 나섰다. 나 당선인은 전날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편집인 토론에서 "저는 모수개혁이라도 진행하는 것이 맞지 않나 생각한다"며 "처음에 굉장히 부정적이었는데 첫 단추라도 끼워야 하는 것 아니냐"고 입장을 바꿨다.
윤상현 의원도 지난 22일 페이스북을 통해 "21대 마지막 본회의는 절차적 미성숙 단계에 있는 채상병 특검법을 처리하는 것이 우선이 아니라 미래세대의 짐이 될 연금개혁안을 통과시켜야 한다"며 "1% 의견 차이로 인해 개혁이 무산되어야 하겠느냐"고 지적했다.
윤 대통령을 향한 국정 기조 전환 요구는 국정 하반기 분기점이었던 총선 참패 직후부터 더욱 거세지고 있다. 정부 심판론이 강력하게 작동하면서 당내 분열 움직임도 본격화했다는 분석이다.
보수 핵심 지지층도 윤 대통령이 아닌 차기 권력으로 기대감을 옮기고 있는 모양새다. 리얼미터가 지난 20일부터 24일까지 닷새간 성인 2506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5월4주차 여론조사에서 윤 대통령에 대한 부정 평가는 66.1%를 기록했다.
윤 대통령 최신 지지율은 채상병 특검법에 대한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가 가장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지난 21일 윤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한 직후 일간 지지율은 지난 23일 기준 26.8%로, 2022년 취임 후 일간 최저치를 경신했다.
지금까지 김웅·안철수·유의동·최재형·김근태 의원이 채상병 특검법에 찬성표를 던지겠다고 밝힌 가운데 당내에선 이들을 향해 "당을 나가라"며 치열한 공방이 벌어지고 있다. 안철수 의원은 앞서 YTN 라디오에서 "채상병 특검 찬성 입장"이라며 "국가를 위해 목숨 바친 분에 대해 진상을 밝히고 최고의 예우를 해드리는 것이 국가의 의무"라고 했다.
유승민 전 국민의힘 의원도 최근 SBS 라디오에 출연해 "디올백이든, 주가조작이든, 채상병 외압이든 윤 대통령, 부인과 관련한 문제는 '특검이든 무엇이든 반성하고 법대로 하겠다' 이렇게 털고 나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취임 후 간호법, 노란봉투법, 방송3법, 쌍특검법(대장동 50억 클럽·김건희 여사 특검), 채상병 특검법 등 10건의 법안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했다. 민주당은 21대 국회에서 재표결 문턱을 못 넘은 법안을 22대 국회에서 재발의하겠다고 예고한 상태다.
22대 국회에서는 범야권 의석이 192석으로, 국민의힘에서 8석만 이탈해도 대통령 거부권 무력화가 가능해 진다. 윤 대통령에게 정치적 부담이 누적되면서 강력한 리더십을 발휘해 정권 하반기를 이끌어가기가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나오는 배경이다.
이 가운데 차기 당 대표 출마부터 대선 도전까지 유력할 것으로 전망되는 여권 내 최대 잠룡 한동훈 전 비상대책위원장도 '직구금지' 논란에 비판 발언으로 정계 복귀에 시동을 걸었다.
한 전 위원장은 지난 18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국가인증통합마크(KC) 의무화 규제와 관련 "소비자의 선택권을 지나치게 제한하므로 재고돼야 한다"며 "우리 정부는 규제를 과감히 혁파하고 공정한 경쟁과 선택권을 보장하는 정부"라고 썼다.
직구 금지 정책과 철회 과정은 최근 국내 시장을 잠식하는 중국산 직구 상품으로 인한 피해 방지 목적에도 불구,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는 입안과 발표로 소비자 혼란을 초래한 과정을 단기에 노출했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정부와 대통령실에 비판 목소리를 내면서 각자의 존재감을 부각하려는 의도"라며 "대통령 지지율이 30%대까지 하락한 상황에서 윤 대통령과 차별화하지 않고는 차기 당권을 노리기 어렵다"고 말했다.
b3@news1.kr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