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경원·안철수·조정훈·김재섭, '영남당' 국힘 쇄신 주도할까

참패한 총선 격전지 수도권 생존…당권 경쟁 역할론 대두
정권심판론 속 인지도·영향력 발휘…"주도권 잡아야" 여론

나경원 국민의힘 당선인이 15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4선 이상 국회의원 당선인 간담회에 참석하고 있다. 2024.4.15/뉴스1 ⓒ News1 송원영 기자

(서울=뉴스1) 김예원 기자 = 4.10 총선 참패한 국민의힘이 쇄신을 위해 수도권 격전지에서 살아남은 당선인들에게 정당 주도권을 주자는 목소리가 나온다. 이들 대부분은 '비윤(윤석열)'계 당선인인 데다가 다선 경험을 가진 의원들이 많아 기존 영남권 중심의 지도부보다는 당정관계의 변화, 중도 확장성 등에서 강점을 보일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15일 국민의힘에 따르면 이날 오전 10시 열린 간담회에서 4선 이상 중진 의원들은 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를 꾸린 후 전당대회를 치르기로 뜻을 모았다. 국민의힘 당헌·당규에 따르면 비대위가 있어야 전당대회 실무 절차 등을 추진할 수 있기 때문이다.

국민의힘은 지난해 12월부터 비대위 체제를 이어왔지만 한동훈 전 위원장이 총선 패배의 책임을 지고 물러나면서 현재 당 지도부는 공백 상태다. 이에 따라 현 비대위 체제의 존속은 어렵다고 판단, 새 비대위를 꾸리고 전당 대회 준비에 들어가는 게 맞다는 의견이 여럿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윤재옥 원내대표는 이날 간담회 직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당 체제 정비 방안 등을 포함한 여러 현안에 대한 의견을 들었다"며 "내일 당선자 총회를 통해서 최종적으로 방향이 결정될 것"이라고 말했다. 경기 분당갑에서 생환한 안철수 당선인도 "가능하면 빠른 시간 내에 비대위를 만들고 그 다음 전당대회를 통해서 제대로 된 지도부를 뽑는 것이 하나의 결론"이라고 의견을 밝혔다.

사실상 실무형 비대위 출범 이후 6월 말~7월 초 전당대회를 개최한다는 큰 틀이 확정되면서 누가 차기 당권을 쥐고 정국을 주도할지에 대해서도 관심이 쏠린다. 특히 이번 총선에서 현 정부를 향한 견제 및 심판론이 거셌던 만큼 개인적 인지도 및 영향력으로 생환한 수도권 중진들이 주도권을 잡아야 한다는 여론이 높아지고 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수도권 지역구 출마자 90명 중 국민의힘 소속으로 당선된 인사는 19명이다. 보수 정당 강세인 강남 3구를 제외하곤 대부분 지난 총선 및 이번 총선 출구조사 등에서 민주당 강세 또는 초접전 양상을 보인 지역이 많다. 나경원(동작을) 안철수(경기 성남분당갑) 윤상현(인천 동미추홀), 조정훈(마포갑), 김재섭(도봉 갑), 김용태(경기 포천가평) 등이 대표적이다.

이들 대다수는 비윤계로, 현 정부와 집권 여당 간의 수직적 당정 관계, 의대 증원 및 채 상병 사망 사건 등과 관련해 비판적 목소리를 꾸준히 내왔다는 공통점이 있다. 특히 나 당선인과 안 당선인의 경우 지난해 전당대회에서 친윤계 견제로 불출마 및 낙선한 전력이 있어 이들이 당을 이끈다면 혁신에 대한 의지를 보여줄 수 있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 겸 당대표 권한대행이 15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4선 이상 국회의원 당선인 간담회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공동취재) 2024.4.15/뉴스1 ⓒ News1 송원영 기자

22대 총선에서 한강 벨트 등 격전지 공략에 실패한 점도 수도권 의원 중심의 당권 확립 필요성이 나오는 이유다. 윤재옥 원내대표 등 기존 영남권 중심 지도부로는 중도층 공략 및 외연 확장을 위한 전략을 짜기엔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599표 차 초접전으로 서울 마포갑에서 당선된 조정훈 의원은 15일 한국경제와의 인터뷰에서 "이기는 정당의 핵심은 수도권 과반 정당"이라며 "수도권 중심 정당으로 탈바꿈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20여년 간 민주당이 차지했던 서울 도봉갑에서 뽑힌 김재섭 당선인도 이날 CBS 라디오 인터뷰에서 "영남과 수도권이라고 생각하면 수도권이어야 한다"며 "수권 정당으로 확고하게 자리매김하려면 수도권 민심을 반영해야 한다"고 말했다.

다만 22대 국회에서도 영남·강원 권역을 중심으로 '친윤'계 당선자가 다수를 차지할 것으로 전망되는 만큼 수도권 중진들이 당권을 잡아도 쇄신 폭엔 한계가 있을 것으로 보는 시각도 존재한다.

이번 총선에선 이철규, 권성동, 윤한홍 등 친윤계로 분류되는 의원들이 대부분 생환했다. 또한 지난 전당대회 때도 나 당선인을 향한 연판장을 돌리는 등 비윤계 중진을 향한 공세가 집중됐던 것을 감안하면 이번에도 정권 심판 여론을 의식하는 건 잠시일 뿐, 당정 및 당내 권력이 재편되는 과정에서 또다시 견제 등이 이뤄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kimyewon@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