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단추는 끼우자"…與, 안팎으로 커지는 연금개혁 목소리 '난감'
22대 개원 사흘 앞두고 여야 정국 주도권 싸움…연일 신경전
與 일각 찬성 목소리도…22대로 넘어가도 합의 처리는 난망
- 한상희 기자
(서울=뉴스1) 한상희 기자 = 21대 국회 임기 종료를 앞둔 이틀 앞둔 27일에도 여야 충돌과 신경전이 한창이다. 채상병 특검법에 이어 국민연금 개혁 법안 처리 문제가 막판 최대 쟁점으로 급부상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 23일 기습적으로 "공식적으로 당신들(정부·여당)의 안을 받을 테니 21대 국회에서 연금개혁을 처리하자"고 제안한 게 불씨가 됐다. 예상치 못한 이 대표의 제안에 여권은 "정략적 의도가 다분하다"고 반박했다.
추경호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21대 국회 마지막 주말(26일) 현안 기자간담회 열어 "시간에 쫓겨 민주당 마음대로 결정할 사안도 아니고, 민주당의 연금쇼에 휩쓸려 처리할 법안도 아니다"라고 거부 의사를 분명히 했다. 이 대표가 수용한 소득대체율 44%안은 부대조건과 구조개혁 과제를 포함한 조건부 안이었다는 설명이다.
국민의힘은 이날 당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도 황우여 비상대책위원장과 추 원내대표, 비대위원까지 모두 나서 "졸속으로 처리할 문제가 아니다"라며 반대 입장을 재차 밝혔다. "구조개혁 없는 보험료율 인상은 아랫돌을 빼서 윗돌을 괴는 국민 상대 폰지 사기"(엄태영 비대위원)라는 다소 거친 표현까지 나오기도 했다.
여권은 야당에 논의 주도권을 빼앗기면 안 된다는 위기감을 느끼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또 시간에 쫓기듯 모수개혁안을 수용하면 핵심인 구조개혁이 불가능해질 것을 우려하고 있다. 여권에선 "이 대표가 21대 국회를 사흘 남겨두고 연금개혁 이슈를 던졌고, 정부와 여당은 얻어맞았다"는 말이 나왔다.
연금개혁에 대한 윤석열 대통령의 인식도 일정 부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윤 대통령은 스웨덴과 독일 등 선진국이 수십년에 걸쳐 성공했듯, 기본적으로 연금개혁이 오래 걸리는 과제라고 인식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채상병 특검 등 다른 현안에 집중했던 민주당은 "국민연금 1차 개혁을 이번만큼은 매듭지어야 한다"며 21대 국회 임기 내 처리를 촉구하고 나섰다. 연금개혁을 최우선 국정과제로 제시했던 정부·여당이 22대 국회로 공을 넘긴 것과 대비되는 모양새다.
이 대표로선 연금개혁 무산의 책임을 여권으로 돌릴 수 있다는 셈법도 깔린 것으로 보인다. 연금개혁안이 막판 극적으로 처리된다면 이 대표의 대승적 양보 덕분에 가능했다는 여론전도 펼 수 있다.
이 대표는 이날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부족한 부분이 있어도 이대로 개혁안 좌초보다는 반걸음이라도 나아가는 것이 낫다. 그러나 정부·여당은 구조개혁을 핑계로 개혁을 미루자고 고집하고 있다"고 정부·여당에 책임을 돌렸다. 이어 "모수개혁 처리조차 거부하면서 무작정 다음 국회에서 논의하자는 것은 자칫 말로만 하고 연금개혁 하지 말자는 것과 같다. 국민을 두 번 속이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박찬대 민주당 원내대표도 "민주당의 통큰 양보마저 대통령실과 국민의힘이 거부했다"며 "무책임하고 정략적 태도에 실망스럽다"고 했다.
여론 흐름이 민주당에 유리하게 흐르자, 여당 일각에서도 야당안을 수용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국회 연금특위 위원인 김미애 의원과 한국개발연구원(KDI) 출신 윤희숙 전 의원에 이어 당권주자로 꼽히는 나경원 당선인도 야당안을 수용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나 당선인은 이날 한국신문방송편집인협회 주최 초청 토론회에서 "사실상 이 대표가 제안한 모수개혁이라도 진행하는 게 맞지 않나"며 "처음에 굉장히 부정적이었는데 첫 단추라도 끼워야 되는 것 아닌가"라고 했다.
임기 종료를 앞두고 김진표 국회의장은 오는 29일 연금개혁안 통과를 위한 원포인트 본회의를 열 수 있다고 했지만, 실현 가능성은 극히 낮아 보인다. 이날 김 의장 주재로 열린 여야 원내대표 회동에서 양당은 연금개혁안을 논의했지만 입장차를 조금도 좁히지 못했다.
특검법 등 다른 사안과는 달리, 야당이 단독으로 연금개혁안을 밀어붙일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연금개혁 추진 주체가 정부·여당이기에 야당 주도로 연금개혁법이 국회 문턱을 넘더라도 큰 의미가 없다는 게 민주당의 설명이다.
다만 사흘 뒤에 문을 여는 22대 국회로 연금개혁 문제가 넘어가도 합의 처리는 요원해 보인다. 구조개혁은 각 계층의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혀있는 데다 2026년 지방선거와 2027년 대선을 앞두고 여야의 표 계산이 불가피하다는 설명이다.
angela0204@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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