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라 걱정하며 살겠다"는 한동훈…정치적 재기 가능성은
총선 참패 책임지고 비대위원장 사퇴…'정치인 한동훈' 가치는 남겼다 평가
철저 반성 우선, 지선에서 '역할론' 가능성…당내 견제·지지세력 부재 과제
- 박기범 기자
(서울=뉴스1) 박기범 기자 = 한동훈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4·10 총선 패배에 대한 책임을 지고 사퇴했다. 개헌저지선은 방어했지만, 패스트트랙 저지선(120석) 확보에는 실패하면서 책임론을 피할 수 없었다.
다만, 이번 총선을 통해 정치인 '한동훈'이란 브랜드를 국민들에게 알린 만큼 향후 정치적 재기 가능성은 남아있다는 평가다. 이를 위해 정치권과 거리를 두고 철저하게 반성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는 지적이다.
한 위원장은 전날(11일) "국민들의 마음을 얻지 못한 것이라 생각하고 그 책임은 오롯이 저에게 있다고 생각한다"며 "선거 결과에 대한 모든 책임을 지고 비대위원장직에서 물러나겠다"며 사퇴했다.
한 위원장은 이번 총선에서 참패했다. 거센 정권심판 바람 속 여권에 쉽지 않은 선거란 예측이 나왔지만, 현재 의석인 114석(국민의힘·국민의미래)보다 작은 의석수를 차지하는데 그쳤다. 앞서 여권에서는 한 위원장의 성패 기준으로 패스트트랙 저지선으로 바라봤는데, 이에 미치지 못하면서 책임론을 피해 가지 못했다.
다만, 정치권에서는 한 위원장에게 여전히 정치적 재기 기회가 남아있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총선 패배의 일차적 책임은 윤석열 대통령에게 있고, 한 위원장이 정치신인이라는 점에서 패배의 책임을 오롯이 질 수 없기 때문이다.
본인 스스로도 비대위원장직을 사퇴하며 향후 계획에 대해 "특별한 계획이 있지는 않고 어디에서 뭘 하든 나라를 걱정하며 살겠다"며 정치권 복귀 가능성을 열어뒀다. 총선 유세 과정에서 한 위원장이 등장한 곳에 인파가 집중되는 등 전국적 인지도를 쌓은 것 역시 향후 정치적 자산이 될 것이란 분석이다.
여권의 핵심 지역인 영남에서는 한 위원장에 대한 기대감이 크다는 게 여권 내부의 판단이다. 전통적으로 여권에서 대권주자가 되기 위해서는 영남 내 지지가 중요했다. 영남지역 한 인사는 "여권에서는 한 위원장을 잠룡으로 평가한다"며 "그의 등장에 많은 사람이 몰린 이유"라고 설명했다.
정치권에서는 한 위원장이 재기를 위해선 책임지는 모습을 보이는 게 중요하다는 제언이 나온다. 신율 명지대 교수는 "1년 이상은 정치권과 거리를 두며 책임지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고 말했다. 신 교수는 이 기간 한 위원장이 언론에 등장하거나 정치권에 나타날 경우 이미지가 소비될 것이라고도 했다.
2년 뒤에 있을 지방선거에서 한 위원장 역할론이 나올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현재와 같은 분위기가 이어진다면 지방선거에서도 여권은 위기에 빠질 가능성이 높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여당이 지방선거를 앞두고 한 위원장을 다시 불러낼 가능성이 있다"며 "한 위원장만큼 선거를 지휘할 수 있는 사람이 없다"고 말했다.
다만, 박 평론가 역시 한 위원장이 재기하기 위한 전제로 정치권과 거리를 두는 철저한 반성을 꼽았다.
만약 재기한다고 하더라도 그 과정은 쉽지 않아 보인다. 잠룡으로 꼽히는 자신을 향한 당내 경쟁자들의 견제를 극복해야 한다. 총선 과정에서 홍준표 대구시장은 연일 한 위원장을 비판했다.
당내 지지세력이 없다는 점은 한 위원장의 아킬레스건으로 꼽힌다. 여당의 당선자 가운데 '한동훈 사람'이라고 일컬을 수 있는 사람은 두드러지지 않는다. 한동훈 사단으로 불리던 비대위원들은 대다수 낙선하거나 출마하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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