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 험한 것이 나왔다"…'SNS 파묘'에 후보들 나락으로

강성 지지층 향한 '막말'…10년 지나 부메랑으로 돌아와
"지지층 결집 공천엔 도움…본선에선 자기 족쇄돼 파멸"

제22대 국회의원선거 수원정에 출마한 김준혁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14일 오후 경기도 수원시 영통구 경기도의회 브리핑룸에서 열린 수원 지역 후보 합동 공약 발표 기자회견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2024.3.14/뉴스1 ⓒ News1 이재명 기자

(서울=뉴스1) 한병찬 기자 = 4·10 총선을 8일 앞두고 여야 후보들의 과거 막말들이 잇따라 발목을 잡고 있다. 여야 모두 막말 경계령을 내리며 내부 단속에 나섰지만 후보들이 과거 온라인에 남긴 막말까진 수습하지 못하고 있다.

2일 정치권에 따르면 여야 후보들이 강성 지지층을 겨냥해 과거 유튜브 방송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에 남긴 막말이 결국 부메랑이 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김준혁 더불어민주당 경기 수원정 후보는 과거 유튜브 방송에서 했던 발언들이 논란이 됐다. 김 후보는 지난 2019년 유튜브 방송 '김용민TV'의 '김복동 할머니 그리고 일본 군인 박정희'편에 출연해 "박정희란 사람은 일제 강점기 정신대, 종군 위안부를 상대로 XX했었을 테다"고 말해 논란이 일었다. 이어 2022년 같은 유튜브 방송에서도 "김활란 전 이화여대 총장이 이대 학생들을 미군 장교에게 성상납하도록 시켰다"고 발언한 것이 드러나기도 했다.

논란이 일자 김 후보는 이날 입장문을 통해 "앞뒤 다 자르고 성과 관련한 자극적인 부분만 편집해 저와 민주당 전체를 매도하고 있다"면서도 "저와 관련된 수많은 보도로 인해 본의 아니게 수원 지역 주민과 전국에 계신 민주당 당원께 걱정과 심려를 끼쳐 죄송하다"고 밝혔다. 김 후보는 지난달 경선에서 3선의 박광온 의원을 꺾고 본선에 올랐다.

김 후보 외에도 강성 지지층의 인기를 얻었던 양문석 민주당 경기 안산갑 후보는 2008년 언론연대 사무총장 시절 뉴스 매체 '미디어스'에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을 '실패한 불량품'이라고 비하한 칼럼을 기고했다는 것이 알려지며 고개를 숙이기도 했다. 이후 양 후보는 "노 전 대통령에 대한 저의 글에 실망하고 상처받은 유가족과 노 전 대통령을 존경하는 많은 분께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했다.

과거 '목발 경품' 발언 논란에 서울 강북을 공천을 취소당한 정봉주 전 의원도 있다. 정 전 의원은 2017년 자신의 팟캐스트에서 북한 스키장 활용 방안을 놓고 대화하다 "DMZ(비무장지대)에 들어가 발목지뢰 밟는 사람들한테 목발 하나씩 (경품으로) 주는 거야"라고 말한 사실이 드러나 논란을 빚었다. 해당 발언이 논란이 되자 정 전 의원은 사과했다 밝혔지만 피해 당사자가 "사과를 받은 적 없다"고 말하며 '거짓사과 논란'까지 불거졌다.

정 전 의원은 이날 자신의 SNS에 "저의 7년 전 발언에 대해 '언론 보도를 통해 문제를 지적했던' 두 분께 연락, 한 분은 SNS 메시지로, 다른 한 분과는 통화가 됐다"면서 "제 이름을 밝히고 당시 제 발언에 대해 사과의 말씀을 드렸다"고 했다.

국민의힘 부산 수영구 후보로 공천을 받았다가 막말 논란으로 공천이 취소된 장예찬 전 국민의힘 청년최고위원이 18일 오후 부산시의회 브리핑룸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무소속 출마를 선언하고 있다. 2024.3.18/뉴스1 ⓒ News1 윤일지 기자

국민의힘도 '설화 리스크'에 몸살을 앓았다. 부산 수영구 장예찬 후보는 10년 전 SNS에 적은 '난교 발언', '동물병원 폭파하고 싶다', '서울시민 교양수준 발언' 등의 글이 논란이 돼 공천이 취소돼 탈당해 무소속 출마했다. 장 후보는 강성 지지층의 인기를 업고 청년최고위원을 지내기도 했다.

대구 중남구 공천이 취소돼 무소속 출마한 도태우 후보는 2019년 유튜브 방송에서 "5·18 민주화 운동에 대해 굉장히 문제가 있는 부분들이 있고, 특히 거기에는 북한 개입 여부가 문제가 된다는 것이 상식"이라고 발언했다. 이어 도 후보는 광화문 태극기 집회에서 문재인, 노무현 전 대통령을 향해 "문재인의 이런 기이한 행동을 볼 때 죽으면 그만 아닌가 그런 상상을 해보게 된다", "뇌물 혐의가 있는 정치인이지만 죽음으로 영웅이 됐다"고 말하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예견된 참사'였다고 입을 모았다. 김창남 경희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대학원 교수는 "과거에도 항상 막말 논란은 있었지만 이번 총선의 경우 막말 논란이 더 심한 것 같다"며 "정치가 양극화 돼 가고 상대방을 악마화하는 상황에서 강성 지지층 결집을 이유로 유튜브나 SNS에서 그들이 선호하는 언어 혹은 이미지까지 영합하려는 경향이 있다"고 했다.

김 교수는 "(현재 여야의) 경선과 공천 과정에서 강성 지지층의 표가 중요하니 유튜브나 SNS에서 부응하려고 한다"며 "다만 중도층에서 얼마나 소구력을 가질 것인가 하는 의문은 있다. 오히려 중도층을 멀어지게 하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고 했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막말은 상대방을 공격하고 지지층을 결집하는데 결국 내부 경선에서 공천장을 따내는데 도움이 된다"며 "그렇다 보니 정치 유튜브에 나가 존재감을 드러내기 위해 강하게 말하게 되고 작은 근거로도 확대해석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bchan@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