흰옷 입고 "대선 아니다" 강조…'거리두기' 나선 국힘 수도권 후보들

당보다 후보 인물론…"흰옷 입으면 그래도 명함은 받아"
내일부터 블랙아웃, 모레 사전투표…일각선 반등 기대감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겸 총괄선거대책위원장이 지난달 29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영진시장삼거리에서 김영주(영등포갑), 박용찬(영등포을) 후보 지원유세를 하고 있다. 2024.3.29/뉴스1 ⓒ News1 구윤성 기자

(서울=뉴스1) 이밝음 기자 = "선거 운동에서 '윤'의 'ㅇ'도 꺼내지 않는다"

수도권 험지에 출마한 한 국민의힘 후보는 "주민들을 만나면 당이나 후보보다 대통령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크다"며 이같이 말했다.

총선을 일주일 앞두고 수도권의 여당 후보들이 유세 현장에서 당이나 대통령 언급을 줄이고 흰색 옷을 입는 모습이 늘고 있다. '이번 선거는 대통령 선거가 아니다'라는 발언과 함께 '읍소 전략'도 펼치고 있다.

여권 지지율이 고전하는 데다가 더불어민주당과 조국혁신당 등 야권에서 '정권심판론'을 강하게 주장하자 정권과 거리를 두고 후보 개인의 역량을 강조하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앞서 원희룡 국민의힘 중앙선거대책위원회 공동선거대책위원장 겸 인천 계양을 후보는 지난 1일 선대위회의에서 "이번 총선은 지역의 일꾼을 뽑고 국정을 견제와 균형으로 이끌어갈 수 있는 국회를 구성하는 선거로 대통령 선거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윤석열 정부에 대해선 "부족한 것이 많고 스스로 겸허하게 반성할 부분도 많이 있다"고 했다.

서울에 출마한 국민의힘 후보도 "주민들을 만나면 '국회의원 선거는 지역의 일꾼을 뽑는 거고 정부를 바꾸는 건 대통령 선거에서 하면 된다, 우리가 잘하겠다, 죄송하다'는 이야기만 계속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수도권에선 과거 무소속 후보들이 주로 입던 흰색 옷을 입은 여당 후보들도 늘었다. 후보자 이름과 기호 2번은 크게 보여주지만 당명과 붉은색은 최대한 작게 표시하는 방식이다. 이를 두고 "당 분위기가 좋았다면 이렇게까진 안 해도 됐다"는 반응도 나왔다.

흰옷을 입고 선거운동을 하는 후보는 유의동(경기 평택병)·이용호(서울 서대문갑)·박성중(경기 부천을)·박민식(서울 강서을)·이원모(경기 용인갑)·함운경(서울 마포을) 후보 등 대부분 험지거나 접전을 벌이는 수도권이다.

수도권의 여당 후보 캠프 관계자는 "젊은 층은 빨간 옷을 입고 가면 아예 쳐다도 안 보는데 흰옷을 입고 가면 명함을 받기 전까지 모르니까 효과가 있긴 하다"며 "중도층에게 다가가기 위한 전략"이라고 설명했다.

흰옷을 입는 서울 지역 국민의힘 후보는 "지난날을 반성하고 앞으로는 우리도 정부에 쓴소리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지지율이 바닥을 찍고 반등하는 분위기라는 분석도 있다. 대통령실에서 전날 "윤석열 대통령은 집단행동 당사자인 전공의들을 만나 직접 이야기를 듣고 싶어 한다"고 밝힌 만큼, 악재로 꼽혀온 의대 증원 갈등이 해결 수순에 접어들 수 있다는 기대감도 감지된다.

후보들은 지지율 반등을 끌어내는데 남은 기간을 이틀 남짓으로 보고 있다. 오는 4일부터는 여론조사를 실시해도 발표하지 못하는 '블랙아웃 기간'이고, 5일부터 사전투표가 시작된다.

한 수도권 여당 후보는 "계속 누적된 악재들이 있었지만 수도권을 중심으로 반등하는 경향은 뚜렷하게 보인다"며 "어느 정도 악재는 해소됐다고 본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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