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 판이 바뀌다] 尹 찍었던 2030 남성도 등 돌려…좁아지는 보수 지형

출구조사서 비례 득표율 20대 남성 31.5%, 30대 남성 29.3%…'반토막'
정치성향은 여전히 '보수'인데…조국당은 비판하고 개혁신당 지지하기도

편집자주 ...제22대 국회의원 선거가 끝났다. 192 대 108이라는 숫자는 이 구도로 4년간 국민 뜻을 받들라는 명령이다. 선거 결과는 윤석열 정부 심판이다. 그러나 이런 정치적 의미보다 더 중요한 변화가 있다. 이번 총선은 전통적 선거 공식이 깨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정치지형의 근본틀이 바뀌고 있다. 선거를 결정짓는 기본 토대는 이념, 세대, 지역이다. 더이상 20대를 진보로 단정할 수 없고 60대를 보수로 규정할 수 없다. 서울을 진보 우세로, 부산을 정통보수로 여기는 분석틀도 깨졌다. 온라인 시대가 30년이 지났고 유튜브가 대세가 된 22대 총선. 이전과 전혀 다른 그 변화의 지점들을 차례로 분석한다.

ⓒ News1 윤주희 디자이너

(서울=뉴스1) 노선웅 기자 = 4·10 총선 결과를 두고 여러 분석이 나오는 가운데 지난 대선에서 윤석열 대통령을 지지했던 2030 남성들의 이탈이 보수정당의 역대급 참패 원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방송사 출구조사 결과 국민의힘 비례 위성정당인 국민의미래의 2030 남성 득표율은 지난 대선 당시 반토막에 불과할 정도다. 또 같은 세대 여성 득표율도 '여가부 폐지' 등 반(反)페미니즘적 정책에 대한 비토로 20%대의 낮은 지지율을 보이면서 2030의 표심을 잡는 데 완전히 실패했다는 지적이다.

이에 국민의힘 안팎에선 인구 구조상 핵심 지지기반인 산업화 세대가 줄어 더욱 불리한 데다, 승리의 핵심 요인으로 꼽힌 2030 남성의 지지마저 잃고 있어 전례없는 위기감이 맴돌고 있다.

◇ 2030 정치성향 여전히 '보수'지만…국민의힘 지지로 이어지지 않아

지난 2022년 대선 당시 방송 3사 출구조사 결과에서 20대 남성(58.7%)과 30대 남성(52.8%)은 국민의힘 대선 후보였던 당시 윤석열 후보에게 표를 몰아준 바 있다.

이들 2030 남성들은 여전히 보수 성향을 유지하고 있다. 지난달 한국갤럽 조사에서 20대와 30대 남성 중 자신의 정치 성향을 '보수'라고 답한 비율은 각각 33%·34%로, 진보라고 답한 14%·20%보다 높았다.

하지만 이번 총선에서 보수정당인 국민의힘 지지율은 20대 이하 남성 47.9%로, 지난 대선과 비교하면 약 10%포인트(p) 낮았다. 이번 총선 출구조사에서도 여당의 비례 위성정당인 국민의미래는 20대 남성과 30대 남성으로부터 각각 31.5%와 29.3%의 지지를 받는 데 그쳤다. 불과 2년 만에 득표율이 반 토막 난 셈이다.

22대 총선 비례대표 의석은 국민의힘의 위성정당인 국민의미래가 18석, 더불어민주당의 연합 위성정당인 더불어민주연합이 14석, 조국혁신당은 12석, 개혁신당은 2석으로 결정됐다. ⓒ News1 윤주희 디자이너

◇ 이탈한 2030 남성, 민주당·개혁신당으로…조국혁신당과는 거리

국민의힘 지지를 철회한 이들은 민주당 또는 개혁신당 등으로 지지를 옮기며 오히려 정권 심판론에 힘을 실어줬다.

출구조사 결과 민주당의 비례 위성정당인 더불어민주연합의 20대 남성 득표율은 26.6%, 30대 남성 득표율은 38.2%였다. 이준석 대표가 이끄는 개혁신당은 20대 남성 득표율 16.7%, 30대 남성 득표율 9.5%를 얻었다.

다만 2030 남성들은 12석을 얻으며 파란을 일으킨 조국혁신당과는 거리를 둔 모습이다. 전 연령층 중 70대 이상(14.7%)을 제외하면 20대 남성(17.9%)과 30대 남성(23.6%)에서 조국혁신당 지지율이 가장 낮았다. 이는 청년층의 주된 가치인 '공정'이 여전히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 '중수청 잡아야' 자성에도 회복 난망…尹 결자해지 분석도

당에서도 좁아지는 보수지형에 대한 자성의 목소리가 연이어 나왔다. 특히 당내 낙선자들과 3040 후보들을 중심으로 '중·수·청'(중도·수도권·청년)을 잡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2030 남성 표심을 돌리긴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공정과 상식'의 가치를 표방해 지난 대선 당시 2030 남성들로부터 지지를 받은 윤 대통령이 채 상병 수사 외압 및 이종섭 대사 도피 의혹 등으로 외려 이에 반하는 듯한 모습을 보이면서 이들에게 정치적 '배신감'을 줬다는 평가다.

아울러 22대 국회 역시 거대 야권에 끌려다닐 수밖에 없어 여가부 폐지 등 2030 남성을 겨냥한 정책의 추진이 어렵게 된 점도 이러한 평가에 영향을 미쳤을 것이란 분석이다.

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 겸 당대표 권한대행과 당선인들이 22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22대 국회의원 당선자총회에서 인사를 하고 있다. (공동취재) 2024.4.22/뉴스1 ⓒ News1 ,송원영 기자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이번 총선 결과로 보인 것은 2030 남성들이 보수정당에 그 어떠한 매력도 느끼지 못하면서 확실하게 돌아섰다는 것"이라며 "윤석열 정권 창출에 기여한 이들마저 정권 심판론에 힘을 실으면서 완전 참패로 끝난 것"이라고 말했다.

박 평론가는 "표심을 회복할 길은 있겠지만 대통령이 이들의 마음을 돌리려는 근본적인 변화의 노력 없인 어렵다. 당장 신임 대통령실 비서실장과 차기 원내대표 후보 모두 '친윤' 아니냐"며 "이는 대통령이 총선 결과에 대해 인정하지 않겠다는 것으로, 변화하지 않겠다는 것으로 읽힐 수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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