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권도 없고 욕만 먹을텐데"…국힘 두달짜리 비대위원장 '인물난'
윤재옥, 5월3일 원대 경선 전 비대위원장 추천…중진들은 난색
임기 두 달에 불과…전대 룰 개정 논의로 '잘해야 본전치기' 평가 많아
- 한상희 기자
(서울=뉴스1) 한상희 기자 = 4·10 총선에서 참패한 국민의힘이 선거 후 보름이 지나도록 비상대책위원회를 이끌 사령탑 인선에 애를 먹고 있다. 윤재옥 원내대표 겸 당대표 권한대행은 다음 달 3일 원내대표 경선 전까지 비상대책위원장을 추천하기로 했지만, 정작 후보군으로 거론되는 중진들이 대부분 난색을 보이는 등 진통을 겪고 있다.
당 수습을 위해 조속한 시일 내에 비대위원장을 추천해야 하는 윤 원내대표의 고심이 깊어지고 있다. 윤 원내대표는 지난 23일 중진 간담회에서 신임 비대위원장에 대한 의견을 청취했다. 이 자리에서 윤 원내대표는 비대위원장을 맡아달라는 중진들의 요청을 재차 고사했고, 5선 이상 중진에게 비대위원장을 맡겨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됐다.
현재 당내 5선 이상은 조경태·주호영(6선)·권성동·김기현·윤상현(5선) 의원과 나경원·조배숙(5선) 당선인이다. 이 중 대부분은 차기 당대표 선거 등에 출마할 인사들과 국무총리·국회부의장으로 거론되는 인사들이다. 나머지는 비대위원장직 제안을 고사하고 있다.
선수를 낮춰도 상당수가 대표나 원내대표 후보군이다. 4선이 된 당선인은 김도읍·김상훈·김태호·박대출·박덕흠·안철수·윤영석·윤재옥·이종배·이헌승·한기호 의원이다.
당선인 중 비대위원장을 맡을 만한 인물을 찾는 데 난항을 겪다 보니 낙선, 낙천한 중진 의원들까지 후보군으로 거론된다. 지역구를 부산 북갑으로 옮겨 낙동강 벨트 탈환에 나섰던 서병수(5선) 의원과 험지 서울 강남을에서 서대문을로 옮겨 출마했다 낙선한 박진(4선) 의원 등이다.
한 수도권 중진 의원은 "당내 다선 의원이 맡아야 한다는 쪽으로 의견이 모이고 있다"며 "당이 위기에 처할수록 똘똥 뭉치는 게 중요한 만큼 구심력을 강화할 수 있고 안정적으로 이끌 사람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비대위원장 인선에 구인난을 겪는 것은 임기가 2개월에 불과한 데다, 비대위 성격이 차기 당대표를 선출하는 전당대회용 '관리형 비대위'라 실권이 없기 때문이다. 게다가 국무총리·당대표·국회의장단 등 소위 '급이 더 높은' 자리가 남아 있어, 전대까지 자기 목소리를 내지 않고 안정적으로 관리만 할 인물도 마땅치 않은 상황이다.
그러면서도 현재 당원 투표 100%로 선출하는 당대표 선거 규칙을 개정하는 논의까지 이끌어야 한다. 전대 룰은 당내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엮여있는 사안이어서 어떤 식으로 결론이 나도 비판을 받을 소지가 다분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속된 말로 '잘해야 본전'인 셈이다.
당내 수도권 당선인들과 낙선인들은 혁신형 비대위를 구성하고, 당대표을 선출할 때 당원 투표 비중을 50~70%로 낮추는 대신 일반 여론조사를 30~50% 반영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다만 영남 중진이나 친윤계에선 당대표는 당원이 뽑는 게 마땅하다며 현재 상태를 유지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당의 진로는 당원들이 정해야 한다는 취지다.
끝내 마땅한 인물을 찾지 못할 경우 당 대표 권한대행 체제가 장기화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윤 원내대표가 지도부 공백이 길어지는 걸 막기 위해 고육지책으로 비대위를 맡아 전당대회까지 당을 이끌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지난 2022년 이준석 대표 가처분 신청 사태 당시에도 새 비대위원장 유력 후보로 거론됐던 주호영 의원과 박주선 전 국회부의장이 연달아 위원장직을 고사하자, 결국 정진석 의원이 비대위원장을 맡은 바 있다.
angela0204@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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