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철규·배현진 충돌…친윤 분화 트리거 '주목'
'이철규 원내대표설'에 '친윤' 책임론' 부각…이철규·배현진 충돌
尹정부 출범 이후 친윤 분화…비윤 당권 잡으면 친윤 구심점 상실
- 박기범 기자
(서울=뉴스1) 박기범 기자 = '찐윤' 이철규 의원과 친윤계로 분류되는 배현진 의원이 공개적으로 갈등을 빚으면서 여권의 친윤 분화 현상이 주목되고 있다. 정권심판 총선 이후 불거진 친윤계 책임론에, 윤석열 대통령이 집권 3년 차를 맞으면서 권력 분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는 분석이다.
11일 여권에 따르면 이 의원은 지난 8일 SBS라디오 인터뷰에서 자신에게 원내대표 출마를 권유한 사람이 이후 공개적으로 이를 반대했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 앞서 배현진·윤상현·안철수 의원과 박정훈 서울 송파갑 당선인 등은 이 의원의 원내대표 출마를 비판해 왔다.
이에 진행자가 '혹시 배현진 의원 말씀하시는 거냐'고 묻자 이 의원은 "구체적으로 이름을 얘기 안 하겠다"고 답했다. 또 '불출마를 권유한 의원이 있었나'는 질문엔 "당선자가 있었다"며 박 당선인을 시사했다.
이 인터뷰는 당시 '배현진 의원이냐는 물음에 대답 안 했다'는 내용으로 다수 언론을 통해 기사화됐다.
배 의원은 이에 "라디오 진행자가 '배현진 의원 말씀하시는 겁니까' 라고 명확히 물었음에도 '아니오'라고 명확히 답하지 않은 이유는 무엇이냐"고 반발했다.
배 의원은 지난달 26일 이 의원과의 통화 내용을 공개하며 이 의원이 "우리(친윤)가 넘겨주면 안 된다"는 뜻을 전했다고 주장했다. 이 의원은 녹취록 공개에 "소이부답(笑而不答·웃기만 할 뿐 대답하지 않음)"이라고 대응을 자제했다.
하지만 전날(10일), 이 의원 인터뷰에서 언급된 박정훈 서울 송파갑 당선인은 최근 한 결혼식장에서 이 의원을 만났던 당시 에피소드를 공개하며 논란이 이어졌다.
뉴스1 취재를 종합하면 최근 서울에서 있었던 한 결혼식장에서 이철규·배현진·박정훈 세 사람은 마주쳤는데 배 의원은 이 의원과 인사를 하지 않았고, 배 의원과 함께 예식장에 온 박 당선인은 이 의원에게 "인사는 좀 하시죠"라며 손을 내밀었다. 이 의원은 이에 "나 알아요?"라며 불쾌함을 드러냈다.
박 당선인은 당시 상황을 전하며 "제가 공개적으로 만류하는 바람에 본인의 '간절했던 뜻'을 이루지 못했다고 생각하는 듯 보였다"며 "분을 넘는 욕심은 남도 힘들게 하지만 자신도 무너뜨리는 법"이라고 비판했다.
박 당선인은 22대 총선을 통해 국회에 입성하는 초선으로 계파색은 없다는 평가다. 다만, 지난 선거운동 기간, 배 의원과 '송파 남매'를 구축하는 등 배 의원과 가까운 사이로 알려져 있다.
이를 두고 정치권에서는 친윤계 분화 현상을 주목하고 있다. 사실 친윤계 분화 현상은 정권 출범 이후 지속돼 왔다. 당초 권성동·장제원·윤한홍·이철규 의원이 친윤 4인방으로 불렸는데 권 의원과 장 의원의 관계가 소원해졌다는 이야기가 이어졌다.
두 사람은 공개 오찬 회동을 하며 갈등설 수습을 시도했지만, 지난 전당대회 당시 장 의원은 김기현 전 대표를 지원하며 '김장연대'를 구축했고, 이에 당권주자로 꼽히던 권 의원은 전당대회 불출마를 선언하면서 두 사람의 불화설은 기정사실로 받아들여지는 분위기다.
앞선 분화 현상이 당 내부적으로 발생했다면, 이번 갈등은 모두 수면위로 드러났다는 점에서 이전의 분화 현상을 넘어 친윤계 분화의 변곡점이 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이 의원은 친윤계 핵심 인사이고, 배 의원은 윤석열 대통령의 당선인 시절 인수위 대변인, 정부 출범 이후에는 친윤계 의원 공부모임 '국민공감' 간사로 활동한 친윤계다.
친윤계 분화는 총선 패배로 보다 본격화할 것이란 관측이다. 당장 친윤계를 향한 책임론이 불거진 상태다. 이철규-배현진 갈등 역시 이 의원의 원내대표 설을 두고 배 의원이 총선 책임론을 주장하면서 확산됐다.
집권 3년 차를 맞은 윤 대통령의 당 장악력이 약화되는 점도 친윤계 분화 현상이 주목되는 이유다. '정권심판' 총선에서 참패한 이후 여권에서는 당정관계 재정립 요구와 함께 나경원·안철수·윤상현·유승민 등 비윤계 인사들이 유력 당권주자로 떠오르고 있다. 이들이 당권을 잡을 경우 당내 친윤계의 결속력은 줄어들 수밖에 없다는 관측이다.
다만, 친윤계 분화가 과도한 시각이란 시선도 있다. 배 의원과 이 의원은 지난해 강서구청장 보궐선거를 기점으로 갈등을 빚어온 것으로 알려졌다. 이같은 갈등이 최근 수면 위로 떠오른 것일 뿐, 두 사람 갈등에 계파적 성격은 없다는 분석이다.
이 의원도 친윤계 갈등이란 질문에 "왜 그렇게 사안을 확대해석하느냐"고 밝히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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