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 막판 최대 변수…국힘 '의대증원' 민주 '부동산 논란'
尹, 의대증원 2000명 조정 가능성 시사…총선 전 해결은 어려워
'편법대출 의혹' 양문석 "대출금 갚겠다"…2030·중도층 이탈 우려
- 한상희 기자, 김경민 기자
(서울=뉴스1) 한상희 김경민 기자 = 4·10 총선이 불과 8일 앞으로 다가왔지만 여야의 고민은 점차 깊어지고 있다. 주요 격전지에서 양당 후보 지지율이 혼전을 거듭하는 가운데 야당은 후보들의 부동산 의혹이 최대 리스크로 부상했다. 참패 위기론에 휩싸인 여당은 야당의 '부동산 리스크'를 고리로 총공세를 펴며 정권심판론을 반전시키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여기에 윤석열 대통령이 의료계와 정부 갈등의 핵심 쟁점인 '의대 정원 2000명 증원' 조정 가능성을 열어두면서 여권이 선거 막판 반전의 돌파구를 마련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윤 대통령은 전날 용산 대통령실에서 발표한 의료개혁 관련 대국민 담화에서 의대 정원 2000명 증원과 관련해 "더 타당하고 합리적인 방안을 가져온다면 얼마든지 논의할 수 있다. 정부의 정책은 늘 열려 있는 법"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국민, 의료계, 정부가 참여하는 의료개혁을 위한 사회적 협의체 구성도 좋다"고 제안하기도 했다. 의·정 갈등 속에 윤 대통령이 의대 증원 규모를 조정할 수 있다는 입장을 내놓은 것은 처음이다.
회칼 테러 발언으로 논란이 됐던 황상무 전 대통령실 시민사회수석과 해병대 채상병 순직 사건으로 수사를 받는 이종섭 주호주대사가 사퇴한 데 이어 '2000명 증원'을 고수하던 대통령이 증원 규모까지 의제에 올릴 수 있다고 밝힌 데에는 민심을 받아들이지 않으면 참패한다는 여권의 위기감이 강하게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겸 총괄선거대책위원장은 전날 부산 남구 지원유세에서 "의사 증원은 국민의 건강과 직결된 문제라서 숫자에 매몰된 문제는 아니다"라고 대통령의 입장 변화에 의미를 부여했다. 부산 북구 유세에서는 "의료개혁에 있어서 정부도 2000명의 숫자를 고수하지 않고 대화할 거라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저희는 문제를 차근차근 풀어나가고 있다"면서 지지를 호소했다. 한 위원장은 대통령실에 정원 증원 규모 조정 가능성을 열어둬야 한다는 뜻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공을 넘겨받은 의료계가 대통령 담화에 싸늘한 반응을 내비치면서 총선 이전 의정 갈등이 마무리되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대한의사협회는 "많은 기대를 했던 만큼 더 많은 실망을 했다"며 "의료계의 의견은 전혀 들어주지 않고 2000명 부분만 반복적으로 언급해 답답하다"고 비판했다.
민주당은 총선 후보들의 부동산 리스크로 고심이 깊어지고 있다. 당 지도부는 파장을 줄이기 위해 말을 아끼면서도 중도층 표심에 악재로 작용하는 게 아닌지 노심초사하는 분위기다.
편법 대출로 강남 아파트를 샀다는 논란에 휩싸인 양문석 민주당 경기 안산갑 후보는 여론이 심상치 않게 흐르자 결국 아파트를 처분해 대출금을 갚겠다며 진화에 나섰다. 양 후보는 과거 서울 서초구 잠원동 아파트 구매 당시 대부업체 대출과 장녀의 사업자 대출 11억원을 동원한 정황이 포착돼 편법 대출 의혹이 일고 있다.
"우리 가족 대출로 사기당한 피해자가 있느냐"고 주장했던 양 후보는 전날 페이스북을 통해 "최근 제기된 이자 절감을 위한 편법대출과 관련한 논란으로 국민 여러분과 안산시민께 걱정을 끼친 점, 다시 한번 더 사죄드린다"며 "더 이상의 논란이 없도록 아파트를 처분해 새마을금고 대출금을 긴급히 갚겠다"고 밝혔다.
공영운 화성을 후보와 양부남 광주 서구을 후보의 논란은 여전하다. 공 후보의 경우 지난 2021년 군 복무 중인 22살 아들에게 실거래가 30억 원 상당의 주택을 증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양부남 후보는 지난 2019년 20대인 두 아들에게 한남동 단독주택을 증여하고 증여세를 대신 납부한 사실이 뒤늦게 드러났다. 해당 지역의 재개발 사업인가가 난 이후 증여가 이뤄져 '재개발 투기 의혹'이 제기됐다.
당 지도부는 공식 대응에 나설 경우 의혹이 더 커질 수 있다는 판단에 무대응으로 일관하고 있지만 곤혹스러운 모습이다. 부동산 문제는 공정성을 중시하는 2030 이탈을 초래하고, 민심의 흐름을 바꿀 도화선이 될 수 있는 사안인 만큼 최근 달아오른 정권 심판론에 찬물을 끼얹을 수 있다고 우려하는 기류가 감지된다.
김부겸 민주당 상임공동선대위원장은 전날 BBS라디오에서 "당으로서는 곤혹스러운 건 사실"이라며 "다른 후보자들도 걱정을 하는 건 사실이고, 국민 눈높이에는 어긋나는 점을 인정한다"고 했다.
국민의힘은 국민의 눈높이를 강조하며 야당을 향해 총공세를 펼쳤다. 윤재옥 원내대표 겸 공동선대위원장은 전날 선대위 회의에서 양 후보를 겨냥해 "부동산의혹, 전관예우 의혹, 아빠찬스 의혹은 국민의 역린을 직격하는 심각한 문제"라고 직격했다. 이어 서울 강남 새마을금고중앙회 본부를 찾아 양 후보에 대한 신속한 검사도 촉구했다. 또 국민의힘은 검찰청을 찾아 양 후보를 사기 혐의로 고발했다.
국민의힘은 남은 선거운동 기간 민주당 후보들을 겨냥해 집중 공세를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양 후보를 고리로 야당 후보들의 부동산 문제에 대한 전반적인 의혹을 조성해 정권 심판 프레임을 약화시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최병천 신성장경제연구소장은 YTN라디오에서 "양문석, 공영운, 김준혁 후보를 둘러싼 논란이 아직까지는 중도에 큰 영향을 미칠 정도는 아닌 것 같다"면서 "현재로서는 3월 중순경에 만들어진 기본 구도, 조국혁신당이 등장하고 이종섭·황상무 논란 등으로 정권 심판론이 다시 불붙은 구도 내에서 미미한 변동 정도가 있다"고 분석했다. 이어 "현재 여론조사 추세로만 보면 민주당이 단독으로 150석 중반 이상 나올 확률이 꽤 있어 보이고, 국민의힘은 110석 중반에서 많으면 120석 초반 정도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angela0204@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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