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대 국회 올스톱…'말년 휴가' 떠난 의원들[기자의눈]

역대 최악의 입법 성적표 예상…해외출장 예산 202억 최다
1인당 2000만원 세비 쓰여…'구하라법'은 3년 넘계 계류 중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 활동가들이 21일 서울 종로구 경실련 강당에서 열린 21대 국회의원 해외출장 심사 실태를 발표에서 구호를 외치고 있다./뉴스1 ⓒ News1 김도우 기자

(서울=뉴스1) 정재민 기자 = 21대 국회가 오는 29일 문을 닫는 가운데 이번에도 국회의원들의 임기 막판 외유성 출장 논란이 반복되는 모습이다. 모든 출장을 외유성으로 매도할 순 없지만 국민적 공감대를 얻기는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7일 국회에 따르면 수장인 김진표 국회의장은 멕시코에서 열리는 믹타(한국·멕시코·인도네시아·튀르키예·호주 등 5개국 협의체, MIKTA) 회의를 위해 해외 순방 중이다.

김 의장의 순방 전 여야의 정쟁은 폭발했다. 거대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이 채상병 특검 관련 김 의장의 직권 상정을 요구하면서 해외 순방을 볼모로 삼았기 때문이다.

야권 주도로 채상병 특검법이 통과되면서 김 의장은 무사히 순방길에 올랐지만 여진은 거세다.

국민의힘은 상임위 보이콧 움직임을 보이고 있고 이를 둔 야권의 비판이 이어지며 상임위 '올스톱' 우려가 현실화됐다.

여의도는 정쟁으로 가득하지만 상임위원회 등 해외 출장은 현재 최소 9건인 것으로 나타났다. 총선 직후로 기간을 늘리면 최소 15건이다.

출장 대상자 중에는 이번 총선에서 낙선 혹은 낙천한 의원들이 이름을 올렸다. 정치권 안팎에선 낙선 의원들 배려 차원의 '관례'라지만 '말년 휴가', '졸업 여행'이란 비판이 나온다.

특히 여야가 평행선을 달리고 있는 국회 연금개혁특별위원회는 8일부터 5박 7일간 유럽을 방문해 해외 연금 개혁 우수 사례를 살피고 여야 간 논의를 거쳐 협의안을 마련하겠다고 한다.

이를 두고 21대 국회 내내 공회전을 거듭한 연금개혁안이 일주일간의 해외 출장에서 협의가 되겠냐는 자조 섞인 목소리가 나온다.

의원들의 임기 말 막판 해외 출장 러시에 대한 제동도 걸렸다. 국회 사무처는 의원들의 출장 요구에 일부 의원의 너무 잦은 해외 출장, 일부 일정 삭제 등을 조건으로 승인하거나 목적에 부합하지 않는다며 미승인하는 사례가 이어지고 있다.

의원들의 해외 출장이 눈총을 받는 이유는 출장에 1명당 2000만 원 안팎의 세비가 소요돼서다. 의원의 외유성 출장 논란은 잊힐 만하면 등장하는 단골 소재로 자리매김한 지 오래다.

다만 21대 국회의 경우 기본 업무인 입법에서 역대 최악의 성적표를 받을 것으로 예상되기에 씁쓸함이 더해진다. 21대 국회 법안 처리율은 36.6%로 역대 최악으로 꼽힌 20대(37.9%)보다 낮은 반면 올해 해외 출장을 위한 예산은 202여억 원 수준으로 역대 가장 많다.

거대 야당의 법안 단독 처리, 대통령의 재의요구권(거부권) 형국 속 민생 법안은 잠자고 있다. 여기에는 2년 넘게 잠자고 있는 고준위방사성폐기물특별법과 3년 넘게 계류하고 있는 '구하라법'(민법 개정안)도 포함돼 있다.

임기 말 외유성 출장 논란이라는 해묵은 과제를 22대 국회에선 해소할 수 있을까.

ddakbom@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