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틀막 정권" 野 대파에 이어 숫자9 '패러디'…과하면 역효과

패러디 전략 '각인 효과' vs '일부만 재미'…엇갈린 전문가 입장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가 6일 대전 중구 우리들공원에서 대파를 들고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조국혁신당 제공) 2024.4.6/뉴스1 ⓒ News1 송원영 기자

(서울=뉴스1) 정윤미 기자 = 4·10 총선을 앞두고 야권의 패러디 공세가 한창이다. 야권은 매년 선거 때마다 각종 패러디를 만들어 선거 전에 적극 활용하고 있다. 재치와 유머가 담긴 풍자물은 유권자들에게 각인 효과를 주지만 과도할 경우 정치적 희화화는 물론 허위사실 유포, 명예훼손 등 부작용도 있어 '절제의 미학'이 요구된다.

8일 야권에선 '대파'에 이은 '숫자9'가 패러디 아이템으로 연일 화제다. 전날 예고된 MBC 예능프로그램 '복면가왕'의 9주년 특집 방송이 결방됐다. 비례정당 조국혁신당의 기호 9번과 숫자가 겹쳐 오해를 살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앞서 MBC는 서울 미세먼지 농도가 1㎍/㎥까지 떨어졌다는 점을 강조하며 파란색 숫자 1을 띄웠던 뉴스데스크 날씨 예보에 대해 더불어민주당 정당 색과 기호를 연상시킨다며 지난 4일 방송통신위원회 선거방송심의위원회 징계를 받은 바 있다.

복면가왕 결방 사태의 직접 당사자인 조국혁신당은 '9틀막 정권'이라며 정부를 상대로 맹공에 나섰다. 조국 대표는 "MBC가 스스로 결정한 것인지 용산 (대통령실)에서 전화했는지 모르겠다"며 "너무 희한하고 몰상식한 결정이라 국회가 조사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같은 당 황운하 비례대표 후보는 "KBS9도 결방할 것인가"라며 "야구도 8회까지만 하게 할 것인가"라며 페이스북을 통해 불편한 기색을 내비쳤다.

야권 전체가 나서 패러디 규제를 비판하고 나섰다. 민주당은 앞서 '윤석열 대통령 대파 875원 발언' 논란으로 이번 총선에서 대파가 공직선거법이 규정하는 정치적 표현물로 분류돼 투표소에서 소지할 수 없다는 선관위 판단에 대해 '파틀막'이라며 공세를 펼치고 있다. 지지자들은 투표소에 '종이로 만든 디올백'을 들고 나타나 선관위 조치에 맞대응했다. '김건희 여사의 디올백 수수 의혹'을 연상케 하려는 의도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서 "간첩신고는 113에서 224로?"라고 했다. 민주당의 기호1번과 더불어민주연합 기호3번으로 이뤄진 간첩신고번호를 국민의힘 기호인 2번과 국민의미래 기호 4번으로 바꿔야 하는 것 아니냐며 우회 비판한 것으로 보인다. 오영환 새로운미래 총괄선대위원장 역시 BBC라디오에 출연해 "선관위가 선거 상황에 자꾸 무엇을 제한하는 것 보다는 유권자들 자율성이 최대한 드러내게 존중하는 게 맞는다"고 말했다.

여권에서는 "회사 결정이 단독보도로 나와 특정 정당을 홍보해 준 꼴이 됐다"는 MBC 노동조합 논평을 근거로 'MBC의 선거 개입 의혹'을 들고 나왔다. 국민의힘 비례정당인 국민의미래는 "MBC와 조국혁신당이 짜고 쳤다는 의혹에 해명하라"고 논평했다. '대파 유세' 관련해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정치를 희화화 하고 있다"며 "선관위 조치마저 네거티브 소재로 삼는다"고 규탄하기도 했다.

이 같은 '패러디 선거전'에 대해 전문가들 입장은 사뭇 다르다. 이준한 인천대 교수는 뉴스1에 "정치에 관심없는 일반 유권자들에게 궁금증을 유발해 선거 이슈에 주목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반면 이종훈 정치평론가는 "한두 개의 결정적인 풍자물이라면 유권자들에게 각인될 수 있겠지만 지금과 같이 여러 개 아이템이 난무하는 상황이라면 그 효과가 크지는 않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6일 경기 용인 수지구 펑덕천사거리 일대에서 열린 부승찬 용인시병 후보 지지유세에서 대파 헬멧을 들고 있다. 2024.4.6/뉴스1 ⓒ News1 송원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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