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김예지 "비례 초선 때도 욕 먹어…더 뛰어서 오해풀겠다"
"총선 참패 모두의 잘못…결과 얽매이지 말고 방향 잡아야"
식품·의약품에 점자 표기…"정치는 목소리 대신 내는 일"
- 이밝음 기자
(서울=뉴스1) 이밝음 기자 = "비례 초선 때도 욕을 먹으면서 들어왔어요. 그분들 생각을 변화시키는 건 제가 어떻게 일하느냐에 달렸다고 봅니다"
김예지 국민의힘 의원은 21대 국회에서 가장 주목받은 정치인 중 한 명이다.
시각장애인 피아니스트로 활동하던 2020년 미래한국당 1호 영입인재가 됐고, 비례대표 11번으로 21대 총선에서 당선됐다. 4년 뒤 22대 총선에선 국민의미래 비례대표 순번 15번을 받아 재선에 성공했다. 지난해 대정부질문으로 여야 모두에서 박수를 받았고, 이후 '김기현 지도부'와 '한동훈 지도부'에 연이어 참여했다.
존재감이 커질수록 관심과 함께 비판도 이어졌다. 친윤(친윤석열) 이철규 의원은 "비례대표를 연속으로 두 번 배려하지 않는다는 당의 오랜 관례는 깨졌다"며 공개적으로 김 의원 공천을 비판하기도 했다.
24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만난 김 의원은 "초선 때도 '장애계를 뭘 아냐', '인형놀이 할 거냐' 그런 소리를 많이 들었다"며 "나중에는 응원해 주는 분들이 훨씬 더 많이 생겼다"고 말했다.
그는 "셀프로 (공천)해서 들어온 분도 있기 때문에 같은 맥락에서 저를 오해하실 분도 당연히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그 의견 또한 존중한다"며 "그 오해를 풀기 위해서라도 22대 국회에서는 좀 더 뛰겠다"고 했다.
◇"친한동훈계 분류 안 했으면…누구랑 친한지보다 법안에 관심을"
김 의원이 더 뛰어야 할 22대 국회는 국민의힘에 불리한 지형이다. 개헌저지선을 간신히 넘긴 108석으로 더불어민주당과 조국혁신당 등 강성 거야를 상대해야 한다.
그는 "참패는 이미 일어난 일"이라며 "결과에 얽매이기보다 목표와 방향성을 가지고 집권여당으로서 책임감과 의무감을 갖고 당을 희망적·긍정적으로 이끌어갈 지도부가 들어왔으면 한다"고 했다.
-총선 책임론을 놓고 의견이 분분하다.
▶모두의 잘못이다. 선거는 공부랑 달라서 우리가 잘한다고 좋은 결과가 나오는 것 같진 않다. 빨간 점퍼만 보면 무조건 알레르기 반응을 보이는 분들도 굉장히 많더라. 내가 법안 하나 더 발의하고 통과시킨다고 바뀌지 않는다. 장애인식 개선 교육을 1년마다 의무화해도 쉽게 바뀌지 않는 것과 마찬가지다. 지도부가 교체돼도 지속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한동훈 전 위원장이 왔을 때 이미지가 바뀔 거란 기대도 있었는데.
▶혼자서는 못한다. 모두가 한동훈이 될 수는 없지 않나. 각자 전문분야와 개인기가 있으니 본인이 잘할 수 있는 분야에서 노력해야 한다. 예를 들면 내가 더 잘할 수 있고 바꾸고 싶은 걸 자꾸 얘기하면서 당이 국민 속으로 들어갈 수 있도록 발언하고 활동을 통해 보여드렸듯이.
-과거 당 대표와 다른 목소리를 내는 것도 망설이지 않았다. 지금 당에 하고 싶은 말은.
▶언제 제명당할지 모른다는 마음가짐으로 일했다. 다만 나도 당의 일원이라 지금은 당에 뭐라고 하기보다는 내가 잘하겠다. 내가 말하는 지도부가 들어오지도 않을 거고 그런 지도부가 들어와도 복병이 나타날 거다. 잘하는 사람들이 한 명씩 늘어날 때 당이 잘 된다고 생각한다. 그러니 남 얘기하지 않고 저부터 잘하겠다.
-혐오 표현을 바로잡는 등 비대위와 최고위 발언이 여러 차례 화제가 됐다.
▶내가 가지고 있던 이상향을 담아보고 싶었다. 앞으로 어떤 지도부가 들어와도 사회 흐름을 이끌어주는 역할은 해줬으면 좋겠다. 누구 한 사람의 사당이 아닌 공당, 공공의 당이지 않나. 언론 타이틀 뽑기용 발언이 아닌 필요한 역할을 할 때 정치 이미지도 변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일각에선 '친한동훈계'로 분류한다.
▶그런 걸 안 했으면 좋겠다. 대정부질문 때는 굉장히 멀리서 (한 전 위원장과) 대화만 했지. 악수 한 번 해본 적도 없다. 비대위에서 저한테 발언권을 더 준 것도 아니다. 그 후로도 위원장이랑 따로 연락해 본 적도 없어서 너무 황당하다. 무슨 법안을 발의하는지가 중요하지 누구랑 친한지 누구랑 밥 먹었는지가 우리 사회에 무슨 도움이 되나.
◇"논의조차 못한 법안 100건 넘어…정치는 목소리 대신 내는 일"
김 의원에게 4년 동안 가장 달라진 점을 묻자 "언론 인터뷰를 하기 싫어졌다"는 답이 돌아왔다. "내가 무슨 법안을 발의하고 그 법안을 왜 발의하는지에는 절대 관심을 갖지 않아요. 쓸데없는 일에 연루돼야만 유명해지는 게 안타까웠어요".
김 의원은 21대 국회에서 법안 170건을 발의했다. 라면과 화장품, 의약품 포장의 점자 표기도 김 의원이 만든 변화다. 점자 선거공보물의 페이지 제한을 없앴고 디지털 파일로도 제공하도록 했다. 올해는 발달장애인도 쉽게 읽을 수 있는 '이지리드(Easy read)' 의정보고서도 발간했다.
하지만 김 의원이 발의한 법안 중 123건은 여야 정쟁에 밀려 아직 계류 상태다. 그는 "논의조차 되지 못한 법안이 100건이 넘어 너무 답답하다"고 토로했다. 해당 법안들은 다음 달 21대 국회 종료와 함께 폐기된다.
김 의원은 장애인 기본법과 시청각 장애인 권리보장 및 복지지원에 관한 법률 등을 22대 국회에서 다시 추진할 계획이다.
장애인 기본법은 장애의 기본 개념을 비롯해 장애인의 권리와 장애인 정책 등 기본적인 사항을 규정하는 법안이다. 김 의원은 "장애인 기본법이 정립돼야 다른 장애 관련 법안들도 재정립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시청각 장애인의 경우 현재 별도 장애유형으로 분류되지 않아 복지 지원이 부족한 상황이다. 김 의원이 2022년 제정안을 발의했지만 2년이 넘도록 보건복지위원회에 계류 중이다.
김 의원은 장애인의 정보 접근권 전반에 관한 제정안도 필요하다고 했다. 그는 "4차 산업혁명 시대에 기술이 빠르게 발전하고 있지만 정보 접근 자체가 불가능해지는 사람도 생겼다"며 "디지털 포용 차원이 아니라 하나의 권리"라고 설명했다.
'주어진 시간은 4년뿐이라고 생각했다'는 김 의원은 "앞으로 4년도 길지 않을 거라는 걸 이미 경험해서 알고 있다"며 더 바쁘게 움직이겠다고 했다.
재선 의원이 된 그에게 정치적 지향점을 물었다.
"정치는 목소리를 내도 잘 전달되지 않는 분들, 목소리를 아예 낼 수 없는 분들의 목소리가 되어주는 역할이라고 생각하거든요. 정당 안에서 당권을 차지하려는 게 정치는 아니잖아요. 저는 목소리를 내기 위해서 무게감 있게 노력하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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