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수 바라보는 안타까운 '친문'…尹 '선처' 없인 대선 못 나가
4‧10 총선 후 구심점 잃은 비명계…김경수, 이재명 대항마 될까
당내서 엇갈린 평가 "뛰어난 정치인 복권해야" "당장은 힘들 것"
- 한병찬 기자
(서울=뉴스1) 한병찬 기자 = 영국 유학 중인 김경수 전 경남도지사가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 15주기 추도식에 참석하기 위해 일시 귀국했다. 친노(친노무현)와 친문(친문재인)의 적자로 불리는 김 전 지사가 비명(비이재명)계 구심점 역할을 하며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대항마'가 될지 주목받고 있다.
김 전 지사는 오는 23일 경남 김해 봉하마을에서 열리는 노 전 대통령 추도식에 참석하기 위해 지난 19일 귀국했다. 지난해 8월 영국으로 떠난 이후 9개월 만이다.
김 전 지사의 귀국과 함께 당내 안팎에선 비명계 구심점 역할을 맡을 것이란 기대가 쏠리고 있다. 특히 4‧10 총선 이후 이재명 대표의 '일극 체제'가 강화되며 당내 비명계 구심점이 전무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앞서 친문계 좌장이었던 홍영표 의원은 컷오프(공천배제)에 반발해 민주당을 탈당했고, 임종석 전 대통령 비서실장과 전해철 의원은 공천배제됐다. 비명계 재선인 박용진 의원 또한 공천장을 받지 못하며 당내 비명계의 정치적 공간은 줄어들었다.
김 전 지사가 가진 상징성과 대중적 인지도 또한 역할론에 불을 지피는 이유 중 하나다. 노 전 대통령의 '마지막 비서관'이자 문 전 대통령이 아끼는 측근인 김 전 지사는 2016년 20대 총선에서 경남 김해을로 출마해 당선됐다. 2017년 지방선거에선 민주당 첫 경남도지사로 선출되며 유력 대선주자로 거론되기도 했었다.
당내에선 '복권론'이 제기되기도 했다. 고민정 최고위원은 지난 16일 라디오 인터뷰에서 "정치인은 본인의 의지와 상관없이 불려 나올 수 있고 역할을 해야 할 때가 되면 해야 한다고 늘 생각한다"며 "(복권은) 윤석열 대통령의 특별 권한이기 때문에 짐작하기는 어렵지만 저는 여전히 사면 복권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조승래 의원도 이날 라디오에서 "복권은 대통령의 고유 권한이기 때문에 예측하기 어려울 것 같다"면서도 "개인적으로는 뛰어난 정치인이기 때문에 경남도민을 위해서도 국민을 위해서도 복권돼서 좋은 정치를 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견제의 목소리도 나왔다. 박성준 원내수석은 이날 라디오에 출연해 친문계가 이 대표의 대항마로 김 전 지사를 생각한다는 주장에 대해 "과거의 정당에는 몇몇 사람들이 모여서 추대하고 그런 형태에서의 인물을 만들어낸다고 하면 가능할 수도 있었지만 지금 우리 정당 구조는 당원 중심 정당이 됐다"며 "이러한 흐름에 부합할 수 있는 인물이 돼야만 선택을 받을 수 있지 그렇지 못할 경우 어렵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한민수 민주당 대변인도 최근 YTN 라디오에서 김 전 지사 귀국에 대해 '이재명 대표가 신경 쓰일 것 같다'고 사회자가 묻자 "신경 쓸 일이 뭐가 있느냐"고 반문했다. 또한 "대선은 여야 모두 많은 후보가 나와 국민들로 하여금 선택의 기회가 생기면 나쁘지 않다고 본다"고도 덧붙였다.
다만 김 전 지사가 복권되지 않아 피선거권이 제한된 것은 최대 단점으로 꼽힌다. 김 전 지사는 28년 6월까지 피선거권이 없다. 그는 '드루킹 댓글 조작' 사건으로 징역 2년의 실형을 선고받고 복역하다 만기 출소를 6개월 앞둔 2022년 12월 특별사면됐다.
야권에서는 윤 대통령이 김 전 지사를 복권해 피선거권을 회복시켜 줘야 한다는 주장과 함께 신중론도 제기되고 있다. 윤 대통령 입장에서 김 전 지사의 복권을 '협치 행보'와 야권의 유력한 대선주자인 이 대표의 '견제 카드'로 쓸 수도 있다는 관측이 나오기 때문이다.
민주당 핵심 관계자는 '뉴스1'과 통화에서 "복권은 반드시 해줘야하지만 민주당을 분열의 길로 가게 하는 정략적 판단에 따라서는 안 된다"며 "김 전 지사의 역할론은 복권돼서 정치를 하다 보면 앞길이 보이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한 민주당 중진 의원도 통화에서 "(친문계 역할론은) 당장은 힘들 것이다. 미래를 바라보는 게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윤 대통령이 이 대표 견제 카드로 김 전 지사를 복권할 수 있다는 해석에 대해서는 "오히려 그렇게 되면 민주당이 훨씬 더 집권 가능성이 높아진다. 민주당에 훨씬 더 생동감이 생겨 시너지 효과를 낼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 전 지사 또한 말을 아끼고 있다. 김 전 지사는 19일 인천국제공항에서 기자들과 만나 친문계 구심점 역할을 기대하는 당내 시선에 대해 "공부가 끝나지 않았고 일시 방문한 입장에서는 한국의 현실 정치에 대해서 일일이 제가 언급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생각한다"며 "충분히 많은 것을 보고 듣고 배우고 하게 되면 여러분께 충실하게 궁금한 점을 답변드리도록 하겠다"고 일축했다.
이어 김 전 지사는 자신의 복권론에 대해서는 "국민께 미래와 희망을 말씀드리는 것이 정치인의 본분이라고 생각하는데 오히려 국민께 심려를 끼쳐드렸던 사람으로서 대단히 송구하단 말씀을 다시 한번 드린다"며 "그만큼 더 열심히 보고 듣고 배우고 노력해야 하는 것이 지금의 제 처지가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김 전 지사는 이번 귀국에서 추도식 외에 별도로 공개 행보는 하지 않을 것으로 전해졌다. 개인 일정만 마치는 대로 6월 중에 다시 출국할 예정이다.
bchan@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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