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백서' 집필자 쓴소리…조정훈 "강남만 행복한 정당 답 없다"

[인터뷰] 국민의힘 서울 마포갑 당선인 겸 총선백서TF 위원장
"이재명·국힘 잘했더라면 조국혁신당·개혁신당 탄생하지 않아"

조정훈 서울 마포갑 당선인 겸 국민의힘 총선백서 태스크포스(TF) 위원장이 26일 오전 서울 마포구 지역구 사무실에서 뉴스1과 인터뷰를 가졌다. (조정훈 의원실 제공) ⓒ 뉴스1

(서울=뉴스1) 조현기 기자 = "웰빙 정당·강남 3구 사람들만 행복한 정당은 답이 없습니다"

조정훈 국민의힘 총선백서 태스크포스(TF) 위원장이 지난 26일 서울 마포구 지역구 사무실에서 뉴스1과 만나 이번 총선 108석이란 역대급 참패를 기록한 국민의힘을 향해 던진 쓴소리다.

조 위원장은 이번 4·10 총선에서 국민의힘 험지인 서울 마포갑에서 599표 차로 신승을 거두며 재선에 성공했다. 그러나 그의 목소리엔 기쁨보단 '책임감'과 '중압감'이 묻어났다.

그는 이번 총선 패배의 원인 분석과 당의 방향성을 담을 총선백서 TF 책임자 자리를 맡았다. 이날 인터뷰는 조 위원장이 이날 오전 총선백서 TF 구성을 완료해 언론에 발표한 뒤 첫 인터뷰다.

조 위원장은 TF 위원장을 맡아 18명을 이끌 책임이 있어 오히려 많은 말을 하지 못하겠다고 했다. 인터뷰 내내 발언 하나하나를 조심스러워했지만 변화가 필요하다는 절실함은 숨기지 않았다.

◇ 변화 못하면 '종속변수'로 전락할 수도

"매력 없다"

조 위원장이 보는 국민의힘 현재 상황이자 총선 패배 이유다. 그는 "패배 원인을 찾는다면 5만 가지가 넘을 것"이라면서도 결국엔 핵심은 "국민의힘이란 상품이 매력 없었다"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국민의힘은 현재 모든 분야에서 업그레이드가 필요하다"며 'TOTAL 업그레이드'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만일 여당이 이번에도 변화하지 못한다면 조 위원장은 이번 총선에서 돌풍을 일으킨 조국혁신당과 제3세력으로 존재감을 과시한 개혁신당이 더 이상 '종속변수'로 남아있지 않을 것이고 국민의힘은 큰 위기를 맞이할 것이라고 걱정했다.

그는 "개혁신당과 조국혁신당은 이재명이 잘 품었더라면, 그리고 우리도 잘했더라면 '생기지 않을 정당'"이라며 "따라서 그들의 운명은 우리에게 달려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현재 국민의힘과 민주당은 '독립변수'고, 개혁신당과 조국혁신당은 '종속변수'지만 우리가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다음 총선에선 그들이 '독립변수'가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에 그는 총선백서 이후 국민들에게 국민의힘이 바뀌었단 것을 정책으로 체감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다짐했다. 특히 조 위원장은 그동안 진보 어젠다였던 '복지'와 '격차해소' 문제에 보수 정당이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며 백서 발표 후 새롭게 변화할 국민의힘의 모습을 예상했다.

그는 "보수에서 정권을 잡으면 유권자들은 강남 3구만 행복할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강남 3구 사람들만 행복한 정당은 답이 없다"고 강조하면서 동시에 당의 방향성을 과감하게 전환해야 한다고 의견을 피력했다. 또 진보 진영에서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높이는 '기후·환경' 문제에도 보수 정당이 눈을 감으면 안 된다고 덧붙였다.

조정훈 국민의힘 의원 (조정훈 의원실 제공) ⓒ 뉴스1

◇ 대권 잠룡 한동훈·홍준표·오세훈 '훌륭한 자산'

조 위원장은 이번 총선에서 인재영입을 주도한 이철규 의원의 원내대표 거론에 "원내대표는 (당의) 살림꾼이라고 본다"면서 "소통·조율의 아이콘인 사람이 되어야 한다"고 우회적으로 답했다.

또 당내 대권 잠룡으로 거론되는 한동훈·홍준표·오세훈 등 3명에 대해선 "훌륭한 당의 자산"이라며 "다가오는 2027년 대통령 선거. 특히 당내 경선에선 1인 독주 레이스는 재미가 없을 것"이라며 거론된 사람 모두 대선 주자로 함께 갈 필요성이 있다고 말했다.

조 위원장은 이번 총선에서 44년 동안 민주당 '텃밭'을 끝낸 마포갑에 '신(新)마포' 시대를 열겠다는 비전도 밝혔다. 마포갑은 4선의 민주당 노웅래 의원과 그의 부친인 노승환 전 국회의장이 도합 9선에 성공한 곳이다. 이번 총선에서는 '한강벨트' 주요 격전지로 꼽혔다.

그는 노승환 의원을 향해선 상대 당 의원이지만 '레전드'(전설)라고 극찬하며 "마포 최적화된 '주민 밀착' 정치를 구현한 의원"이라고 존경을 표했다. 하지만 아들인 노웅래 의원을 향해선 "노승환의 아류"라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조 위원장은 "이제 마포는 집집마다 찾아가는 정치가 필요한 시대는 지나갔다"며 국가적 차원에서 생각하고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정치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그는 지역구 의원으로서 임기를 시작하기 전이지만 "이미 구청·서울시청 등과 협의를 시작했고 (임기를 시작한 직후 성과들을) 발표하려고 준비 중"이라고 방긋 웃었다.

1972년 서울 출생인 조 위원장은 연세대 경영학과 입학 후 공인회계사 시험에 합격해 삼정KPMG에서 일했다. 이후 미국 유학길에 올라 하버드대 케네디스쿨에서 국제개발학 석사 학위를 받고, 세계은행에서 국제경제개발전문가로 일했다.

조 위원장은 지난 2016년 20대 총선을 앞두고 더불어민주당 영입 인재로 입당했으나 출마하지 못했다. 하지만 조 위원장은 시대전환 창당 후 2020년 더불어시민당에 입당해 비례 6번으로 당선하며 국회에 입성했다.

21대 총선이 끝난 후 조 위원장은 시대전환에 복당해 당대표로 지내다가 지난해 9월 '국민의힘 영입인재 1호'로 입당했다. 이 과정에서 시대전환은 국민의힘으로 흡수 합당됐다.

조정훈 국민의힘 서울 마포갑 당선인 (조정훈 의원실 제공) ⓒ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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