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의추' 뒤엎은 '명심' 역풍…이재명 리더십 상처 났다

의원들 '명심 일변도' 견제심리…"명심 작용하지 않아"
'강성' 추미애 경계심…이재명 리더십 유지 전망 우세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우원식 국회의장 후보가 16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만나 포옹하고 있다. 2024.5.16/뉴스1 ⓒ News1 구윤성 기자

(서울=뉴스1) 문창석 강수련 기자 = 22대 국회 전반기 국회의장 후보로 당초 '명심(이재명의 의중)'을 기반으로 유력했던 6선 추미애 당선인 대신 5선의 우원식 의원이 선출되는 이변이 일어났다. 일각에선 이재명 당대표의 리더십에 흠집이 났다는 지적이 나오지만, 흔들리는 수준까지 가진 않을 것이란 관측이 중론이다.

16일 오전 국회에서 민주당 제22대 국회 전반기 국회의장단 후보 선출 당선자 총회 결과, 우 의원이 국회의장 후보로 선출됐다.

그동안 당 안팎에선 6선으로 최다선인 추미애 당선인의 선출이 유력하다는 전망이 다수였다. 특히 핵심 친명(친이재명) 조정식 의원과의 단일화로 '명심'을 받은 것으로 해석되며 '어의추(어차피 의장은 추미애)'라는 신조어가 나올 정도였다.

하지만 예상과 다르게 우 의원이 선출됐다는 발표가 나오자 한때 총회장이 술렁이기도 했다. 그동안 강성 친명 색채를 드러내며 지지세를 확대한 추 당선인의 패배는 그만큼 의외라는 것이다.

당내에선 명심은 추 당선인이었지만, 의원들의 민심은 아니었다는 해석이 나온다. 이날 당선자 총회에선 89표를 얻은 우 의원이 80표를 얻은 추 당선인을 9표 차로 이긴 것으로 알려졌다.

한 민주당 중진 의원은 통화에서 "초선 의원 대다수는 추 당선인에게 투표했겠지만 더좋은미래와 민주평화국민연대(민평련)에선 (우 의원을) 지원한 것 같다"며 "명심이 작용하지 않았고 선거도 조직적으로 진행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추 당선인이 '명심 일변도'에 대한 의원들의 견제 심리를 읽지 못한 점도 이변을 불러온 것으로 분석된다. 그는 명심을 앞세워 지지세를 확대했는데, 지나친 친명 의존은 당내 다양성을 해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번 경선에서 3자 대결 끝에 국회부의장 후보로 선출된 이학영 의원도 친명이 아닌 친문(친문재인)으로 분류된다.

19대 국회 국회부의장을 맡은 이석현 새로운미래 비상대책위원장은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민주당 원내대표로 찐명(진짜 친명) 박찬대 의원을 추대했는데, 국회의장마저 명심에 따른다면 당의 균형추가 무너진다는 위기의식을 느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대표가 밀어준 후보가 탈락한 모양새가 되면서 이 대표의 리더십에도 흠집이 났다는 지적이다. 정청래 최고위원은 이날 오후 자신의 페이스북에 "당원이 주인인 정당, 아직도 갈 길이 멀다"며 "상처받은 당원과 지지자들께 미안하다"고 썼다.

다만 최근 총선을 대승으로 이끈데다 이렇다 할 대권 경쟁자가 없는 상황인 만큼 당장 이 대표의 리더십이 흔들리진 않을 것이란 의견이 우세하다. 그보단 강성 발언을 이어온 추 당선인의 모습이 의원들의 경계심을 불러일으킨 결과, 이변이 일어났다는 반응이 많다. 실제로 우 의원도 이날 이 대표를 접견한 자리에서 "이 대표를 중심으로 맡은 소임을 다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또 다른 민주당 중진 의원은 통화에서 "총선에서 대승했다 하더라도 지나친 강성 행보로 국민의힘과 갈등을 크게 키우면 심판론이 민주당을 향하지 않을 것이라고 장담할 순 없다"며 "(추 당선인의) 모습은 벌써부터 국민에게 오만하게 비쳤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themoon@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