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격전, 그후] 尹 집무실 위치한 용산, '정권심판론' 비껴간 이유

전통 보수 텃밭 '대통령실 이전·이태원 참사' 악재에도 권영세 사수
재건축·부동산 민감한 용산…격차는 21대 0.66%p→22대 4.75%p 커져

편집자주 ...어느 때 보다 치열했던 제22대 총선. 최대 승부처는 수도권이었다. 이중에서도 당락을 가른 표 차이가 5%포인트(p) 미만인 선거구가 20곳에 달한다. 이념, 계층, 세대, 지역으로 갈라진 우리나라 정치지형을 낱낱이 보여주는 곳들이다. 5%p의 차이를 극복하고 당선한 후보들은 누구며, 승패의 결정적 요인은 무엇이었는지 차례로 분석한다.

제22대 국회의원 선거 서울 용산에 출마한 권영세 국민의힘 후보가 11일 서울 용산구 자신의 사무실에서 당선이 확실시 되자 부인 유지혜 씨와 꽃다발을 목에 걸고 손뼉을 치고 있다. 2024.4.11/뉴스1 ⓒ News1 유승관 기자

(서울=뉴스1) 신윤하 기자 = 이번 총선에서 새로운 정치 1번지로 떠오른 서울 용산은 6110표 차, 4.75%p 격차로 승패가 엇갈렸다. 용산 현역 의원인 권영세 국민의힘 의원이 강태웅 더불어민주당 후보를 꺾으며 4년 만의 재대결에서 승기를 잡았다. 부동산 이슈에 민감한 용산에서 정권 심판론보다 부동산 표심이 강했던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17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4·10 총선에서 권영세 국민의힘 의원은 51.77%(6만 6583표), 강태웅 민주당 후보는 47.02%(6만 473표)를 얻었다.

4년 전 지난 21대 총선에서 두 사람의 득표율 격차였던 0.66%p(890표)보다는 격차가 벌어졌지만, 이번 총선에서도 여전히 5%p 이내 접전을 기록했다.

용산은 2016년 이미 3선이던 진영 전 의원이 민주당으로 당적을 바꿔 출마해 당선된 것을 제외하곤 보수 정당이 당선된 지역이다.

다만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에 대통령실이 이전하면서 용산은 '정치 1번지'로 새롭게 부상했고, 커지는 정권 심판론의 영향을 직격탄으로 받을 수 있는 지역이 됐다. 거기에다가 이태원 참사까지 발생하면서 지역구 민심은 흔들렸다.

게다가 권 의원이 윤석열 정부 초대 통일부 장관을 지낸 국무위원 출신이기 때문에 정권 심판 정서가 총선 결과에 미칠 영향이 클 거란 전망이 나왔다.

그럼에도 권 의원이 이번 총선에서 다시금 당선된 것은 정권 심판론보다 '부동산 표심'이 컸기 때문으로 보인다. 부동산 가격, 재건축 등에 민감한 용산 주민들이 보수를 택한 것이다.

실제로 동별로 들여다보면 고급 아파트와 부촌이 위치한 한강로동, 이촌제1·2동, 이태원제1·2동, 한남동, 서빙고동, 보광동에선 권 의원이 승리했다. 반면 빌라촌과 쪽방촌 등이 위치한 후암동, 용산2가동, 남영동, 청파동, 원효로제1·2동, 효창동, 용문동에선 권 의원이 강 후보에 졌다.

지난 총선과 마찬가지로 이촌제1동에서 권 의원과 강 후보의 격차가 가장 많이 났다. 권 의원은 9791표, 강 후보는 4426표를 얻어 두배 이상의 차이가 벌어졌다. 이촌제1동은 한가람 아파트, LG한강자이 아파트 등 고가 아파트 단지와 재건축이 거론되는 한강맨션 아파트가 위치한 지역으로, 전통적으로 보수 세가 강하다.

서울의 대표적 부촌인 한남동에서도 권 의원이 4517표, 강 후보가 2522표로 2000표 가까이 차이가 났다. 한남동엔 한남더힐, 나인원, 유엔빌리지 등 고급 주거 단지가 위치해 있다.

지난 총선에서 강 후보가 이겼던 보광동에선 재개발로 인한 인구 변화가 승패를 뒤집었다. 노후 주택이 몰려있던 보광동은 한남3구역 재개발 사업이 본격적으로 시작하면서 지난해 10월부터 기존 주민들이 철거를 앞두고 이주했다. 행정안전부 인구통계에 따르면 2020년 4월 1만 4299명이던 보광동 인구는 2024년 3월 9532명으로 줄었다. 특히 20대~40대 인구가 급격히 감소했다.

권영세 의원은 뉴스1에 "비현실적인 공약보다는 충분히 구민들께 필요한 공약으로 접근했고 구민들께서 진정성을 높게 평가해 주신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당선 이유를 분석했다.

sinjenny97@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