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태 "尹, 이 대표에 도와달라 솔직한 모습 보여야…조국도 만났으면"
[인터뷰] "윤 정부 2년간 공정·정의 세울 거란 믿음 깨졌다"
"야당 젊은 정치인들과 밥 먹으며 서로의 생각 좁혀나갈 것"
- 한상희 기자
(서울=뉴스1) 한상희 기자 = "저는 젊은 세대, MZ잖아요. 유연한 사고를 바탕으로 여야 협치를 이끄는 데 물꼬를 트고 싶어요. 야당의 젊은 정치인들과 밥을 먹고 또 때로는 차도 마시고, 그 관계를 기반으로 해서 대화를 이끌고 또 서로의 생각을 좁혀나가는 데 역할을 하고 싶습니다."
1990년생, 올해 33살인 김용태 경기 포천·가평 당선인. 4년 전 21대 총선에서 경기 광명을에 출마했다가 고배를 마신 그는 절치부심 끝에 국민의힘 최연소 당선자로 국회에 입성했다. 지난 2021년 5월 이준석 대표 체제에서 청년 최고위원으로 중앙 정치에 이름을 알린 지 3년 만이다.
22일 3시간 가까이 이어진 당선자 총회 후 국회 의원회관 열람실에서 만난 김 당선인의 표정에서는 당선의 기쁨보다는 무거운 책임감이 읽혔다. 그는 국민의힘이 집권당으로서 헌정사상 최악의 참패를 당한 이번 총선에서 19명에 불과한 수도권 당선인 중 한 명이다. 당내에서 5자 경선을 뚫고 힘겹게 본선에 진출했다. 그리고 2477표(2.11%포인트) 차. 피 말리는 승부 끝에 더불어민주당 후보 박윤국 전 포천시장을 꺾었다.
김 당선인은 이번 총선 패배의 원인으로 윤석열 정부의 핵심 기치인 공정함과 법치주의가 신뢰를 잃었다는 점을 들었다. 그는 "(2022년 대선에서 국민들이 정권교체를 선택했을 때는) 법치, 공정, 정의를 윤석열 정부가 바로 세워줄 것이라는 믿음이 있었다. 그런데 지난 2년간 정부에 대한 국민들의 믿음, 신뢰 관계가 깨졌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번 총선으로) 교육 노동 연금개혁 등 국가개혁 어젠다들이 힘을 상실했다"며 "이것을 제대로 복원시키려면 대통령과 여당 스스로가 법치와 정의, 공정이라는 가치를 되살려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정부 출범 후 2년 만에 이뤄지는 영수 회담에 대해서는 "첫술에 배가 부를 수는 없다"면서도 "정치, 민주주의는 달라도 만나서 대화하고 토론하고 토의하는 게 기본 전제가 돼야 한다. 그 정치의 기능을 복원하는 데 두 분이 앞장섰으면 좋겠다"고 했다.
이어 "대통령도 솔직하게 '2년 동안 국정 운영을 했는데 이 부분이 어렵더라. 야당 대표한테 '이 부분은 좀 도와달라' 이런 솔직한 모습도 보이는 게 좋지 않을까"라고 했다. 또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와 회동에 대해서도 "이번 만남을 통해서 앞으로는 다른 야당 대표들 같이 만나고, 형식에 구애받지 말았으면 한다"고 했다.
총선이 13일이 지나도록 가닥을 잡지 못하고 있는 지도 체제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그는 비상대책위원회 성격이 '관리형이냐, 혁신형이냐'보다는 현재 당원투표 100%로 당대표를 뽑는 전당대회 규칙을 바꾸는 데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봤다.
김 당선인은 "지금은 전대 룰에 집중할 시기"라며 "당심 100%로 당대표를 뽑으면서 민심과 당심이 괴리되는 등 부작용이 더 많았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번 선거에서 저희가 좋은 평가를 받지 못했기 때문에 민심 부분을 반영할 필요가 있다"며 "5대 5가 어렵다면 3 대 7 정도라도 민심의 반영 비율을 높여야 한다"고 했다.
또 5선 중진 정진석 의원이 대통령실 비서실장으로 임명된 데 대해서는 "지금 권력을 비호하는 데 급급하다면 국민의힘은 다음 선거에서 수권 정당으로 나가기 어렵다는 건 자명한 사실"이라며 "정 의원은 정무적 감각이 뛰어나시기 때문에 이 부분을 인지하실 것"이라고 밝혔다.
새 국무총리 인선에 대해서는 "아무래도 야당 동의가 필요하다 보니까 대통령이 고민을 많이 하시는 것 같다"면서 △야당의 동의를 받을 수 있는 분 △야당과의 대화와 협치를 이끌 수 있는 분 △의회 정치를 존중해 줄 수 있는, 경험이 많은 분이 와야 한다는 의견을 냈다. 그는 "국무총리는 행정을 통할하는 자리이지만, 정치적인 경험도 중요한 자리이기 때문에 3가지 요건이 필요하다"며 "21대 국회 때 정치의 기능이 마비됐던 만큼 정치인 출신도 좋겠다"고 했다.
김 당선인은 민감한 현안에 대해서도 조목조목 견해를 밝혔다. 그는 "김건희 여사 특검법을 야당이 힘으로 밀어붙이고 대통령이 거부권을 쓰면 결국에는 민생이 또다시 도외시된다"며 "야당이 힘으로 밀어붙이기 전에 대통령실이 스스로 국민들께서 납득할 만한 해결책을 내놔야 한다"고 했다. 구체적으로 그는 대통령 친인척을 감찰하는 특별감찰관을 빨리 임명하는 등 내부의 자정 작용이 필요하다고 했다.
해병대 채상병 특검법에 대해서는 "억울한 죽음에 대한 진상규명과, 민주당이 제기하고 있는 (국방부, 대통령실) 수사 개입 의혹을 빨리 밝혀내는 것이 중요한 핵심"이라며 "다만 이걸 밝혀내는 절차에 있어선 수사의 연속선상에서 특검보다는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가 진상 규명에 더 부합할 수 있다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그는 총선 과정에서 천아용인(천하람·허은아·김용태·이기인) 4인방 중 유일하게 개혁신당에 합류하지 않고 국민의힘 잔류를 택했다. 김 당선인은 이 대표에 대해 "제3정당으로 지역구에서 당선된 것은 매우 큰 의미가 있다고 생각된다"고 높이 평가했다.
다만 "개혁신당이 반윤(윤석열) 기치 아래 만들어진 정당이다 보니 때로는 조롱식의 표현도 하는 것 같다"며 "개혁신당도 국가적 위기 상황에서 조롱 정치, 비난 정치를 지양해달라"고 요청했다. 그러면서 "국민의힘과 개혁신당이 보수의 가치를 두고 혁신 경쟁을 하는 게 국민들이 바라는 바가 아닐까"라고 했다.
김 당선인은 "22대 국회에서 보수의 가치를 복원하고 싶다"고 했다. "권력을 좇거나 권력을 대변하는 게 아니라 국민의힘 정강정책에 나와 있는 개인의 존엄성, 자유 등의 가치에 기반해서 국민들과 호흡하고 국민의 상식을 전달하고 싶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그는 초·재선 공부모임도 추진할 계획이다. "언론에서 친윤(윤석열)이라고 말하는 분들도 함께할 것"이라며 "계파보다는 당내 초·재선 젊은 분들이 모여서 이야기하고 공부할 수 있는 모임 정도로 봐달라"고 요청했다. 22대 국회에서 국민의힘 초선 의원은 44명, 재선은 30명(국민의미래 비례대표 당선인 포함)이다.
22대 국회 1호 법안으로는 총선 1호 공약으로 제시했던 '경기북도 특별법'을 추진할 예정이다. 김 당선인은 "경기 북부에 여러 가지 규제가 많고, 또 지방 소멸의 위기에 처한 지역들이 많다"며 "경기 북부가 바뀌어야 대한민국이 성장할 수 있고, 그 하나의 역할이 경기 북부 특별자치도라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경기 북부 지역 야당 의원들과 공동 발의해서 여야 협치의 모델로서도 역할을 하고 싶다"고 했다.
끝으로 그는 "직책을 염두에 두고, '3선을 해야지' '국회의장을 해야지' '대통령을 해야지' 이런 적은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 "주어진 임기 내에 정치 혐오 없는 정치를 만들어보고 싶다. '이 사람은 정말 다르구나' '젊은 사람을 뽑아놨더니 정말 뭔가 바뀌는구나' 이런 말을 들을 수 있도록 남은 4년 동안 최선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angela0204@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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