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 비대위원장 '취임 100일'…7일 남은 총선, 정치 운명 걸렸다

여의도 문법 파괴한 젊은 보수·정치권에 '돌풍'
20년 지기 尹과 '당정갈등' 아킬레스건에 주춤도

한동훈 국민의힘 총괄선거대책위원장이 충청남도 천안시에서 열린 '국민의힘으로 천안살리기' 성성호수공원 지원유세에서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공동취재) 2024.4.2/뉴스1 ⓒ News1 ,송원영 기자

(서울=뉴스1) 이비슬 기자 =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3일 취임한 지 100일을 맞았다. '9회말 2아웃' 위기의 국민의힘에 구원투수로 나선 한 위원장은 일주일 앞으로 다가온 4·10 총선에서 정치 인생 첫 번째 성적표를 받는다. 이번 성적표는 한 위원장의 정치적 운명을 가를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한 위원장의 비대위원장 100일에 대해선 다양한 평가가 나온다. 국민의힘 고위 관계자는 "가까이서 본 한 위원장은 핵심을 빠르게 파악하고 속전속결로 의사결정을 내리는 사람"이라며 "원칙주의 성향에 정무 감각도 있다"고 말했다.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중앙당사에서 비상대책위원장 임명 수락 연설을 하고 있다. (공동취재) 2023.12.26/뉴스1 ⓒ News1 ,송원영 기자

윤석열 정부 초대 법무부 장관을 지낸 한 위원장은 총선을 3개월여 앞둔 지난해 12월26일 정치권 전면에 등장했다. '차기 대권 주자'로 몸값을 불리던 중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참패, 인요한 혁신위와 지도부의 갈등으로 당이 갈 길을 헤매던 시기에 해결사로 차출돼 예상보다 정치권에 조기 등판했다.

한 위원장은 '정치 경험이 없다', '이미지를 소진할 것'이라는 당초 세간의 우려와 달리 취임 첫날부터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민주당이 운동권 특권 세력, 개딸(이 대표 강성 지지층) 전체주의 세력과 결탁해 나라를 망치는 것은 막아야 한다"고 강조하며 여당 대표로서 존재감을 각인시켰다.

여의도 사투리가 아닌 '국민의 화법'을 쓰겠다고 선언한 한 위원장은 문학, 예술, 스포츠 콘텐츠를 자유자재로 인용하며 '동료시민'의 귀를 사로잡았다. 방문한 지역마다 거대한 인파 속에서 셀카 요청을 받는 보수 정당 대표의 신선한 모습에 야권에서 제기했던 '한나땡'(한동훈 나오면 땡큐)이란 비판은 자취를 감췄다.

윤석열 대통령과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충남 서천 특화시장 화재 현장을 나란히 방문해 피해 상황을 점검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2024.1.23/뉴스1 ⓒ News1 오대일 기자

지지율 상승세를 타고 있던 한 위원장은 취임 한 달도 지나지 않아 맞이한 정치 인생 최대 고비를 맞기도 했다. 사천 논란과 김건희 여사 명품백 논란으로 당정 갈등이 불거졌다. 대통령실은 한 위원장에게 자진사퇴도 요구했다. 한 위원장이 총선까지 당을 진두지휘하겠다는 의지를 재차 밝히면서 검사 시절부터 20년지기 윤석열 대통령과 신뢰에 균열이 시작됐다는 평가가 이어졌다.

한 위원장의 총선 시계도 바쁘게 움직였다. 한 위원장은 총선을 약 3개월 앞두고 '정치개혁' 공약을 잇달아 발표하며 기성 정치권과 자신의 영역을 차별화했다. 그동안 발표한 공약은 불체포특권 포기, 의원정수 축소, 출판기념회 빙자 정치자금 수수 금지, 국회의원 세비 중위소득 추진, 금고 이상 확정 시 세비 반납 등을 제시했다. 물론, 일부는 개헌이 필요하거나 과거 여야 반발로 흐지부지된 공약이 있어 현실성이 낮다는 지적도 나왔다.

당정 관계가 아슬아슬하다는 평가도 나왔다. 총선을 약 한 달 앞둔 가운데 한 위원장은 이종섭·황상무 논란 해결을 대통령실에 촉구하기도 했다. 비례대표 공천을 놓고 친윤석열계 핵심 이철규 의원의 반발도 이어졌다. 이 때문에 황급히 비례대표 순번을 재조정하기도 했다.

총선을 앞두고 정치권에 등판한 까닭에 일부에선 불만도 제기됐다. 국민의힘의 또 다른 관계자는 "한 위원장 인기와 달리 당내 화합을 이끄는 부분이 부족한 것 같다"고 지적했다.

한동훈 국민의힘 총괄선거대책위원장이 29일 경기도 안양시 만안구 안양 삼덕공원에서 열린 '국민의힘으로 안양살리기' 집중유세에서 연설하고 있다. (공동취재) 2024.3.29/뉴스1 ⓒ News1 김영운 기자

윤 대통령의 '대파 가격 발언'과 의대 정원 증원 논란 장기화에 따른 국민 피로감이 최고조에 달하면서 국민의힘 지지율에 적신호가 켜지자 한 위원장의 발등에도 불이 떨어졌다. 당 안팎에선 한동훈 원톱 한계론도 거론됐다.

한 위원장은 자신의 기조와 방침을 미세조정을 하며 총선 승리에 매진하고 있다. 총선 전략으로 준비한 운동권 청산론은 이재명·조국 심판론으로 대체했다. 한 위원장은 전날 유세 현장에서도 "조국·이재명 대표가 내세우는 명분은 죄를 지었지만, 그냥 복수하게 해달라는 것이다. 깡패들도 그따위 명분은 내세우지 않는다. 정치인이 국민에게 자기를 지켜달라고 요구하는 것이 너무 구질구질하고 지질하다"며 이재명, 조국 대표를 향해 연일 강도 높은 비판을 쏟아냈다.

그동안 '총선 이후를 생각하지 않는다'고 했던 한 위원장은 최근 '(총선 이후) 봉사하는 일이 남았다'고 밝혔다. 국민의힘이 일주일 뒤 받아들 총선 성적표에 따라 한 위원장의 정치 운명이 어느 곳을 향할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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