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 등판 '상수' 됐다"…친윤계 앞 놓인 세 갈래 길

'직구 정책' 직격 출마 신호탄…친윤 '견제·관계개선' 선택 기로
'나경원·원희룡 합세-최고위원 진입 견제-극적 관계개선' 가능성

윤석열 대통령이 23일 충남 서천 특화시장 화재 현장을 방문해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과 악수를 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2024.1.23/뉴스1 ⓒ News1 오대일 기자

(서울=뉴스1) 박기범 기자 = 한동훈 전 비상대책위원장의 전당대회 출마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친윤(친윤석열)계의 한 전 위원장과 관계 설정을 두고 고민에 빠지는 모습이다. 벌써부터 '어대한'(어차피 대표는 한동훈) 바람이 부는 상황에서 한 전 위원장 견제와 관계 개선이란 선택지가 친윤계 앞에 놓여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20일 여권에서는 한 전 위원장의 전대 출마를 '상수'로 여기는 분위기다. 당초 총선 패배 이후 '한동훈 책임론'이 불거지면서 한 전 위원장은 정치권과 거리두기에 나설 것이란 관측이 우세했지만, 지지부진한 당 쇄신과 한 전 위원장의 높은 지지율은 출마설을 뒷받침하고 있다.

특히 한 전 위원장이 지난 18일 정부의 KC미인증 직구 제한 추진 방안을 비판한 것은 출마설에 기름을 부었다. 7월 전대가 예상되는 상황에서 두달여의 전대 준비 시간을 고려할 때 이번 메시지는 전대출마 신호탄을 쏜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이 메시지가 국민 생활에 밀접한 해외직구와 관련된 점도 눈에 띈다. 채상병·김건희 특검과 같은 예민한 정치현안이 아닌 민생 분야 메시지를 통해 국민적 공감대 형성을 시도하고, 나아가 윤석열정부의 정책을 비판함으로써 '비윤' 색채를 드러냈다는 분석이다.

한 전 위원장의 부상은 친윤계에게 고민으로 작용하는 모습이다. 만약 한 전 위원장이 당권을 잡는다면, 윤 대통령과 거리두기 행보에 나서게 되고 이는 곧 친윤계와 갈등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는 게 정치권의 관측이다.

친윤계의 고민은 한 전 위원장의 부상을 막을 방법이 없다는 점이다. 여권에서는 권성동·권영세·윤재옥 의원 등이 친윤계 당권주자로 분류되지만, 이들의 전대 관련 움직임은 현재까지 없는 상황이다.

일각에선 원희룡 전 국토교통부 장관과 나경원 당선인도 친윤계와 연계해 주목하고 있다. 원 전 장관은 윤석열정부 초대 내각 출신이고, 나 당선인은 현실로 이어지지 못했지만, 나경원 대표-이철규 원내대표를 맡는다는 '나이 연대설'이 나오기도 했다.

두 사람은 정치적 경륜에 높은 인지도를 갖춰 친윤계가 두 사람을 중심으로 결집할 경우 한 전 위원장에게 대항할 수 있을 것이란 설명인데, 두 사람 모두 전대와 관련해 조용한 행보를 이어가고 있어 현실화 여부는 미지수다.

일각에서는 친윤계가 당 최고위원에 다수 진입해 한 전 위원장을 견제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당대표 한동훈을 친윤계 최고위원이 견제한다는 설정이다.

여권의 인적구성이 친윤계 중심으로 짜였다는 점에서 가능한 시나리오란 평가다. 여권은 지난 총선에서 텃밭 영남에서 다수 의원이 배출되면서 인적구성이 친윤계를 중심으로 짜인 상태다.

실제 원내대표는 친윤계 추경호 의원이며, 비대위원 7명 중 6명도 친윤계로, 이는 친윤 중심의 인적구성이 반영된 결과로 풀이된다.

한 전 위원장과 친윤계가 극적 갈등 봉합에 나설 가능성도 나온다. 윤석열정부 임기가 3년 이상 남은 만큼 정부와 새 지도부가 극심한 대립각을 세우긴 힘들 것이란 이유에서다.

양측의 대립은 서로에게 손해란 평가다. 정부 입장에선 임기가 많이 남은 상태에서 미래권력과 경쟁이란 부담에 직면해야 한다. 이를 피하기 위해 정부가 여당 지도부를 패싱한 채 야당과 직접 소통에 나설 경우 한 전 위원장은 고립될 수 있다. 윤 대통령은 총선 패배 이후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영수회담을 진행하며 직접 소통의 길을 열어둔 상태다.

여권 내 갈등으로 인한 지지층 분열은 차기 대권을 준비하는 한 전 위원장에 더 큰 부담이란 평가도 나온다.

여당 한 당선인은 "정치는 생물이다. 정치권 내에서 관계는 정치적 상황에 따라 수없이 달라진다"며 "한 전 위원장도 최고 친윤 아니었나. 언제든 관계는 달라질 수 있다"고 말했다.

pkb1@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