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란 점퍼' 문재인 나타나자…'선거의 여왕' 박근혜 '등판론'
文 연일 지원유세 나서…"칠십 평생 이렇게 못하는 정부 처음"
朴 최측근 유영하 "근간에 지역 한 번 나오시지 않겠나"
- 노선웅 기자
(서울=뉴스1) 노선웅 기자 = 총선을 앞두고 문재인 전 대통령이 일부 후보자들에 대한 응원을 명분으로 사실상 지원 유세에 나서면서 현 정부에 대한 비판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여권에선 전직 대통령의 선거 개입이라고 비판하면서도 지난 정부의 실정을 환기시켜 선거에 도움이 된다고 역공을 취하고 있다.
지난 2일 문 전 대통령은 울산을 찾아 김태선(동구)·오상택(중구)·전은수(남구갑) 후보 유세를 지원했다.
김정숙 여사와 함께 모습을 드러낸 그는 파란색 등산복 점퍼를 입은 채 지지자들과 악수하거나 사진을 찍었다. 문 전 대통령은 울산 방문 이유를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이번 총선은 대한민국의 운명을 좌우하는 너무나 중요한 선거"라며 "특별한 연고가 있는 지역이나 후보를 찾아 조용히 응원을 보내고 있다"고 말했다.
문 전 대통령은 현 정부에 대한 강한 비판도 쏟아냈다. 그는 이날(2일) 오후 울산 중구에 출마한 오상택 더불어민주당 후보 유세 지원 현장에서 "칠십 평생 살면서 여러 정부를 경험해 봤지만, 지금처럼 이렇게 못하는 정부는 처음 본다"고 지적했다.
그는 전날 이재영 민주당 경남 양산갑 후보를 지원하면서도 "칠십 평생 이렇게 못하는 정부는 처음 본 것 같다"며 "정말 무지하고, 무능하고, 무도하다"고 꼬집은 바 있다. 민주당의 '정권심판론'에 힘을 실어준 것이다.
전직 대통령은 현직 대통령과 달리 정치적 중립 의무는 없다. 하지만 국가 예산으로 예우받는 데다, 국가 원로로서 국민 통합과 화합에 기여한다는 것이 역대 대통령들의 통상적인 입장이었다.
하지만 문 전 대통령이 야당 후보 지원과 현 정부 비판에 나서면서 여권에선 강한 반발이 나왔다. 유일호 국민의힘 민생경제특별위원회 공동위원장은 3일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열린 중앙선거대책위원회의에서 "집권 5년간 나랏빚 400조원을 늘려 1000조를 만든 것이 문 전 대통령"이라며 "문 전 대통령은 민생 정책을 말할 자격조차 없다"고 지적했다.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 겸 총괄선거대책위원장도 전날 유세 현장 여러 곳에서 문 전 대통령을 언급, 날 선 비판을 이어갔다. 그는 세종 지원 유세 현장에서 "(문 전 대통령) 기억력이 나쁜 것 같다. 우리가 생각하는 최악의 정부는 문재인 정부였다"라며 "중국에 혼밥 외교하고 무시당하고 한미일 공조를 완전히 무너뜨렸다. '국뽕' 외교했다. 국익을 생각하지 않는 외교를 했다"고 비판했다.
이런 가운데 여권에서도 '선거의 여왕'이라 불리며 선거 때마다 지지세 결집에 큰 역할을 했다고 평가받는 박근혜 전 대통령이 막판에 나설 수 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최측근인 유영하 변호사는 전날 채널A 인터뷰에서 "제가 지역을 다니다 보면 (박 전) 대통령께서 한 번도 안 나오시냐, 이런 얘기를 많이 한다"며 "대통령께서도 근간에 지역에 한 번 나오시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이에 선거 막판에 유 변호사 지원 유세와 함께 야권에 대한 비판, 정부·여당에 힘 싣기에 나설 수 있을 거란 관측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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