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힘 원내대표 구인난 속 '채상병 특검법' 더 세게 흔드는 민주

'친윤' 이철규 출마설에…선출 일정 밀당·눈치싸움
민주 "채상병 특검법 5월 처리" 강행…국힘 '이중고'

이양수 국민의힘 수석부대표와 박주민 더불어민주당 수석부대표가 1일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본회의에 상정될 이태원특별법 수정안 안건과 관련 기자회견을 위해 입장하고 있다. 2024.5.1/뉴스1 ⓒ News1 송원영 기자

(서울=뉴스1) 이비슬 기자 = 국민의힘 차기 원내대표 선출이 인물난 끝에 연기됐다. 총선에서 압승한 더불어민주당은 '채상병 특검법' 본회의 강행 처리를 예고하고 있어 21대 마지막 회기를 맞이한 국민의힘에 험로가 예상된다.

2일 정치권에 따르면 국민의힘은 차기 원내대표 후보 물색과 동시에 민주당의 쟁점 법안 처리 저지까지 당안팎으로 이중고에 놓였다.

윤재옥 원내대표는 전날 국회에서 만난 기자들에게 원내대표 선출 연기 이유와 관련 "어제(30일)까지 아무도 출마 선언을 하지 않았다"며 "지난 22대 총선 당선자 총회 당시 후보자 비전 등을 들어보고 토론할 필요가 있지 않느냐는 문제 제기가 있었다"고 말했다.

당초 국민의힘은 5월 7~9일 사이, 늦어도 10일 전에는 원내대표 선거를 치르기로 당내에서 잠정 합의했다. 이날 본회의에서 민주당이 '채상병 사망사건 외압 의혹 특별검사법'과 '이태원 참사 진상 규명을 위한 특별법' 처리를 예고하는 등 민감한 현안이 산적해 있는 만큼 새 원내대표를 조속히 선출한다는 계획이었다.

이후 민주당이 원내대표 선출일을 오는 3일로 확정하자 국민의힘도 당초 예상 일정보다 앞당긴 3일 원내대표를 선출한다고 공식 발표했다. 그러나 후보 등록 마감일(1일) 직전까지도 출마를 선언한 후보가 한 명도 없자, 다시 9일로 원내대표 선출일을 미룬 것으로 전해졌다.

원내대표 선출 일정이 오락가락한 배경에는 친윤석열계 핵심인 이철규 의원의 원내대표 단독 출마설로 인한 우려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이 의원이 선출될 경우 추후 친윤계 세력화를 의식한 후보들이 출마를 주저한 것으로도 알려졌다.

특히 정권 심판론이 작동한 이번 총선 참패 결과에도 불구하고 이 의원이 원내 사령탑에 오를 가능성이 제기되자 '도로 친윤당'이란 비판을 피할 수 없다는 지적이 들끓었다. 배현진 의원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이철규 의원께서 불출마 선언을 하실 것을 촉구한다"고 썼다. 김태흠 충남지사도 페이스북을 통해 "자숙도 모자랄 판에 무슨 낯으로 원내대표설이냐"고 질타했다.

국민의힘이 원내대표 구인난, 야당과의 쟁점 법안 협상으로 이중고를 겪는 사이 민주당은 총선 승리 기세를 몰아 여당을 강하게 압박하고 있다. 최대 쟁점은 채상병 특검법이다. 채상병 사망 원인을 규명하는 수사는 국방부와 대통령실의 수사 외압 의혹으로 번질 가능성이 높아 윤 대통령의 남은 임기 국정 운영의 최대 족쇄가 될 수 있다.

민주당이 21대 국회 마지막 회기인 5월 본회의에서 특검법 처리를 강행 처리하려는 배경이다. 다만 2일로 예정된 본회의에서 채상병 특검법을 야당 단독으로 통과시키더라도 윤 대통령이 15일 이내에 거부권(재의요구권)을 행사할 가능성도 남아있다. 이 경우 특검법은 오는 29일 21대 국회 회기 종료와 동시에 자동 폐기된다.

당장 29일 본회의 개최 여부도 위태롭다. 이양수 국민의힘 원내수석부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민주당이 채상병 특검법을 합의 없이 단독 처리에 나선다면 본회의 개의 자체를 반대할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윤 대통령과의 영수 회담에서 "채해병 순직 사건 진상을 밝혀 책임을 묻고 재발 방지 대책을 강구하는 것은 국가의 가장 큰 책임"이라며 "행정 권력으로 국회와 야당을 굴복시키려 하시면 성공적인 국정은 쉽지 않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홍익표 원내대표도 전날 MBC 라디오와 인터뷰에서 "5월 2일 본회의가 열려 채상병 특검법과 전세사기 특별법이 정상적으로 처리되지 않으면 4일 국회의장 순방길에 함께 가지 못한다"고 말했다.

b3@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