野 '막말·부동산' 與 '의대 증원'…깜깜이 기간 최대 변수

여론조사 공표금지 직전 기류 변화…민주 우세→여야 박빙
"정권심판 우세하나 중도층 표심 따라 국힘 승리도 가능"

한동훈 국민의힘 총괄선대위원장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5일 각각 서울 서대문구 신촌동과 대전 중구 은행선화동에서 사전투표를 마치고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24.4.5/뉴스1 ⓒ News1 ,송원영 기자

(서울=뉴스1) 한상희 기자 = 양문석 경기 안산갑 후보의 부동산 편법 대출 의혹, 공영운 경기 화성을 후보의 아빠 찬스 논란, 김준혁 경기 수원정 후보의 막말 이슈 등 더불어민주당 후보들의 각종 논란이 4·10 총선까지 남은 닷새간 승패를 가를 최대 변수로 떠올랐다.

여기에 의대 정원 증원을 둘러싼 정부와 의료계의 갈등이 장기화하면서 남은 선거 기간에 해결의 단초를 찾지 못하면 여권에 큰 부담이 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여야가 자체 판세 분석 결과 전국 254개 지역구 중 50~55곳을 초박빙 지역으로 공통으로 꼽은 가운데 막말과 부동산 문제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중도층의 막판 선택에 따라 여야 최종 희비가 갈릴 전망이다. 특히 수백, 수천표 차이로 당락이 갈리는 수도권과 낙동강 벨트 등 접전지역 표심을 건드리며 선거 판세가 흔들릴 가능성이 있다.

여론조사 상으로도 미세한 흐름 변화가 감지된다. 여론조사 공표를 금지해 민심의 흐름 변화를 알기 어려운 '깜깜이 기간'(4일~10일) 직전 판세가 민주당 우세에서 여야 박빙 양상으로 변했다는 결과가 잇달아 나왔다.

엠브레인퍼블릭·케이스탯리서치·코리아리서치·한국리서치가 지난 1∼3일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1004명을 대상으로 전화 면접 방식으로 진행한 전국지표조사(NBS)에 따르면, 정권 지원론 46% 정권 견제론 47%로 나타났다. 최근 1년간 견제론이 가장 높았던 1월 2주차(지원론 39% 견제론 50%)와 비교해 지원론과 견제론 간 격차가 1%p차로 줄어든 것이다.

정당 지지도는 국민의힘 39%, 민주당 29%, 조국혁신당 10%로 집계됐다. 국민의힘은 직전 조사보다 5%p 상승했고, 민주당은 변화가 없었다. 지역별로는 국민의힘 지지율이 서울에서 35%에서 42%로 올랐고, 인천·경기는 28%에서 35%로 상승했다. 반면 민주당은 서울 26%에서 25%로, 인천·경기 33%에서 30%로 하락했다.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3.1%p다.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참고.

이에 국민의힘은 최근 수도권에서 바닥을 찍고 상승 전환했다고 판단하고, 반전이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김성태 국민의힘 서울 권역 선대위원장은 CBS라디오에서 "양문석 후보의 부동산 논란, 김준혁 후보의 막말 논란이 막말 논란이 중도나 무당층 표심을 흔들 것"이라며 "박빙 격전지에서 최소 10석에서 15석은 움직일 것"이라고 했다.

국민의힘은 민주당 후보들의 논란을 연일 집중 공격하고 있다.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 겸 총괄선거대책위원장은 이날 김 후보를 '역대급 혐오 후보'로 규정했다. 또 "양 후보는 사기대출에 걸려도 그냥 넘어가려고 한다"며 "무슨 일이 있으면 머리를 박고 없는 듯 하는 '꿩'과 같다"고 했다.

반면, 민주당은 '대세에는 지장이 없다'는 입장이다. 최재성 전 청와대 정무수석은 CBS라디오에서 "정권심판론이 워낙 세게 불붙고 관통하고 있기 때문에 김 후보나 양 후보 사안이 영향을 주는 크기가 (크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 분위기를 감안한 듯 이재명 대표는 후보들의 논란에 거리를 두며 정부 비판에 집중했다. 이 대표는 이날 유세에서 "'입틀막'당한 카이스트 학생들과 함께 과학기술의 중요성, 정부 정책의 무지함을 지적하고 싶다"고 했다. 또 윤석열 대통령을 '버릇없는 손자'에 비유하며 "손자의 버릇을 고쳐놓지 않으면 손자 인생은 험하게 살게 된다"고 했다.

의대 증원을 둘러싼 의료계와 정부 갈등도 막판 변수다. 윤 대통령이 전날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 비대위원장과 140분 동안 면담을 한 가운데 여권이 의정 갈등 해결의 실마리를 찾을 경우 정권 심판 분위기가 희석될 수 있다. 다만 면담 이후 박 위원장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대한민국 의료에 미래는 없다'는 글을 올리면서 의정 갈등 해소엔 시간이 더 걸릴 것이란 전망도 나오고 있다.

전문가들은 선거를 앞두고 양당 지지층이 강하게 결집하고 있는 데다, 야당에 악재가 발생하면서 '국민의힘 열세, 민주당 우세'에서 '국민의힘 경합 열세, 민주당 경합 우세'로 돌아섰다고 분석했다. 국민의힘은 지역구 90곳 정도를 우세로 판단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고, 민주당은 110곳 우세에 50곳 이상을 경합 지역으로 분류하고 있다.

최진 대통령리더십연구원장은 "막말 논란은 중도층을 민감하게 자극한다"면서 "윤석열 정부가 특별한 성과를 내지 못하면서 막판에 기권할 가능성이 높았던 중도층이나 샤이보수가 국민의힘을 찍을 가능성이 높아질 수 있다"고 말했다.

최 원장은 "지금으로선 국민의힘이 이기긴 쉽지 않은 상황이나, 선거 막판 민생이나 정책 등을 통해 중도층을 투표장으로 이끌어내 1%p 안팎 접전지에서 박빙으로 이긴다면 국민의힘이 과반수를 차지해 원내1당이 될 가능성이 남아 있다"고 전망했다.

최홍태 리얼미터 선임연구원도 "판세 자체는 정권 심판론에 좀더 유리한 듯 하나, 각 지지층이 강하게 결집하면서 어느 한편의 압도적 우세로 보기 점차 어려워지고 있다"고 했다. 그는 "'개헌 저지선을 저지해달라' '박박 기겠다'는 한 위원장의 발언이 위기감으로 작용하면서 그동안 여론조사에 응답하지 않던 보수층의 결집 기제로 작용할 수 있다"며 "또 대북 미사일 시험 발사와 같은 안보 이슈도 여권 지지율을 제고하는 요인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angela0204@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