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무릎 꿇어야" 국힘 일각 '야당 심판론' 변화 요구
몸 낮춘 한동훈 "여러분 눈치 너무 보여, 부족한 점 바꾸겠다"
- 한상희 기자
(서울=뉴스1) 한상희 기자 = 한강벨트·낙동강벨트 등 22대 총선 격전지의 여권 후보를 중심으로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겸 총괄선거대책위원장의 '야당 심판' 프레임을 바꿔야 한다는 주장이 강해지고 있다. 여권 일각에서는 윤석열 대통령의 국정 운영기조에 대한 변화는 물론 명시적인 사과 표명까지 요구하고 있다.
1일 정치권에 따르면 9일 앞으로 다가온 총선 판세가 여권에 불리하게 흐르자 접전지 후보들을 중심으로 변화를 요구하는 기류가 구체화하고 있다.
한 위원장은 전날(3월 31일) 서울·경기 유세에서 "여러분 주위에 이재명, 조국처럼 범죄 혐의를 주렁주렁 달고 사는 사람들이 있느냐"며 "범죄자들이 탐욕으로 대한민국을, 여러분을 약탈하려고 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지난달 28일엔 이 대표와 조 대표를 겨냥해 "정치를 개같이 하는 사람"이라고 했고, 이틀 뒤인 30일에는 이 대표와 민주당 후보들의 발언 논란에 대해 "쓰레기 같은 말을 했다"고 하는 등 원색적인 표현을 써가며 야당 심판론을 부각시켰다.
한 위원장은 지난해 말 취임 직후부터 이번 총선을 정권 심판 정서에 기댄 '회고적 투표'에서 '한동훈 대 이재명'이 맞붙는 '전망적 투표'로 바꾸겠다고 강조해왔다. 하지만 올해 들어 김건희 여사 명품가방 수수 의혹, 황상무·이종섭 리스크 등 용산발 악재가 줄줄이 터지며 정권 심판 분위기가 강해졌다는 게 정치권의 평가다.
총선 위기감이 커지자 국민의힘 내부에선 처음으로 윤석열 대통령의 대국민 사과 요구까지 나왔다. '낙동강벨트' 경남 김해을에 출마하는 3선의 조해진 의원은 전날 국회에서 시국 기자회견을 열고 "이대로 가면 국민의힘 참패고, 대한민국은 망한다"며 "윤 대통령이 국민에게 무릎 꿇고 국민을 실망시킨 것에 사과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조 의원은 "민심 이반에 책임 있는 대통령실과 내각은 즉각 총사퇴해야 한다"고까지 했다.
당내에선 "대통령실에 대한 후보들의 불만이 많은 건 사실이지만 내각 총사퇴나 대통령 사과 요구는 너무 나갔다"는 분위기다. 하지만 '야당 심판론' 전략을 수정해야 한다는 목소리는 계속해서 나오고 있다.
경기 분당갑에 출마하는 안철수 공동선대위원장은 뉴스1과 통화에서 "야당 심판 목소리도 필요하지만, 모든 걸 야당 비판으로만 갈 수는 없다"며 "여당은 야당이 갖고 있지 못한 실행력을 갖고 있다. 경제를 어떻게 살릴지, 나라를 어떻게 발전시킬지 의료개혁 문제를 어떻게 해결해야 할지 답을 내는 게 더 중요하다"고 했다.
인천 동·미추홀을에서 5선에 도전하는 윤상현 인천 선대위원장도 통화에서 "방탄 국회를 만들려는 범죄인 연대를 심판해야 하는 건 맞다"면서도 "그러나 그것과 동시에 왜 우리가 국민의 마음을 못 얻는가에 대한 자성과 용서를 구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대통령의 민심을 수용하는 더욱 적극적이고 전향적인 모습이 필요하다"고도 언급했다.
최근 총선 역할론이 제기되는 유승민 전 의원은 전날 이용호 서울 서대문갑 국민의힘 후보 지원 유세 후 기자들과 만나 "(윤석열) 정권에 대한 민심이 요 며칠 사이에 나빠진 게 아니다"며 "민심이 계속 안 좋았는데 당에서 그동안 뭘 했느냐"고 비판했다. 그는 "지금 전국적으로 선거가 너무 어렵기 때문에, 어려운 상황에서 국민들께 '우리한테 표를 주시면 이제까지와 어떻게 다르게 하겠다'는 얘기를 해야 한다"고 했다.
정부에 대한 비판 여론을 의식한 듯 국민의힘은 몸을 바짝 낮추고 읍소 전략에 돌입했다. 한 위원장은 전날 유세에서 "여러분이 국민의힘에 대해서 부족한 점이 많다고 생각할 것"이라며 "우린 여러분이 원하시면 원하시는 대로 무조건 할 것"이라고 호소했다.
한 위원장은 "저는 평생 남의 눈치 안 보고 살았는데 지금 너무너무 여러분의 눈치가 보인다"며 "여러분이 표정을 찡그리면 잠이 안 온다"고도 했다. 또 "저희가 부족한 점은 정말 제가 책임지고 무슨 일이 있어도 바꾸겠다"고 말했다.
서울 동작을에 출마하는 나경원 공동선대위원장도 "국민들께 부족한 점이 많은 것 잘 알고 있다"며 "일할 수 있는 국회로 만들어달라"고 했다. 인요한 국민의미래 선대위원장 역시 "우리가 잘못을 많이 했다. 우리 정부도 다 잘한 건 아니다"라며 "우리는 잘못을 인정하고 바꿀 수 있는 용기가 있다는 점을 기억해달라"고 지지를 호소했다.
아울러 한 위원장은 여당 프리미엄을 활용한 민생 공약을 제시하며 국면 전환에 나섰다. 그는 전날 국민 공약 발표에서 "내년에 5세부터 무상보육을 실시하고 3~4세까지 단계적으로 확대하겠다"며 "늘봄학교로 시작되는 책임교육을 영유아 무상교육으로 확대해 0~12세 국가 책임 국가 보육을 완성할 것"이라고 밝혔다.
윤 대통령도 자세를 한껏 낮췄다. 윤 대통령은 전날 서울 강동구 명성교회에서 열린 '한국교회 부활절 연합예배'에 참석해 "나라 안팎으로 심각한 도전과 위기에 직면해 있다"며 "정부와 함께 더 낮은 자세로 국민 속으로 깊숙이 들어가서 국민의 아주 작은 목소리에도 귀를 기울이겠다"고 밝혔다. 개헌 및 대통령 탄핵 저지선(100석)마저 위태롭다는 여권의 위기감을 받아들여 주요 현안에 유연하게 대처하겠다는 뜻을 내비친 것으로 풀이된다.
angela0204@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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