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트 윤재옥 누구…국힘 원내대표 출마 '눈치싸움'

국민의힘, 5일부터 원내대표 후보 등록…9일 선거
이철규 단독 출마→추경호·이종배·송석준 등 다자 구도 무게

국민의힘이 4·10 총선에 참패한 가운데 혼란에 처한 당을 추스르고 이끌어갈 구원투수로 누가 등판할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12일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회의실이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2024.4.12/뉴스1 ⓒ News1 송원영 기자

(서울=뉴스1) 한상희 이밝음 기자 = 국민의힘이 5일 '포스트 윤재옥'을 뽑는 원내대표 선거 후보 등록을 시작한다. 강경 노선을 예고한 거대 야당의 '찐명'(진짜 친이재명) 원내대표에 맞설 소수 여당 원내 사령탑이 누가 될지 관심이 모인다.

오는 9일 치러질 본선거가 불과 나흘 앞으로 다가왔지만 판세는 여전히 안갯속이다. 한때 '찐윤'(진짜 친윤석열) 이철규 의원 단독 출마로 기우는 듯 했지만, 이 의원이 막판 불출마로 가닥을 잡은 것으로 알려지면서 중진들의 물밑 눈치작전이 벌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앞서 친윤계를 중심으로 이 의원을 사실상 추대해야 한다는 분위기가 형성되자 당내에선 다른 중진들도 쉽게 나서지 못했다. 후보 등록을 하루 앞둔 지난달 30일까지 아무도 출마 선언을 하지 않자 당은 3일로 예정된 선거를 9일로 엿새 미루고 재정비에 나섰다.

이후 수도권 3선 송석준 의원이 지난 2일 처음으로 공식 출마 선언을 했고 다음 날 충청 4선 이종배 의원이 출마의 뜻을 밝혔다. 여기에 대구·경북(TK) 3선 추경호 의원도 이날(5일) 출마 의사를 밝힐 것이 유력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다자 구도로 원내대표 선거가 치러질 가능성이 커졌다.

송 의원은 "아무리 험하고 고된 길이라 할지라도 제가 가야 할 길이라면 적극 나서야 한다고 생각했다"며 출사표를 냈다. 이 의원도 "국민의힘이 다시 한번 국민으로부터의 신뢰를 회복하고, 무너진 보수정당의 기치를 바로 세우겠다"며 출마 의사를 밝혔다.

송 의원은 국토교통부 관료 출신으로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여당 간사, 당 정책위 부의장 등을 역임했다. 행정안전부 제2차관 등을 거친 정통 관료 출신의 이 의원은 정책위의장,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위원장 등을 맡았다.

부산·울산·경남(PK) 4선 박대출 의원도 출마를 고심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미 불출마를 선언한 PK 4선 김도읍 의원은 본인 의사와 무관하게 계속 후보군으로 거론되고 있다. TK 3선 송언석·4선 김상훈 의원과 PK 윤영석 의원도 하마평에 오른다.

특히 윤석열 정부 초대 경제부총리를 지낸 추 의원의 선택에 정치권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그는 이날 출마 선언을 할 것으로 예상된다. 추 의원은 뉴스1에 "5일 오전 중에 최종 입장을 밝히겠다"고 밝혔다. 추 의원은 당내 최대 지분을 보유한(25석) 대구·경북(TK) 의원들의 두터운 지지를 받고 있다.

추 의원은 이번 총선 패배 책임에서 자유롭지 않다는 지적도 있지만, 합리적인 성품에 여야 의원들과 두루 원만한 관계를 맺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여권 내에서는 경제부총리를 거쳐 용산과 원활한 소통이 가능하고, 원내수석부대표를 지내 정무 능력과 협상력을 갖춘 카드로 거론된다.

선거 판세를 흔들 수 있는 막판 최대 변수로는 이철규 의원이 꼽힌다. 그는 당내 거센 반대 여론에 불출마로 가닥을 잡은 것으로 알려졌지만 "어떤 결정도 한 적 없다"(2일 당선인 총회가 끝난 뒤 기자들과 만나)며 여지를 남기고 있다. 이 의원이 출마를 결심할 경우 경선 구도가 이 의원 중심으로 구도가 재편될 가능성도 열려 있다. 당 일각에선 이 의원 외에 대안이 없지 않느냐는 목소리도 여전히 나온다.

이처럼 유력주자들이 막판까지 치열한 눈치싸움을 하는 배경에는 22대 국회가 극단적 여소야대 상황이어서 원내대표가 여당 리더십을 발휘하기 힘든 자리라는 판단이 깔려 있다. 22대 국회 전반기를 이끌 새 원내 사령탑은 국회 원 구성 협상을 비롯해 김건희 여사 특검법과 채상병 특검법 등 야당이 꺼내들 각종 특검법에도 대응해야 한다.

실제 강성 친명 박찬대 민주당 원내대표는 지난 3일 선출 직후 "이재명 대표와 함께 똘똘 뭉쳐서 난국을 이겨 나갈 것"이라며 국회 법제사법위원장과 운영위원장을 모두 사수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또 22대 국회 개원 즉시 대통령이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한 법안을 재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여기에 국민의힘 새 원내대표는 이번 총선 패배의 가장 큰 원인으로 지목된 수직적 당정 관계도 개선해야 한다. 용산과 긴밀하게 소통하면서도 필요할 땐 쓴소리도 할 수 있고, 동시에 192석 거대 범야권 공세를 상대해야 하다 보니 다들 원내대표 자리를 '독배'로 취급해 출마를 망설이고 있다는 얘기도 나온다.

한 국민의힘 재선 의원은 "원내대표는 당내 신망도 있어야 하고 협상력도 있어야 하며 용산과 소통도 돼야 한다"면서 "이런 자격 요건을 갖춘 후보군이라도 (추후) 4년 국회의원 임기 중 (원내대표를) 1년을 할 수 있는데, 이번에 무리하게 나올 필요가 있겠느냐"고 했다.

통상 원내대표 선거는 현역 의원들만 참여하는 무기명 투표로 결정되기에 막판까지 예측이 어려운 선거로 불린다. 하지만 이번엔 다자 구도가 형성되면서 '깜깜이' 선거라는 얘기까지 나온다. 이번 선거가 초선이 40%가 넘는 22대 총선 당선자들을 대상으로 한다는 점도 변수가 될 수 있다.

angela0204@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