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장' 한동훈에 밀리는 잠룡들…韓 때리기 '열중'
"시간 갖고 성찰" 입장에도…홍준표·오세훈 등 총선참패 책임 직격
'정중동' 행보에도 연일 여권서 회자
- 노선웅 기자
(서울=뉴스1) 노선웅 기자 = 여권 내 대권 잠룡들이 연일 한동훈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을 겨냥한 비판을 내놓으면서 벌써 대권을 둘러싼 견제가 시작된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총선 참패로 사퇴한지 한 달이 되어가는 한 전 위원장은 당분간 잠행을 이어가겠다는 뜻을 밝혔지만, 그의 의지와 무관하게 계속해서 정치권에 회자되며 존재감이 부각되는 모양새다.
최근 오세훈 서울시장은 방송에 출연해 국민의힘 총선 참패에 대해 분석하며 선거를 이끈 한 전 위원장의 전략을 비판했다.
오 시장은 지난 3일 TV조선 '강펀치' 인터뷰에서 한 전 위원장을 겨냥해 "586 심판론이나 운동권 심판론을 하게 되면 심판론으로 맞불을 놓는 것 같지만 스스로 심판론의 프레임으로 빠져들어 가는 것"이라며 "정권 중반에 치러지는 선거에서 심판론으로 맞불을 놓는 것은 사실은 피했어야 되는 전략이었다"고 지적했다.
앞서 오 시장은 지난달 총선 직후 가진 서울 지역 낙선자들과의 만찬 회동에서도 한 전 위원장이 주도한 '이·조(이재명·조국 대표) 심판론'이 부각되면서 정책 관련 부분이 묻혀 아쉽다는 취지의 뜻을 드러낸 것으로도 알려졌다. 그는 또 안심 소득과 같은 서울시 정책들이 당 차원 공약으로 쓰이지 못한 점도 짚은 것으로 전해졌다.
홍준표 대구시장도 한 전 위원장을 향해 여러 차례 날을 세웠다. 홍 시장은 지난달 19일 페이스북을 통해 "한 전 위원장은 윤석열 정권 황태자 행세로 윤 대통령 극렬 지지세력 중 일부가 지지한 윤 대통령의 그림자였지 독립 변수가 아니었다"며 "황태자가 그것도 모르고 자기 주군에게 대들다가 폐세자가 되었을 뿐이고 당 내외 독자 세력은 전혀 없다"고 비판했다.
홍 시장은 그다음 날인 20일에도 자신이 운영하는 온라인 커뮤니티 '청년의 꿈'에서 "한동훈의 잘못으로 역대급 참패를 했다. 총선을 대권 놀이 전초전으로 한 사람"이라며 "우리에게 지옥을 맛보게 했던 정치검사였고 윤 대통령도 배신한 사람이다. 더 이상 우리 당에 얼씬거리면 안 된다"고 맹폭했다.
한 전 위원장은 지난달 11일 총선 참패에 대한 책임을 지겠다며 비대위원장직에서 물러났다. 같은 달 20일엔 "정교해지기 위해 시간을 가지고 공부하고 성찰하겠다"며 당분간 잠행에 들어가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한 전 위원장의 사퇴에도 대권 잠룡들 사이에서 때리기가 이어지자 대권을 놓고 일찌감치 신경전에 들어갔다는 분석이다. 한 전 위원장은 최근 여권의 차기 대권 후보군에 대한 선호도 여론조사에서 국민의힘 지지층의 절반 이상의 지지를 받아 1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여론조사 전문기관 미디어리서치가 뉴스핌 의뢰로 지난달 29~30일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1006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무선 RDD 활용 ARS 조사, 신뢰 수준 95%에 표본 오차 ±3.1%p) 결과, 한 전 위원장은 20.9%로 1위를 기록했다. 그 뒤로는 홍 시장 11.2%, 원희룡 전 국토교통부 장관 7.0%, 오 시장 6.8% 순이었다. 특히 국민의힘을 지지한다고 답한 응답자 중에선 50.6%가 한 전 위원장을 지지했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이와 별개로 한 전 위원장의 '잠행' 행보도 연일 관심을 받고 있다. 지난 3일 한 전 위원장은 비서실장을 지낸 김형동 의원을 비롯해 사무처 당직자 등 20여명과 서울시내 중식당에서 3시간가량 만찬을 하며 근황을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앞서 한 전 위원장은 총선 이후 함께 활동했던 비상대책위원들과 만찬 회동을 하기도 했다. 최근에는 총선 지원 유세를 했던 가수 김흥국 씨에게 연락해 격려하는 등 '정중동'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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