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 판이 바뀌다] 정의당 퇴장·조국당 부상…실패로 끝난 '제3지대'

'20년 역사' 녹색정의당 0석…양당제 반발한 제3지대 '4석'
제3지대 실패 요인은 '대권 주자·지역 기반·정치적 양극화'

편집자주 ...제22대 국회의원 선거가 끝났다. 192 대 108이라는 숫자는 이 구도로 4년간 국민 뜻을 받들라는 명령이다. 선거 결과는 윤석열 정부 심판이다. 그러나 이런 정치적 의미보다 더 중요한 변화가 있다. 이번 총선은 전통적 선거 공식이 깨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정치지형의 근본틀이 바뀌고 있다. 선거를 결정짓는 기본 토대는 이념, 세대, 지역이다. 더이상 20대를 진보로 단정할 수 없고 60대를 보수로 규정할 수 없다. 서울을 진보 우세로, 부산을 정통보수로 여기는 분석틀도 깨졌다. 온라인 시대가 30년이 지났고 유튜브가 대세가 된 22대 총선. 이전과 전혀 다른 그 변화의 지점들을 차례로 분석한다.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왼쪽)와 이낙연 새로운미래 공동대표가 20일 서울 여의도 국회와 당사에서 각각 합당 철회 관련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24.2.20/뉴스1 ⓒ News1 구윤성 기자,송원영 기자

(서울=뉴스1) 한병찬 기자 = 4·10 총선에서 '제3지대' 정당이 상반된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거대 양당 구도를 타파하겠다며 야심 차게 출발한 새로운미래와 개혁신당은 고전을 면치 못한 반면 민주당과 협력 관계를 선언한 조국혁신당은 창당 한 달여 만에 원내 3당 자리에 올랐다. 20년간 원내정당을 지켜온 정의당은 기존 '6석'에서 '0석'으로 쪼그라들었다.

이를 두고 정치권에서는 거대 양당의 독점 구도가 더욱 공고해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민주당 범야권 맏형론'을 강조한 조국혁신당이 12석을 확보한 데 반해 거대 양당에 반발한 제3지대 정당은 '4석'에 그치며 견고함을 재확인했다는 것이다.

◇정의당, 원내 입성 20년 만에 원외로…구심점 잃고 혼란

29일 정치권에 따르면 제22대 국회 정당별 의석수는 더불어민주당 171석, 국민의힘 108석이다. 거대 양당은 준연동형비례대표제를 유지하며 '꼼수 위성정당'을 창당해 총 279석을 차지한 것이다. 이외에는 △조국혁신당 12석 △개혁신당 3석 △진보당 3석 △새로운미래 1석 △기본소득당 1석 △사회민주당 1석을 얻었다.

녹색정의당(현재 정의당)은 지역구에서 한 석도 얻지 못한 데 이어 비례대표 투표에서 의석 배분을 위한 정당 득표율 최소 3%조차 확보하지 못해 원내 진입에 실패했다.

녹색정의당은 정당 '간판'인 심상정 고양갑 후보에게 기대를 걸었지만, 심 후보는 더불어민주당·국민의힘 후보에 밀려 3위로 낙선했다. 심 의원은 지난 11일 총선 결과에 책임을 지고 정계 은퇴를 선언했다.

김준우 녹색정의당 상임선대위원장이 4일 오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가진 특별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이날 녹색정의당은 다시 한 번 기회를 달라며 유권자들을 향해 5번 절을 했다. 2024.4.4/뉴스1 ⓒ News1 신웅수 기자

녹색정의당이 원외로 밀려난 것은 2004년 민주노동당으로 원내에 진입한 이후 20년 만이다. 당시 민주노동당은 1인2표제로 선거제도가 바뀌며 13% 득표율을 얻어 10석을 확보했다. 이후 노회찬 전 의원을 중심으로 거대양당제에서 탄탄한 제3지대를 형성해 왔다.

그러나 녹색정의당은 노 전 의원의 타계로 당의 구심점을 잃고 당 대표의 성추문 논란 등으로 흔들리기 시작했다. 여기에 정의당은 정체성 혼란을 겪으며 지지 기반이 떠났고 지역구와 비례대표를 분리해서 투표하자는 전략도 먹히지 않았다.

정책 방향성도 문제였다. 민주당이 '민생'을 정면에 내걸며 정권심판론을 띄운 것과 달리 녹색정의당은 여야가 주목하지 않은 '기후위기'로 승부수를 띄웠다. 그러나 정책은 현실에 지친 유권자들의 피부에 닿지 못했고 결국 원외정당으로 밀려났다.

◇새로운미래 '1석' 개혁신당 '3석'…지역 기반 없었다

제3지대 정치를 내세운 새로운미래와 개혁신당도 상황은 비슷하다. 새로운미래는 김종민 세종갑 후보가 당선되며 지역구에서 1석을 확보했지만 정당 투표에서 1.7%의 득표율에 그치며 비례대표 의석수 확보에 실패했다.

새로운미래는 '진짜 민주당'을 표방하며 '반이재명'을 강조했다. 특히 이낙연 전 공동대표를 필두로 호남권 민심을 얻은 후 충청권과 수도권으로 바람을 일으키겠다는 전략을 내세웠지만 유권자의 마음을 얻지 못해 당초 목표한 5석에 한참 못 미치는 성적표를 받았다.

개혁신당은 이준석 대표가 경기 화성을에서 공영운 민주당 후보를 꺾고 정당 투표에서 비례대표 2석을 확보하며 총 3석을 확보했다. 그러나 수도권 남부 지역의 '반도체 벨트'를 공략하는 전략이 실패하며 개혁신당은 '절반의 성공'에 그쳤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같은 제3지대의 실패는 △대권 주자 △지역 기반 △정치적양극화 등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과거 제3지대가 성공했던 사례를 보면 1992년 14대 총선에서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이 창당한 통일국민당은 강원도와 충청권을 기반으로 31석을 확보했다. 1996년 15대 총선에선 김종필 총재의 자유민주연합이 충청과 대구 민심을 잡으며 50석을 가져갔고 2016년 20대 총선에서는 안철수 의원의 국민의당이 호남에서 녹색돌풍을 일으키며 38석을 석권했다.

결국 이준석 대표와 이낙연 전 대표가 유권자들에게 대선주자로 인정받지 못했고 지역 기반 확보도 실패했다는 것이다. 아울러 유권자들이 대선을 거치며 정서적 양극화가 심해졌다는 평가도 있다. 즉 상대 당에 대한 적대감으로 사표 방지 심리가 작용했다는 것이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가 25일 서울 모처에서 열린 비공개 만찬 회동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제공) 2024.4.25/뉴스1 ⓒ News1 송원영 기자

◇'호남·정권심판·대권주자' 조국혁신당 3박자 맞았다

반면 이번 총선에서 비례대표 12석을 확보해 단숨에 원내 3당으로 올라선 조국혁신당은 3가지 요건을 모두 충족했다는 해석이 나온다.

먼저 조국혁신당은 안정적인 지지 기반을 확보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조국혁신당은 호남 지역에서 민주당 비례위성정당은 더불어민주연합을 뛰어넘으며 1위를 기록했다. 조국 대표의 고향인 부산에서도 더불어민주연합을 누르고 2위를 기록했다. 세대별로는 4050세대에서 강한 지지를 받기도 했다.

잠재적 대권 주자로 평가받는 조 대표의 존재와 조국혁신당이 정치적 분열과 대립이 격화되는 상황에서 '윤석열 정권 심판'이라는 선명성을 띤 것도 영향을 끼쳤다고 볼 수 있다.

다만 조국혁신당이 '지민비조'(지역구는 민주당 비례는 조국혁신당) 전략을 내세운 점에서 제3지대 정당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제3지대는 일반적으로 양당 체제에 반발하며 출범하는 정당을 일컫는다. 그러나 조국혁신당은 창당부터 민주당과 협력 관계를 선언한 점에서 사실상 민주당의 파생정당으로 봐야 한다는 것이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뉴스1과 통화에서 "여권 진영을 1지대, 야권 진영을 2지대라고 한다. 제3지대는 여야를 모두 비판하는 것을 말한다"며 "조국혁신당은 사실상 민주당과 선거연대를 한 것으로 22대 총선을 통해 양당제가 확실히 견고해졌다"고 말했다.

bchan@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