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패 국힘서 '수도권 당대표론' 부상…나경원·윤상현·권영세 거론

총선 참패 열흘 넘게 혼란 지속…'영남당' '전대룰' 놓고 갈등 양상
영남 책임론에 공개 반발도…22일 당선자 총회서 비대위원장 가닥

제22대 국회의원 선거에서 낙선한 국민의힘 후보들이 19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당 원외조직위원장 간담회에서 결의문을 채택한 뒤 허리 숙여 사죄 인사를 하고 있다. 2024.4.19/뉴스1 ⓒ News1 구윤성 기자

(서울=뉴스1) 노선웅 조현기 기자 = 총선 참패 수습 국면에 들어간 국민의힘에서 '수도권 당대표론'이 전면 부상하는 가운데 '영남 책임론'과 '전당대회 룰'을 둘러싼 갈등이 확산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22일 여권에 따르면 차기 당권주자로는 나경원·안철수·윤상현·권영세 등 이번 총선에서 승리한 수도권 중진 의원들이 주로 거론된다. 이들 중 공개적인 당권 도전 의사를 밝힌 인사는 아직 없지만, 수도권 외연 확장 및 영남권 중심 탈피 실패가 총선 참패 원인으로 지목되면서 수도권 당대표를 요구하는 목소리는 점차 커지고 있다.

자유한국당(국민의힘 전신) 원내대표를 지낸 나경원 의원은 지난 14일 페이스북을 통해 "당에 대한 민심에 깊이 고민한다"며 "선거는 끝났지만 나경원의 진심은 이제 다시 시작"이라고 밝혔다. 나 의원은 지난해 전당대회를 앞두고 당권 도전 의사를 밝혔다가 '연판장 사건'을 겪으며 출마 의사를 접은 바 있다.

그는 또 지난 16일 여성 당선인들과 차담회를 갖고 단합을 도모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차기 당권에 대한 도전 의사를 내비친 것 아니냐는 해석을 낳았다.

수도권 최다선(5선) 고지에 오른 윤상현 의원은 총선 참패 원인으로 '수도권 위기론'을 주창하며 존재감을 드러나고 있다. 총선 전부터 지도부를 향해 수도권 표심 공략을 강조했던 그는 지난 18일 '2024 총선 참패와 보수 재건의 길'을 주제로 세미나를 열고 수도권 초선 의원들과 뜻을 같이했다.

윤 의원은 이 자리에서 "이 선거는 예견된 참패다. 선거를 제대로 못 치렀다는 말씀을 꼭 드린다"며 "제가 작년 여름부터 수도권 위기론에 대해 계속 말씀드렸다. 총선에서 승리하려면 수도권에서 이겨야 하는데 당 지도부가 제대로 대처하지 못했다"고 비판했다.

그는 또 비대위든 혁신위든 새로운 지도체제 출범을 조속한 시일 내에 출범시켜 당을 정상화해야 한다고 주장하며 전면에 나서고 있다.

수도권 당대표론이 부상하자 당내에선 차기 당권주자를 선출할 전당대회 룰을 놓고 영남 책임론과 이에 대한 반발이 이어지며 한 차례 기싸움이 펼쳐지기도 했다. '당원 투표 100%'인 현재 전대룰을 유지할 경우 당세가 강한 영남의 민심이 주로 반영될 가능성이 높다는 게 개정을 요구하는 쪽의 주장이다.

실제 지난 19일 국회에서 총선 낙선자로 구성된 원외당협위원장 간담회에서 '영남당'에 대한 우려가 터져 나왔다. 21대 국회에서 당내 주요 직책을 여권 텃밭안 영남권 인사들이 맡았는데 22대 총선에서도 텃밭에서 당선자가 다수 배출돼 또다시 영남 중심으로 당이 운영될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이 자리에선 당과 윤석열 정부 간 관계에 대한 비판도 이어졌는데 영남 중심의 당 지도부가 제대로 된 당정관계를 만들지 못했다는 지적도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이같은 비판은 지난 18일에도 제기됐다. 윤상현 의원은 자신이 주최한 세미나에서 "당이 영남 중심이다보니 공천에 매달릴 수밖에 없고 당 지도부나 대통령에게 바른 소리를 전달 못하는 것"이라며 "영남, 수도권 출신 의원 간 현실 인식의 차이가 너무 크다. 이를 극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자 재선 대구시장을 지낸 권영진 대구 달서병 당선인은 "수도권과 충청의 패배가 왜 영남 탓인가. 영남마저 갈라치기 당했거나 패배했으면 국민의힘과 보수당은 괴멸됐을 것"이라고 반박하며 갈등을 표출하기도 했다.

열흘 넘게 혼란이 지속되고 있는 상황에서 국민의힘은 오는 22일 또다시 당선인 총회를 열어 지도체제 정비에 대해 논의한다는 계획이다. 현재까지 논의된 바에 따르면 윤재옥 원내대표 겸 당대표 권한대행을 필두로 한 관리형 비대위의 출범과 함께 오는 6월 전당대회를 치러 새 지도부를 구성하자는 의견이 주를 이루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윤 원내대표도 지도부로서 총선 참패의 책임을 피할 수 없는 데다, 비대위 구성 과정에서 본인을 '셀프 지명'해야 한다는 부담이 있다. 여기에 현재 전대룰을 유지할 경우 수도권과 영남권 인사들 간 갈등의 골이 깊어져 당 갈등의 뇌관으로 남을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어, 이를 고려한 결정이 이뤄질 거란 관측도 나온다.

bueno@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