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철규 반발' 확산에 국힘 원내대표 선출 한주 미뤘다

원내대표 선출일 3일→9일…눈치싸움 속 출마 선언 후보 '전무'
"패장 내세우냐" vs "대안 없다" 분분…친윤계도 반대 목소리

이철규 국민의힘 인재영입위원장이 20일 오후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24.3.20/뉴스1 ⓒ News1 구윤성 기자

(서울=뉴스1) 신윤하 기자 = 국민의힘 차기 원내대표직을 둘러싸고 이철규(3선·강원 동해태백삼척정선) 의원의 단독 출마에 무게가 실린 가운데, 당은 원내대표 선출일을 9일로 미뤘다. 이 의원이 출마를 시사한 이후 지금까지 경선 출마를 선언한 후보가 전무하고, '찐윤' 이 의원의 출마를 놓고 당내 공방이 거세지는 상황을 고려한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1일 국민의힘에 따르면 국민의힘 원내대표 선출선거관리위원회는 전날 회의를 거쳐 당초 3일이었던 원내대표 선출일을 5월 9일 오후 2시로 연기했다. 국민의힘은 2일 선거일을 공고한 후 5일 오전 9시부터 오후 5시까지 후보자 신청을 받는다.

선거운동 기간을 연장해 후보의 정견 발표와 철학을 알 수 있게 하겠다는 것이 선출일 변경의 공식 이유지만, 당 안팎에선 '원내대표 구인난'이 영향을 미쳤을 거란 관측이 많다.

그간 유력 후보로 거론됐던 중진 의원들은 불출마 의사를 내비쳤고, 이날까지 경선에 참여 의사를 밝힌 의원들은 없는 상태다.

원내수석부대표와 법사위원장을 지낸 경험이 있어 가장 유력한 원내대표 후보로 꼽혔던 4선 김도읍(부산 강서) 의원은 지난 28일 불출마를 선언했다. 3선 김성원(경기 동두천양주연천을) 의원도 전날 "많은 분하고 또 상의를 해본 결과 이번 원내대표 선거에는 더 훌륭한 분이 하시는 게 맞겠다고 판단해 이번 원내대표 선거에는 나가지 않기로 결심했다"고 말했다.

수도권 3선인 송석준(경기 이천) 의원과 지난해에도 원내대표 선거에 나오려 했던 4선 박대출(경남 진주갑) 의원 등도 하마평에 오르고 있지만 명확한 출마 의사는 밝히지 않았다. 송 의원은 전날 "일단 내가 할 수 있는 역할에 대해서 다양하게 많은 국민과 동료 의원들과 숙의 중"이라고 말했다. 4선 이종배 의원, 3선 성일종 의원 등도 출마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있다.

친윤 이철규 의원의 출마가 확실해지지 않은 상황에서 다른 의원들이 눈치 싸움을 하는 것으로 보인다. 이 의원과 경쟁하게 되면 '친윤 대 비윤' 갈등 구도로 비치게 될 거란 우려가 짙은 상황이다.

게다가 원내대표 경선이 얼마 남지 않은 현시점에서, 이미 공천 과정에서 세를 넓혀놨던 이 의원과의 대결에 도전하는 것도 부담이다. 이 의원은 총선 전 사무총장, 인재영입위원장, 공천관리위원을 맡으며 현 당선자들과의 스킨십이 있었다.

한 여권 관계자는 뉴스1에 "이 의원이 워낙 공천 과정 등에 깊숙이 개입했기 때문에 다른 의원들이 원내대표 후보에 도전하기에 엄두가 안 날 것"이라며 "이 의원은 원내대표 선거에 투표할 당선인들과 이미 다 아는 사이고, 검증도 했고, 쌓아둔 관계도 있다. 다른 후보들은 당선인들과 스킨십도 없는 상태인데, 며칠 안에 전화를 돌려서 원내대표에 자신을 투표해달라고 하긴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30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국민의힘 기획조정국 앞에 제22대 국회 국민의힘 원내대표 선출 선거일 공고문이 붙어 있다. 2024.4.30/뉴스1 ⓒ News1 임세영 기자

당내에선 다른 후보가 없으면 자연스럽게 이 의원을 원내대표로 추대하는 방안이 거론된다. 과거 보수 정당에선 2008년 홍준표 당시 한나라당 의원, 2014년 이완구 당시 새누리당 의원, 2015년 원유철 당시 새누리당 의원이 원내대표로 추대된 사례가 있다.

여소야대 국면에서 강성 친명인 박찬대 의원이 민주당 원내대표로 추대될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여당에서도 강성 친윤 의원을 내세워야 한단 분위기가 '이철규 추대론'에 힘을 싣는다.

다만 지난해 강서구청장 보궐선거와 총선 참패의 책임을 피할 수 없는 이 의원의 원내대표 추대를 반대하는 목소리도 큰 상태다. 정권 심판론으로 총선에서 참패한 이후에도 친윤 의원이 지도부로 나서는 것은 당 쇄신에 역행한단 지적이 불가피하다. 친윤계에서도 공개적인 반대 목소리가 나왔다.

배현진 의원은 전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이철규 의원께서 불출마 선언을 하실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홍준표 대구시장도 전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패장(敗將)을 내세워 또 한 번 망쳐야 하겠나. 가만두고 보려니 해도 해도 너무하다"며 "들러리 세워 원내대표를 노리고 있나. 도대체 사람이 그리 없나"고 적었다. 김태흠 충남지사도 같은 날 "자숙도 모자랄 판에 무슨 낯으로 원내대표 설이냐. 그렇게 민심을 읽지 못하고, 몰염치하니 총선에 대패한 것"이라고 말했다.

국민의힘 원내대표 선출선거관리위원회는 선출일 변경이 이철규 의원에 대한 당내 공방과 '시간 끌기' 때문이라는 해석에 대해선 '억측'이라 해명했다.

원내대표 선출선거관리위원장을 맡은 이양수 원내수석부대표는 전날 소통관에서 "이철규 의원님에 대한 호불호 때문에 (원내대표 선출일을) 연기하거나 변경했다는 억측이 있을까 봐 일부러 설명해 드리러 온 것"이라며 "어떤 분은 이 의원이 시간을 벌어서 이 의원이 좀 긍정적인 방향으로 전환될 수 있도록 하려고 시간을 늘린 거 아니냐는 이야기도 있는데 그건 제가 억측이라고밖에 이야기 못 드린다"고 반박했다.

sinjenny97@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