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격전, 그후]'평균 38.7세' 진보 성향 수원정…'막말' 김준혁 기회 줘

수원정, 전통적인 '민주 텃밭'…광교신도시 영향 보수세↑
두 후보 '막말 논란' 접전 양상…결국 '사전투표' 당락 정해

편집자주 ...어느 때 보다 치열했던 제22대 총선. 최대 승부처는 수도권이었다. 이중에서도 당락을 가른 표 차이가 5%포인트(p) 미만인 선거구가 20곳에 달한다. 이념, 계층, 세대, 지역으로 갈라진 우리나라 정치지형을 낱낱이 보여주는 곳들이다. 5%p의 차이를 극복하고 당선한 후보들은 누구며, 승패의 결정적 요인은 무엇이었는지 차례로 분석한다.

ⓒ News1 윤주희 디자이너

(서울=뉴스1) 구진욱 기자 = 제22대 국회의원 선거에서 경기 수원정 김준혁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이수정 국민의힘 후보를 2%내 초박빙 접전 끝에 누르고 당선됐다.

수원화성을 축조해 수원의 사랑을 받은 정조대왕을 연구한 역사학자(김준혁 당선인)와 유명 범죄심리학자(이수정 후보)의 대결로 주목 받았던 수원정은 선거 막판 후보들의 '막말 논란'으로 안개 속 승부가 점쳐지면서 일찌감치 박빙 승부를 예고했다.

31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두 '교수'간의 맞대결이 펼쳐진 수원정 지역은 총선 다음 날(11일) 오전 1시13분쯤 개표율이 99.89%에 이르러서야 김 당선인의 당선 확정 결과가 발표됐다. 최종 결과는 김 당선인 6만9881표(50.86%)로 6만7504표(49.13%)를 얻은 이 후보를 1.73%포인트(p), 2377표 차 접전 끝에 승리했다.

경기 수원은 전국 기초자치단체 가운데 가장 많은 인구(약 120만명)를 자랑한다. 2000년 총선까지 보수 텃밭으로 불렸으나 이후 보수·진보 정당이 치열한 접전 끝에 의석을 나눠 갖는 모습을 보였다. 2016년부터 두 차례 총선에선 민주당이 5개 선거구를 석권했다.

이 중 수원정 지역은 현재 주민들의 평균 연령이 38.7세로 젊은 편이라 수원 내에서도 민주당 지지 성향이 가장 강한 지역으로 분류돼왔다. 그러나, 광교신도시 개발로 고가 아파트 단지 입주가 본격화하고 문재인 정부 시절 종합부동산세 강화의 여파로 최근 보수세가 급속도로 확장되고 있는 것으로 평가됐다.

지난 대선 당시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가 이재명 민주당 후보보다 많은 표를 거둔 수원 내 유일한 선거구다. 당시에도 두 후보간 격차가 166표에 불과했는데, 이번 총선에서도 초접전 양상이 전개될 것이라고 정치권에서는 예고했었다.

특히, 선거 막판 '역사 왜곡' 발언으로 논란이 된 김 당선인과 '대파 발언'으로 여론의 뭇매를 맞은 이 후보가 여론조사에서 엎치락 뒤치락 접전을 펼치면서 더욱더 선거 양상은 미궁 속으로 빠졌다.

접전을 예고하며 시작된 본투표에선 이 후보가 김 당선인을 앞섰다.

권역별로 보면 신도시인 광교1·2동과 메탄1·2동, 원천동 등 5개 선거구에서 이 후보가 김 당선인을 앞섰다. 김 당선인은 메탄3·4동 그리고 전통적으로 진보세가 강한 영통1동에서만 승리했다.

하지만, 결과는 얼마 지나지 않아 뒤바뀌었다. 사전 투표함이 열리자 김 당선인이 이 후보를 금세 따돌렸다. 전통적으로 진보 성향을 띈 인구가 많은 수원시정 지역구민들의 표심이 결국 사전 투표에서 여실히 드러난 것이다.

김 당선인은 △사전투표 56.24%(1만8093표 중 1만176표) △재외투표 66.84%(555표 중 371표)를 차지했다. 이렇듯 관외사전투표·재외투표에서 민주당이 과반을 차지하면서 막판 승부가 판가름 났다.

한편 '2%내 초박빙' 접전을 펼쳤던 수원정 지역은 이번 총선에서 '2번째로 많은 무효표'가 나온 지역이라는 오명을 쓰기도 했다. 특히, 수원정 지역의 무효표(4696표)는 두 후보 간 표 차이(2377표)의 2배에 가까운 '무더기 무효표'로 집계됐다. 결국 무효표의 향방이 두 후보의 당락을 좌우할 수 있었던 것이다.

김 당선인은 뉴스1에 "국회의원 후보자 이전 시절 유튜브 방송 패널로서 했던 말과 제가 쓴 역사책 일부분이 발췌돼 본의와 다르게 대중들에게 전달돼 많은 분들로부터 질타를 많이 받았다"며 "이번 선거를 계기로 더욱 자기 자신을 돌아보고 언행에 신중해야 한다는 것을 다시 한 번 깨닫게 됐다"고 전했다.

이어 김 당선인은 "본의 아니게 저의 말과 글로 인해 혹 상처를 입으신 분이 있다며 이 자리를 빌려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며 "수원정 지역구는 지하철3호선 연장과 영통소각장 이전 등 지역에 해야할 일들이 많다. 국회에 들어가면 정부와 관련부처, 지자체와 협의해 최대한 진전이 이뤄질 수 있도록 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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