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건희 명품백, 조국혁신당, 대파 875원…총선 100일 결정적 장면

1월 與 윤한갈등, 2월 野 공천갈등, 3월 조국 등판
이종섭-황상무 사태, 의정갈등으로 여권 민심 악화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1월23일 화재가 발생한 충남 서천 특화시장에서 현장을 방문한 윤석열 대통령에게 인사하고 있다. 2024.1.23/뉴스1 ⓒ News1 김기태 기자

(서울=뉴스1) 이밝음 기자 = 22대 총선에서 표심은 '이조(이재명·조국) 심판론'보다 '윤석열 정권 심판론'에 더 크게 반응했다. 그 결과 여당은 개헌저지선(100석)을 겨우 넘긴 108석을 얻는 데 그쳤고, 범야권은 190석을 넘는 의석을 차지했다.

지난 100일 동안 민심을 움직였던 결정적 장면들을 살펴봤다.

◇1월 정치인 한동훈, 김건희 명품가방, 그리고 '1차 윤·한 갈등'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에서 참패한 국민의힘은 지난해 12월26일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을 구원투수로 투입했다. 윤석열 대통령 최측근으로 꼽히던 한 위원장은 정치에 입문하면서 관심을 한 몸에 받았다.

한 위원장 '컨벤션 효과'로 주춤하던 여권 지지율도 상승세로 전환됐다. 한 위원장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제치고 차기 대통령 지지도 1위를 기록하기도 했다. 다만 여전히 정권심판론이 야당 심판론보다 앞서는 상황이었다.

갈등은 예상보다 일찍 불거졌다. 지난 1월17일 한 위원장은 김경율 비상대책위원장이 마포을에 출마할 것이라고 소개했다. 같은 날 김 비대위원은 유튜브에서 김 여사의 명품가방 의혹을 언급하며 김 여사를 마리 앙투아네트에 비유했다. 한 위원장도 "전후 과정에서 아쉬운 점이 있다"고 입장을 밝혔다.

이후 대통령실에서 김 비대위원 사천 논란을 이유로 한 위원장에게 사퇴를 요구하면서 '1차 윤한 갈등'이 시작됐다. 갈등설은 23일 한 위원장이 충남 서천 특화시장 화재현장에서 윤 대통령을 만나 고개를 숙이면서 봉합됐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8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매직짐 휘트니스에서 러닝머신을 이용하는 중, 화면에 임종석 전 대통령비서실장의 공천 관련 기자회견 모습이 보이고 있다. 2024.2.28/뉴스1 ⓒ News1 송원영 기자

◇2월 민주당 '비명횡사' 공천 파동

민주당에선 2월 '비명횡사 친명횡재' 공천 논란이 일었다. 하위평가자 통보를 받은 현역 의원들은 평가를 이해할 수 없다며 반발하거나 탈당까지 감행했다.

국회부의장인 김영주 의원을 비롯해 친문계 맏형인 임종석 전 대통령비서실장, 홍영표 의원 등이 컷오프됐고, 감점 대상에 포함된 박광온·박용진·전해철 의원 등 비명계는 경선에서 탈락했다. 빈자리는 대장동 사건 변호인 등 친명계 인사들이 채웠다.

특히 서울 강북을의 경우 현역 박용진 의원을 꺾고 정봉주 전 의원이 공천됐지만 발언 논란으로 공천이 철회됐다. 다시 치러진 경선에선 조수진 변호사가 박 의원에게 승리했지만 성범죄자 변호 논란으로 사퇴했다. 결국 민주당은 박 의원 대신 한민수 대변인을 전략공천했다.

공천 과정에서 이낙연 대표와 일부 의원들이 새로운미래를 창당하며 이탈했고, 김영주 의원은 이상민 의원의 뒤를 이어 민주당에서 탈당, 국민의힘에 입당했다.

국민의힘의 경우 상대적으로 공천이 조용하게 진행되면서 논란도 감동도 없다는 지적이 나오기도 했다. 한 위원장은 "김 부의장 같은 분이 하위 10%에 들어가는데 이 대표 같은 분이 안 들어간다는 건 무슨 시스템이냐"며 비판하기도 했다.

조국 조국혁신당 신임 당대표가 3일 경기 고양시 킨텍스에서 열린 조국혁신당 창당 대회에서 수락연설을 하고 있다. 2024.3.3/뉴스1 ⓒ News1 김성진 기자

◇3월 조국혁신당 창당, 이종섭-황상무 논란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는 3월3일 창당대회를 열고 창당을 공식화했다. 조국혁신당은 이후 높은 지지율을 보이면서 양당을 위협하기 시작했다. 초기엔 민주당 의석에만 영향을 미칠 것으로 분석됐지만, 민주당과 조국혁신당을 합친 지지율이 국민의힘을 넘어서면서 여권 위기감도 고조됐다. '정권심판론'에 다시 불을 지핀 조국혁신당은 창당 한 달여 만에 비례대표 의석 12석을 차지하며 원내 3당에 올라섰다.

조국혁신당 창당 직후 여권에선 이종섭 전 주호주 대사의 출국과 황상무 전 대통령실 시민사회수석의 '언론인 회칼 테러' 발언 등 악재가 겹치면서 지지율 하락세가 본격화됐다. 수도권을 중심으로 지지율 하락세가 심상치않자 후보들 사이에서 우려가 커졌고 한 위원장도 이들의 거취를 촉구하는 입장을 내놨다.

하지만 한 위원장 발언 직후 대통령실이 입장차를 보이면서 '2차 윤·한 갈등' 우려가 나왔다. 결과적으로 황 전 수석이 자진 사퇴했고, 이 전 대사도 귀국한 뒤 자진 사퇴했지만 후보들 사이에선 "너무 늦었다"는 반응이 나왔다. 총선이 한 달도 남지 않은 시점이었다.

윤석열 대통령이 18일 서울 서초구 농협하나로마트 양재점을 방문해 채소코너를 둘러보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2024.3.18/뉴스1 ⓒ News1 오대일 기자

◇의정갈등 장기화, 대파 875원

의대 정원 2000명 확대를 비롯한 의료개혁은 정부가 처음 제시했을 당시 지지율 상승을 견인했지만, 의료계 집단행동 장기화로 국민 불안이 커지면서 지지율 하락 요인으로 꼽히기 시작했다. 수도권 후보들은 "대통령이 총선을 생각했다면 의료개혁을 이렇게 추진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4월1일 대국민 담화를 통해 정책 설명에 나섰지만 우려 목소리가 이어졌다. 지난 4일 전공의와 비공개 면담 역시 대화 물꼬를 텄다는 평가를 받았지만, 총선이 코앞으로 다가온 데다 유의미한 성과를 내지 못하면서 지지율 반등으로 연결되지 못했다.

설상가상 윤 대통령이 지난달 18일 '대파 한 단에 875원이면 합리적인 가격'이라고 발언하면서 대파 논란도 불이 붙었다. 야권은 현장마다 대파를 꺼내면서 정권심판론을 강조했다. 투표 당일 선거관리위원회가 대파를 정치적 표현물로 간주해 투표소 반입을 금지하면서 마지막까지 논란이 이어졌다.

한동훈 국민의힘 총괄선거대책위원장(왼쪽부터),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가 10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방송사 출구조사 결과 발표를 보고 있다. 2024.4.10/뉴스1 ⓒ News1 송원영 기자

◇막말·부동산 논란 후보들선거 막판 민주당과 조국혁신당에서는 막말과 부동산 등 후보들의 도덕성 논란이 불거졌지만 '정권심판론' 바람을 타고 대부분 국회 입성에 성공했다. 한 위원장이 "이재명·조국·김준혁·양문석·박은정처럼 살아온 사람이 있냐"며 '이조심판론'을 강조했지만 효과를 보지 못한 것이다.

'이화여대생 미군장교 성상납', '박정희 전 대통령의 일본군 위안부 성관계' 발언 등으로 총선 기간 가장 크게 논란이 됐던 김준혁 후보는 경기 수원정에서 이수정 국민의힘 후보를 꺾고 당선됐다. 대학생 자녀 명의로 사업자 대출을 받아 아파트 구매 자금으로 활용한 양문석 후보 역시 경기 안산갑에서 배지를 달았다.

군 복무 중이던 아들에게 30억 상당 주택을 증여해 '아빠 찬스' 논란이 있었던 공영운 후보만 경기 화성을에서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에게 패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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