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표 "9번의 거부권 막지 못해 자괴감…채특검법 처리되길"

초선 의원 의정연찬회 "팬덤, 수박 식의 정치 대의민주주의에 큰 위기"
"여권에는 대통령만 보여, 야당엔 이재명의 지시와 결정만"

2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박물관에서 열린 제22대 국회 초선의원 의정연찬회에서 김진표 국회의장과 여야 초선 당선인들이 국민의례를 하고 있다. 2024.5.21/뉴스1 ⓒ News1 이광호 기자

(서울=뉴스1) 정재민 구진욱 기자 = 오는 29일로 임기를 마치는 김진표 국회의장은 21일 22대 국회 당선인들을 향해 "의장으로 일하면서 9번의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를 막지 못한 것에 일종의 자괴감이 든다"고 했다.

김 의장은 이날 국회 어린이박물관에서 22대 국회 초선 의원 의정연찬회를 열고 "제1당(더불어민주당)이 관철하고 제2당(국민의힘)이 반대하는 과정에서 허공에다가 주먹질하는(모습이다), 아무것도 남는 게 없다"며 이같이 밝혔다.

그는 "개탄스러운 것은 여당에서는 거부권 행사 권유를 공개적으로 얘기한다"며 "헌법 기관으로서 국회의원의 권한과 지위를 포기하는 것이다. 끝까지 협상해야 한다"고 했다.

또 "제1당인 야당은 협의가 안 되니까 단독으로 통과시키고 통과 전부터 제2당인 여당은 대통령에게 거부권을 행사하도록 의견을 내겠다고 한다"며 "다시 재의 요구가 오면 의결 정족수가 안돼 부결된다. 결국 국민은 허탈해진다"고 말했다.

김 의장은 "어떤 형태의 여론조사에서도 공적 기관 중에 국회가 가장 신뢰가 낮다"며 "20대 국회까지 신뢰도는 50% 내였지만, 21·22대 선거를 거치면서 70%까지 불신이 튀어 올랐다"고 했다.

이어 "활자 매체, 방송 매체를 넘어 개인 언론, 사회관계망서비스(SNS)가 일반화를 이루면서 팬덤이 형성되고 보수와 진보의 양대 진영이 진영 정치, 팬덤 정치의 나쁜 폐해가 같이 결합했다"며 "진영 논리로 이에 반대하거나 이의를 다는 사람을 역적이나 배반자로 만든다. 소위 말하는 수박, 왕수박, 중간 수박 이런 식의 정치는 대의민주주의에 큰 위기"라고 진단했다.

김 의장은 여야 모두에게 자성의 목소리를 촉구했다. 그는 "여권에는 대통령만 보인다. 아무도 노(No)라고 말하는 사람이 없다. 바보 같은, 졸병 같은 모습"이라며 "이번 선거 결과는 국민이 그런 점을 보지 않았나 싶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그렇다면 대안은 제1야당인데 당내 민주주의를 찾을 수 없다"며 "항상 당 대표와 당 지도부의 지시와 결정만 있는 것이 문제"라고 덧붙였다.

김 의장은 아쉬운 법안으로는 노란봉투법과 헌법 개정을 꼽았고, 입법 성과로는 국회 선진화법을 택했다.

그는 이번 채상병 특검법 또한 여야 합의로 국회 문턱을 넘은 이태원참사특별법처럼 처리되길 희망한다고 했다.

김 의장은 "여야가 지금부터 다시 협의해서 거부권이 행사되더라도 이태원특별법과 같은 방법으로 국민 다수의 동의를 받아 협의해달라"고 당부했다.

끝으로 김 의장은 "22대 국회는 대화와 타협의 국회가 되자"며 "여러분 한 분 한 분은 절대 정당의 당원으로 선출된 게 아니다. 헌법 기관으로 선출된 것이다. 대화와 타협의 정치로 22대 국회가 4년 뒤에는 국회에 대한 불신율을 50%대로 떨어뜨린다면 보람을 느끼지 않을까"라고 했다.

ddakbom@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