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오찬 거절 '건강상 이유' 일까…'尹·韓 갈등 시즌3' 가능성
한동훈, 윤 대통령 오찬 초청에 "건강 이유로 불참" 거절
尹-홍준표 16일 만찬 이후 洪, 한동훈 총선 참패 책임론 제기 영향 관측도
- 조현기 기자, 정지형 기자, 노선웅 기자
(서울=뉴스1) 조현기 정지형 노선웅 기자 = 윤석열 대통령이 4·10 총선을 치른 한동훈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을 용산 대통령실로 초청했지만 한 전 위원장의 거절로 무산됐다. 한 전 위원장은 건강상의 이유를 댔지만 정치권 일각에선 윤-한 갈등을 보여주는 대목이란 해석이 나온다. 총선 과정에서 윤 대통령과 한 전 위원장 사이에 발생했던 2차례 갈등에 이어 3번째 갈등이 촉발된 것 아니냐는 것이다.
21일 대통령실과 국민의힘 등에 따르면 윤 대통령은 지난 19일 오전 한 전 위원장을 포함한 비대위 전원을 오찬에 초대하겠다는 뜻을 참모를 통해 윤재옥 원내대표 겸 당대표 권한대행에게 전달했다. 당일은 윤 대통령이 오후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통화하고 대통령실에서 만나자고 제안한 날이기도 하다.
정희용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이날 오후 언론 공지를 통해 "윤재옥 당대표 권한대행은 지난 19일 대통령실로부터 '한동훈 비대위'와의 오찬을 제안받은 바 있으나 일정은 확정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그러나 한 전 위원장이 대통령실의 초청에 건강상의 이유로 거절 의사를 밝혔다. 한 전 위원장은 이날 오후 뉴스1에 "지난 금요일(19일) 오후, 월요일(22일) 오찬이 가능한지를 묻는 비서실장 연락을 받았다"며 "지금은 건강상 이유로 참석하기 어렵다고 정중히 말씀드렸다"고 말했다. 이에 당분간 윤 대통령과 한 전 위원장 그리고 한동훈 비대위 인사들과의 오찬 회동은 성사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한 전 위원장과 가까운 여권 관계자는 "더 구체적인 이유는 본인만 알겠지않냐"면서도 "한동훈 비대위원장이 총선 때 무리해서 건강이 안 좋아진 것이 맞고 그래서 당분간 쉬겠다는 것 같다"며 한 전 위원장의 초청 거절을 윤·한 갈등으로 확대 해석하는 것을 경계했다. 한 전 위원장은 선거 전날인 지난 9일 탈진 증세를 보여 파이널 유세 이후에 예정됐던 거리 인사를 취소하는 등 건강이상을 호소한 바 있다.
하지만 정치권 일각에선 이번 사건이 3번째 '윤·한 갈등'을 보여주는 것 아니냐는 해석에 무게를 싣고 있다. 앞서 한 전 위원장은 비대위원장 시절 김건희 여사 명품백 수수 의혹 대응과 관련해 대통령실과 갈등 양상을 보였다. 또 선거 과정에선 채상병 사건 수사 외압 의혹 관련, 이종섭 전 호주대사 사퇴 과정, 의대 증원 문제에서도 대통령실과 이견을 노출하면서 갈등을 빚었다.
여기에 더해 공교롭게도 윤 대통령이 지난 16일 홍준표 시장과 장시간 만찬을 하며 국정 현안을 논의한 것도 영향을 미쳤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홍 시장은 윤 대통령과 만찬 이후 한 전 위원장을 향해 "대통령을 배신했다", "한동훈의 잘못으로 역대급 참패했다", "당에 얼씬도 하지 말라"며 독설에 가까운 비판을 쏟아냈다.
홍 시장이 '한 전 위원장이 대통령을 배신했다'고 공격하자 한 전 위원장은 전날 밤늦게 이례적으로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페이스북을 글을 올려 "저는 무슨 일이 있어도 여러분을, 국민을 배신하지 않을 것"이라며 "정치인이 배신하지 않아야 할 대상은 여러분, 국민뿐이다. 잘못을 바로 잡으려는 노력은 배신이 아니라 용기"라고 반박했다.
정치권의 또다른 한편에선 윤 대통령과 한 전 위원장이 다시 만나 여권과 보수 지지층을 규합하는 모습과 메시지를 던질 필요가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비록 선거에서 참패를 당했지만 지지층을 위로하는 차원에서라도 만남이 있어야 한다는 의견이다.
여권 지지층에서는 지난 19일 윤 대통령과 이재명 대표 간 통화와 영수회담 추진 소식이 전해지자 대통령이 여당보다 야당을 먼저 챙긴다는 불만 목소리도 적지 않았다. 실제 대통령실은 한 전 위원장이 건강을 회복한 이후 다시 오찬을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건강이 좋아지시면 또 만날 수도 있는 것 아니겠나"라고 말했다.
chohk@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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