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표율 높으면 진보 유리? 속설 깬다…국힘 "꼭 투표해달라"

고령층 유권자 비중 늘고 2030 무당층 많아 유불리 단정 어려워
한동훈 "한분 두분 설득해달라" 나경원 "투표장 긴 줄이 생명줄"

한동훈 국민의힘 총괄선거대책위원장이 7일 충남 서천군 서천특화시장에서 열린 ‘국민의힘으로 보령 서천살리기’ 지원유세에서 장동혁(충남 보령시서천군) 후보에 대한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2024.4.7/뉴스1 ⓒ News1 이승배 기자

(서울=뉴스1) 한상희 기자 = 22대 총선 사전투표율이 역대 총선 최고치를 기록했다. 코로나19 우려로 사전투표 선호도가 높았던 지난 21대 총선 사전투표율(26.69%)보다 높은 수치다. 국민의힘은 '보수 진영이 결집한 증거'라고 분석하며 투표를 적극 독려하고 나섰다.

이를 두고 과거 총선과 사뭇 달라진 풍경이라는 이야기가 나왔다. 과거에는 사전투표율이 높으면 진보 진영에 유리하다는 정치권의 속설이 있었기 때문이다. 국민의힘은 '투표율이 높으면 민주당이 유리하다'는 가설은 윤석열 대통령의 당선으로 깨졌다고 보고 있다.

7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지난 5~6일 실시된 제22대 국회의원선거의 사전투표에 전체 선거인 4428만11명 중 1384만9043명이 참여하며 역대 총선 중 최고인 31.28%로 집계됐다. 이번 총선의 사전투표율은 4년 전 21대 총선의 사전투표율(26.69%)보다 4.59%포인트 높다.

국민의힘은 이번 총선의 사전투표율에 대해 여권 지지층이 단단히 결집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자칫 개헌저지선(100석)마저 무너질 수 있다는 위기감으로 인해 여권 지지자들이 적극적으로 투표에 나섰다는 것이다.

국민의힘은 텃밭으로 분류되는 영남 지역을 중심으로 본 투표날 전통적 지지층이 결집할 것으로 보고 있다. 호남의 사전투표율이 높은 것도 제도가 정착했고, 2030세대의 선거 관심도가 높아진 결과로 받아들이고 있다. 전남(41.19%), 전북(38.46%), 광주(38.00%) 등 전국 사전투표율 1~3위는 호남이 모두 차지했다. 반면 상위 10위권 중 6곳은 영남권이었다. 대구는 25.60%에 그쳤고 부산도 29.57%에 불과했다.

국민의힘은 사전투표와 본투표를 가리지 않고 지지층을 최대한 투표소로 이끌어내야 승리할 수 있다고 본다. 2년 전 20대 대선에선 사전투표율이 36.9%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지만 최종 투표율은 19대 대선보다 줄었고 윤석열 대통령이 승리했다. 높은 사전투표율을 보였던 2021년 서울시장과 부산시장 선거도 국민의힘이 모두 이겼다.

국민의힘은 적극 투표에 나서달라고 호소했다.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 겸 총괄선거대책위원장은 이날 대전 유세에서 "한 분, 두 분씩 설득해서 왜 대한민국을 지켜야 하는지 설득해달라. 한 분 두 분씩 10일날 모셔달라"고 투표를 독려했다.

나경원 공동선거대책위원장도 이날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최악의 세력이 우리 국회, 우리 정치를 지배하는 현실만은 막아주시기를 간곡히 부탁드린다"며 "투표장의 긴 줄이 우리 대한민국을 지키는 생명줄"이라고 했다. 권성동 강원 선거대책위원장 역시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대한민국을 지킬 수 있는 최소한의 힘을, 미래를 준비하는 최소한의 힘을 국민의힘에 보내달라"고 했다.

60대 이상 유권자 비중이 늘면서 보수층 지지가 많은 고령층 표심의 영향력이 커진 점도 여댱에는 유리한 요소다. 선관위에 따르면 이번 총선에서 60세 이상 선거인 수는 선거인명부 확정일 기준 1411만53명으로 전체의 31.9%였다.

2030세대에 진보 성향 유권자가 많아 사전투표 참여율이 높다는 가설 역시 이번 선거에는 들어맞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2030세대의 정치성향이 뚜렷하지 않게 나타나고, 조국혁신당 지지율이 다른 세대보다 낮다는 점도 이들을 더 이상 야당 지지층으로 분류할 수 없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사전투표가 익숙한 선거 문화로 자리 잡았고 여야 모두 투표 참여를 적극 독려하고 나선 것이 투표율 상승을 견인했다고 분석했다.

이종훈 정치평론가는 "도입 초기에는 보수 지지층이 부정적이었고 불법 선거 우려까지 제기되면서 사전투표율이 높을수록 진보정당에 유리하다는 해석이 있었다"며 "제도가 정착되고 대중화된 지금은 이 가설이 더이상 성립되지 않는다"고 했다. 이어 "사전투표에 대한 인식이 많이 바뀌면서 이번엔 고령층도 사전투표를 많이 할 것으로 보인다"며 "오히려 높은 사전투표율이 국민의힘에 유리하게 작용할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angela0204@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