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전투표율 역대 최고치 여야 유불리는…"정권심판" "지지층 결집"
전남 전북 광주 등 투표율 1~3위 호남 싹쓸이…대구 전국 최저
"세대별 투표율을 봐야" "고령층 늘어 오히려 여당에 유리할 수"
- 한상희 기자, 한병찬 기자
(서울=뉴스1) 한상희 한병찬 기자 = 4·10 총선 사전투표 첫날 투표율이 15.61%로 역대 총선 동시간 기준 최고치를 기록한 가운데 여야의 유불리에 관심이 쏠린다. 정치권에선 투표율이 높을수록 진보정당에 유리하다는 속설이 있다. 다만 사전투표 제도가 정착되면서 투표율이 높아진 것일 뿐 여야의 유불리를 단정적으로 거론하기는 힘들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일각에선 국민의힘이 적극적으로 사전투표를 독려해 지지층이 결집한 데다 고령층 유권자가 늘어난 상황이어서 오히려 여당에 유리할 것이란 전망도 있다.
6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전날 오전 6시부터 오후 6시까지 진행된 사전투표에서 전국 4399만4247명 유권자 중 691만510명이 투표에 참여했다. 지난 2014년 사전투표가 전국 단위 선거에 도입된 이후로 가장 높은 동시간대 기록이다.
통상 국민적 관심도가 총선보다 높은 지난 2022년 대선과 엇비슷한 수치다. 20대 대선 당시 사전투표율 첫날 17.57%로 역대 가장 높은 수준을 보였다.
높은 사전투표율을 두고 여야는 상반된 해석을 내놓았다. 민주당은 텃밭인 호남이 가장 높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사전투표율이 높은 지역 1~3위는 전남(23.67%) 전북(21.36%) 광주(19.96%) 등 민주당 텃밭 호남이 싹쓸이했다. 보수 텃밭 대구에선 투표율이 12.26%로 전국에서 가장 낮았다.
야당은 정권교체 여론이 반영된 결과라고 해석했다. 민주당 선대위 관계자는 뉴스1과 통화에서 "정권 심판 열기가 뜨겁다"고 했다. 또다른 관계자도 "사전투표율이 올라갈수록 우리 당으로서는 긍정적인 부분들이 분명히 있다"고 말했다.
반면 여당은 여권 지지층이 결집한 것으로 분석했다. 홍석준 국민의힘 선거대책위원회 상황실 부실장은 전날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높은 사전투표율에 대해 "좋은 시그널(신호)로 보고 있다"고 기대감을 나타냈다. 홍 부실장은 "기존 보수층 일부에서는 사전투표에 대한 불신이 있었으나 이번에 수개표 병행 등으로 사전투표 신뢰성 문제가 많이 해소되면서 보수층이 결집하는 분위기가 많이 감지되고 있다"고 밝혔다.
양당 지도부가 막판까지 '정권 심판론', '범죄자 심판론'을 외치며 사전투표를 독려한 만큼 보수와 진보 진영 모두 지지층이 결집한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들은 사전투표제도가 정착된 지금은 사전투표율이 높을수록 진보 진영에 유리하다는 공식은 깨졌다고 봤다. 높은 사전투표율에도 2021년 서울시장과 부산시장 선거, 2022년 대선에서 모두 졌기 때문이다. 지난 대선에선 최종 사전투표율이 36.93%로 2017년 대선보다 10.87%포인트 높았지만, 윤석열 대통령이 이겼다.
이종훈 정치평론가는 "도입 초기에는 보수 지지층이 부정적이었고 불법 선거 우려까지 제기되면서 사전투표율이 높을수록 진보정당에 유리하다는 해석이 있었다"며 "제도가 정착되고 대중화된 지금은 이 가설이 더이상 성립되지 않는다"고 했다.
이어 "사전투표에 대한 인식이 많이 바뀌면서 이번엔 고령층도 사전투표를 많이 할 것으로 보인다"며 "오히려 높은 사전투표율이 국민의힘에 유리하게 작용할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높은 사전투표율은 사전투표 제도에 대한 익숙함 때문"이라며 "투표율이 3일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아지고 있어 사전투표율이 높아진 것이지 최종투표율까지 높다고 얘기할 수 없다"고 했다.
신 교수는 "설령 최종 투표율이 높다고 해도 민주당에 유리하다고 할 수는 없다"며 "세대별 투표율을 봐야 한다. 민주당 지지 기반인 40대 투표율이 높아진다고 하면 의미가 있을 수 있지만, 현재 2030대에서 민주당 지지가 높지 않기 때문에 2030세대가 더 많이 투표장에 간다고 해도 큰 의미가 없다고 본다"고 설명했다.
60대 이상 고령층이 늘면서 고령층 표심의 영향력이 커진 점도 변수가 될 수 있다. 선관위에 따르면 이번 총선에서 60세 이상 선거인 수는 선거인명부 확정일 기준 1411만53명으로 전체의 31.9%였다. 60대 이상은 각종 여론조사에서 보수층 지지가 압도적으로 많은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사전 투표율 기세가 이어져 최종 투표율이 4년 전 21대 총선의 66.2%를 넘을지도 관심사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한국갤럽에 의뢰해 3월31일~4월1일 전국 유권자 1511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제2 유권자 의식조사에서 '반드시 투표할 것'이라는 응답자는 78.9%로 4년 전(79%, 2020년 4월5~6일 조사)과 비슷한 수준을 보였다.
다만 세대별로 보면 4년 전보다 50대 이상의 적극적 투표 의향은 늘었지만 20~40대에서는 줄었다. 특히 2030은 적극적 투표층이 크게 감소했다. 20대는 60.4%에서 50.3%로 10.1%포인트(p) 감소했고, 30대에서도 75.6%에서 68.8%로 6.8%p 낮아졌다. 반면 70대 이상 적극적 투표층은 3.7%p 늘어나 94.6%에 달했다. 95% 신뢰수준에 표본오차 ±2.5%p다.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참조.
최홍태 리얼미터 선임연구원은 "전통적으로 2030 청년층은 노령층 대비 투표율이 낮은 경향을 보였고, 20~50대는 정권심판에 찬성하거나 국민의힘이 아닌 다른 정당을 지지하는 경향이 높다"면서 "이 때문에 투표율이 높으면 높을수록 민주당이 내세우는 정권심판론이 우세할 가능성이 있다. 투표율이 예년과 같거나 좀 낮은 60% 안팎 수준이면 노령층 표심 드러날 것"이고 예상했다.
angela0204@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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